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나무늘보와 같이 느림의 상징인 '달팽이🐌'들의 학교생활 소재로 한 귀여운 그림책이다. 실외 조회도, 운동회도 저녁에서야 시작되는 달팽이 학교. 달팽이학교에서는 심지어 할아버지 교장선생님이 가장 늦으신다. 소풍에 가려면 3일전부터 김밥을 싼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그래도 공부는 하고, 운동회를 하고 소풍 가서 맛있는 김밥을 먹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배달의 민족이기 전에 '빨리빨리'의 민족인 것은 모두가 안다.처음에는 그 배경 때문에 스스로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어느새 그것이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인듯 여겨지고 있는 것은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짧게 축약된 영상물, 점점 짧아지는 노래, 영화·드라마 15분 요약 등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의 재미와 정보를 탐한다. 안그래도 빨리빨리의 민족인 우리의 성미가 더 급해지고 있다. 나라고 다를까, 로딩이 2초이상 지속되면 "됐다, 안 봐!" 하며 화면을 날려버리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심지어 이 몇 자 되지 않는 그림책도 휘릭휘릭 넘길까봐 조심했다. 조금만 숨을 골라도 저만치 뒤쳐지는 듯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무엇에 쫓기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