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정진C의 아무런 하루 - 일상, 영감의 트리거
정진 지음 / 디페랑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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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안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말을 들어온 정진 작가의 그림이 글과 만나면 고요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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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정진C의 아무런 하루 - 일상, 영감의 트리거
정진 지음 / 디페랑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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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고백이나 다짐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도 일상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정진 작가는 펜과 붓을 필연적 좋은 친구로 삼고 작품으로 고백한다.

영감의 트리거는 감각의 확장이자 생각의 깊이에서 건져 올린 두서없는 것들이라 생각한다. 이것을 작품이나 아이디어로 잇게 하는 건 개인의 역량에 달렸다. 정진작가는 영감의 트리거를 건드리는 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글을 공감각화하기위해 낮 동안 노트에 적고, 밤에는 글을 만든다고 한다. 

“낮 12시가 궁금의 시간이라면 밤 12시는 궁극의 시간이다.”

181페이지에 ‘선.’이라는 글이 있고 왼편에 그림이 있다. 단정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이 는다는 작가의 고백에 옆의 그림을 봤다. 단정한 폭포수처럼 내려오다 단정치 못해 머리를 잡아매듯 묶어버린 이어짐이 생각이 늘었다는 정진 작가의 복잡함이 느껴졌다. 작가의 글과 그림을 함께 접하니 예술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알 수 없는 붓의 끌림과 터치가 복잡하고 난해하여 정진 작가의 속을 들여다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구체적인 파악을 버리고 그림이라는 시각적인 이미지로만 봤을 때는 매우 간결했지만, 이어지는 정진 작가의 글을 읽고 작품을 꿰뚫어 보기 위해 한참을 쳐다보기도 했다. 작품 안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말을 들어온 정진 작가의 그림이 글과 만나면 고요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증명이라도 하듯 이 책에 이런 말도 했다.

“풍덩! 절대, 고요할 수 없게.”

희망은 잘 보이는 곳에 두자면서 탁자 위에 두고 오가며 보자던 정진 작가를 유쾌한 사람으로 남기고 싶다. 앞으로도 그녀의 작품들이 시끌벅적 많은 말을 했으면 좋겠다. 조용히 잠재우는 건 정진 작가 글의 몫이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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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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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장소가 주는 추억 때문에 못생긴 곳도 필요할 거로 생각했다. 낡고, 긁히고, 부서져도 생계를 위한 삶의 터전인 이상 도시를 지탱하는 중심축이 될 수밖에 없다. 못생긴 곳, 삶의 터전이 무너지면 도시는 더 이상 도시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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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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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산업화와 도시화로 도시 인구가 급증하고, 늘어난 인구를 소화하기 위해 주택을 비롯한 건축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도심의 질서와 상관없이 곳곳에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낡은 건축물로 인해 구조적 결함이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졌으며, 건축 물량의 빠른 소화로 불량 건축물도 모습을 드러냈다. 인구 이동이나 산업 이전, 교통망 변화에 의해 쇠락한 지역이라는 구도심이 나타나면서 재건축이나 신도시 건설로 이어졌다. 잘살아 보고자 웅성웅성 모여 살던 곳이 오늘날에는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오래된 건축물로 낙인되어 힘없이 늘어지거나 버티고 있는 서울의 못생긴 곳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 보기에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못생긴 구도심과 산동네의 풍경, 거기에는 그 나름의 복잡한 맥락이 존재합니다. 공공의 책무는 그 맥락을 최대한 존중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법을 설계하는 것이지, 앞장서 맥락을 무시하고 파괴하라고 선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시는 백지가 아닙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재개발이 무조건 좋은 줄 알았다. 아니 좋을 수밖에 없다. 깨끗한 환경의 변화만큼 더 좋을 게 있을까? 그런데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소유주가 아니라 세입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결국 있는 사람에게는 좋을 일이고 없는 사람에게는 생계에 타격을 입는 일이었다.

“기왕 이사하게 되었으면 방세가 좀 더 싼 서울 외곽 동네를 알아보지, 왜 행당동을 떠나지 않느냐는 게 제 물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노인의 대답은 너무 간명해 오히려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노인은 폐지를 주워서 남편의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는데, 오랫동안 폐지를 거래했던 고물상이 그 동네에 있다는 것, 그것이 노인이 행당동 근방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였습니다.”

못생긴 서울은 그들에게 떠날 수 없는 터전이다. 월급날 퇴근길 양념치킨 사서 혹시나 냄새날까 치킨 봉투 손에 꽉 쥔 채 막차 타고 집으로 향하는 가장을 기다리는 곳이며, 끼니 놓쳐가며 폐지 줍고 어둑해진 시간 찬물에 밥 한 숟가락 맘 편히 말아 먹을 수 있는 곳이 서울의 못생긴 곳이다. 저자는 낡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저렴하고, 그래서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건 누군가 간절하게 찾는 집을 없애는 것과 같으며, 이들의 노동력이 필요한 도시와의 거리가 멀어지게 하는 일이라며 앞서 말한 맥락을 짚어가길 강조했다.

"누구나 빛나고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겠지만, 도시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 안에는 아름답지 않은, 못생긴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장소가 주는 추억 때문에 못생긴 곳도 필요할 거로 생각했다. 낡고, 긁히고, 부서져도 생계를 위한 삶의 터전인 이상 도시를 지탱하는 중심축이 될 수밖에 없다. 못생긴 곳, 삶의 터전이 무너지면 도시는 더 이상 도시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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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클래식 라이브러리 8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순배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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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자 작가로 부도덕하고 불결한 외설이라는 비난 때문에 2년의 강제 노동형에 처했다.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 그레이의 삶을 예술로 그려내기 위해 영혼을 판 대가는 처절했다.

늙은 화가 바질 홀워드는 도리언 그레이를 향한 사랑으로 초상화를 그리게 되며 그를 향한 집착은 심해진다. 도리언 그레이가 초상화를 통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나뉘게 된다. 동성애부터 노화까지 초상화를 통해 일기 쓰듯 자신의 본모습을 그려나가는 부분은 예술과 죄악 사이에서 고뇌하는 오스카 와일드를 느낄 수 있었다. 날 선 사회적 비판을 아름다움이라는 주목할 만한 요소와 대치시키는 과정 또한 예술의 완성을 향해 달려드는 것 같았다. 초상화의 변화 과정에 영향을 미친 빠질 수 없는 인물 헨리 워튼 경은 아름다움과 감각의 만족을 추구하는 쾌락주의자로 도리언 그레이가 욕망을 탐닉하도록 부추기면서 타락에 빠지게 한다.

바질 홀워드는 내가 생각하는 나이고, 헨리 워튼 경은 세상이 나를 생각하는 나이며, 도리언 그레이는 아마도 다른 시대에 나라고 말한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떠올려 보면, 한 사람의 자아를 세 사람을 통해 그려내며 인간 본질의 유형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마주치는 열린 글을 써낸 오스카 와일드를 마주하게 된다.

“나는 한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온전하고 완전하게 살아내려 한다면, 모든 감정에 형식을 부여하고 모든 사유에 표현력을 더하고 모든 꿈에 현실성을 더한다면, 세상은 중세 시대의 모든 병폐를 잊고 환희 섞인 유쾌한 충동을 얻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분명 이 작품에 자신이 있었다. 당시의 비난에도 예술을 믿고, 아름다움을 믿고, 자신을 믿었기에 유일한 장편 소설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한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온전하고 완전하게 살아내려 한다면, 모든 감정에 형식을 부여하고 모든 사유에 표현력을 더하고 모든 꿈에 현실성을 더한다면, 세상은 중세 시대의 모든 병폐를 잊고 환희 섞인 유쾌한 충동을 얻을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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