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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일상의 철학
오이겐 M. 슐라크 지음, 이상희 옮김 / 빚은책들 / 2024년 1월
평점 :
철학 책은 첫 페이지를 펼치기가 왠지 힘이 든다. 이 책도 그럴 뻔 했으나, 표지에 보이는 식물과 할아버지의 귀여운 일러스트에 마음이 편해졌다.
저자는 "철학"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감도 알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소설을 가미한 철학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설정이 신선했다. 치명적인 오랑우탄어쩌고 바이러스의 감염 우려로 장기간 자가격리하게 된 미하엘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 아저씨는 어마어마한 식집사이다. 어떻게 보면 괴짜라고 할 만큼 희귀식물을 수집하고 돌보는 것이 인생의 큰 과제이다.
오랑우탄 어쩌고 바이러스에 걸린 것이 맞다면 남은 인생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된다. 그래서 미하엘씨는 이메일을 이용해 철학자에게 비대면 철학 수업(상담)을 받는다.
어떤 주제라도 지금껏 살아오며 겪었던 크고 작은 일화를 메일로 적어 보내면, 철학적인 해석을 담아 답변이 돌아오는 형식이다.
미하엘씨의 일화 그 자체도 의외로 인상깊거나 재미있었고, 철학자의 해석도 흥미롭다. 그리고 왠지 뜬금없는 식물 소개와 일러스트도 신기하다.
처음엔 식물 얘기와 일러스트가 그려진 부분을 읽을 땐 응? 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생각거리가 되는 신선한 파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철학자의 해석 파트는 시간을 두고 읽어야 한다. 우정, 감사, 불안, 억압, 희망 등 다양한 감정키워드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와 최대한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자가격리라는 설정까지 끌어다 쓴 저자의 노력을 감사히 여기며 우리도 천천히, 공들여 읽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