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고백이나 다짐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도 일상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정진 작가는 펜과 붓을 필연적 좋은 친구로 삼고 작품으로 고백한다. 영감의 트리거는 감각의 확장이자 생각의 깊이에서 건져 올린 두서없는 것들이라 생각한다. 이것을 작품이나 아이디어로 잇게 하는 건 개인의 역량에 달렸다. 정진작가는 영감의 트리거를 건드리는 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글을 공감각화하기위해 낮 동안 노트에 적고, 밤에는 글을 만든다고 한다. “낮 12시가 궁금의 시간이라면 밤 12시는 궁극의 시간이다.” 181페이지에 ‘선.’이라는 글이 있고 왼편에 그림이 있다. 단정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이 는다는 작가의 고백에 옆의 그림을 봤다. 단정한 폭포수처럼 내려오다 단정치 못해 머리를 잡아매듯 묶어버린 이어짐이 생각이 늘었다는 정진 작가의 복잡함이 느껴졌다. 작가의 글과 그림을 함께 접하니 예술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알 수 없는 붓의 끌림과 터치가 복잡하고 난해하여 정진 작가의 속을 들여다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구체적인 파악을 버리고 그림이라는 시각적인 이미지로만 봤을 때는 매우 간결했지만, 이어지는 정진 작가의 글을 읽고 작품을 꿰뚫어 보기 위해 한참을 쳐다보기도 했다. 작품 안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말을 들어온 정진 작가의 그림이 글과 만나면 고요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고요 속의 외침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증명이라도 하듯 이 책에 이런 말도 했다. “풍덩! 절대, 고요할 수 없게.” 희망은 잘 보이는 곳에 두자면서 탁자 위에 두고 오가며 보자던 정진 작가를 유쾌한 사람으로 남기고 싶다. 앞으로도 그녀의 작품들이 시끌벅적 많은 말을 했으면 좋겠다. 조용히 잠재우는 건 정진 작가 글의 몫이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