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바다처럼 유유히

바다처럼 유유히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274
막스 뒤코스 지음, 이세진 옮김 / 국민서관 / 2023년 9월

마지막 장에 둥근달이 뜬 고요한 밤바다 그림이 펼쳐지는데 삶을 잘 살든, 못 살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신의 선물 같아 평화롭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거기있다.

바다처럼 유유히

바다처럼 유유히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274
막스 뒤코스 지음, 이세진 옮김 / 국민서관 / 2023년 9월

바다가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를 때, 바다의 냄새를 맡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책이 커서 출렁이는 파도가 선명하게 보여 바다를 그려내기 수월하다. 반짝이는 포말은 바다가 별을 토해내듯 하얗고 예쁘다.

“운이 좋네요! 여러분 말고는 아무도 없어요. 아직은 이른 시간이에요. 모래벌판은 오늘의 이야기를 쓸 준비가 된 백지 같아요.“

모래 위에 무얼 써야 하나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의 벗은 한적한 곳에 불어오는 바람일 테다. 아무도 없어 모래벌판에 자연이 그려낸 그림자에도 귀 기울이는 행운을 얻는다.

바닷물이 빠지면 잔치가 열리듯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게 뭐 중요한가, 여전히 모든 게 거기 있는데. 게도 잡고, 바위 아래 거북이를 만나길 소원해 보고, 모래성도 만들고, 미역으로 성벽을 쌓고. 서핑하는 사람, 일광욕하는 사람, 수영하는 사람 등 자연의 그림자가 사라진 모래벌판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루가 유유히 흘러간다. 바닷물이 서서히 모래톱과 둑을 다시 뒤덮으면 물고기들이 돌아와 먹잇감을 찾기에 낚시하기에 절호의 기회된다. 하늘이 차츰 구름으로 뒤덮이고 물은 여전히 잔잔하고 미지근하며 사람들은 여전히 즐거움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다시 고요해진 바다는 아름다운 만남의 장소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모래성은 홍수처럼 밀려드는 바닷물에 포위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싹 사라지고 몇 분 후 흔적조차도 남지 않는다. 비는 바다가 엄마 품에 숨듯 콕콕 박힌다. 우르릉 천둥소리가 들리고 먹구름도 있는 검은 바다가 무섭지만, 별안간 저 멀리서 구름을 뚫고 은빛 햇살이 내리비치면 바다는 반짝이는 윤슬로 꽉 찬다.

”바닷가는 삶이 원래 이런 것이라고 일깨워 줄 거예요. 여러분이 누구이든. 무슨 일을 하든. 삶에는 밀물이 있으면 썰물도 있답니다.“

마지막 장에 둥근달이 뜬 고요한 밤바다 그림이 펼쳐지는데 삶을 잘 살든, 못 살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신의 선물 같아 평화롭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거기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단독자

단독자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주변에서 1인 가구를 흔히 볼 수 있다.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온 어르신들은 혀를 찰 일이지만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기엔 1인만큼 편한 게 없다. 편한 것만 추구할 게 아니라 개인의 역량도 발휘한다면 이 책이 말하는 단독자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서른이 넘도록 직업도 없던 자신이 성공한 건 고독의 시간 덕분이라고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해 성공하기까지 필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사이토 다카시는 자기만의 속도로 공부에 몰입했고 고독을 통해 자존감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고독을 발판으로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을 이 책의 제목인 ‘단독자’라고 명명하고 고독을 통한 성공 방식을 조언해 준다.

“무리에 숨지 마라. 기회는 혼자일 때 온다.”

주체성을 가진 고독에 익숙해지면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어 삶의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실현해 나가야 하는지 막막할 때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면 번잡한 사회 속에서 들여다볼 수 없었던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책을 읽는 사람은 고독감을 느끼지 않는다. 마음은 늘 저자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즉,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더라도 책을 읽는다면 그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다. 이것은 책이라는 단독자의 숙성물 덕분으로 내 안에 있는 ‘고독’을 ‘단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고독의 시간 덕분에 내면에 집중하다 보면 삶의 방향성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를 찾게 된다. 책은 시끄럽지 않게 고독을 유지하면서 정보를 얻어내는 도구이고, 고독에도 휴식이 필요하다면 책만 한 게 없다. 문학, 철학, 종교로 마주하는 고독을 교양으로 만드는 축적의 시간과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은둔의 기술이 이 책에 담겨있다. 혼자서 하는 자존감 수업과 자기 긍정감을 높이는 법, 콤플렉스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법으로 친구가 많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들에 대해도 이야기한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만 온전히 그 자신일 수 있다. 그러므로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자유도 사랑하지 않는 자라고 할 수 있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혼자 있는 시간만이 온전한 자유임을 깨닫게 하면서 무리에 숨어 홀로될까 두려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인 것 같다. 제대로 된 고독을 설계하여 단독자가 되고 싶다면 기꺼이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

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10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집 소파라는 에이코. TV를 볼 때도 다리가 부었을 때도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왔을 때도 소파는 늘 제자리에서 에이코를 반겼다. 주말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안겨주는 소파였다. 애착 물건은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문득 쓸쓸함을 가중하기도 한다. 37세에 혼자 살며, 아이도 없고, 애인도 없고, 특별히 미인이라고도 할 수 없고, 취미다운 취미도 없다. 매일 회사에 가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잔업을 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소파 품에 안긴다. 소파 위에 있을 때 에이코는 선명한 행복감을 느끼지만, 덧씌워진 우울이라는 베일을 거두는 일에는 용기가 나지 않나 보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다 늘 다니던 길과는 다른 길을 지나며 카페 루즈를 발견한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니 여기서 조금 쉬었다 가는 것도 좋겠다.“

소파를 벗어나 살랑거리는 언덕의 바람과 함께 쉼을 선택한 에이코의 모습을 상상하니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것 같아 뒷이야기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카페 루즈에서 에이코는 6년 전 에이코의 회사에 다녔던 마도카를 만나게 된다.

“어쩐지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야.”

마도카의 카페 콘셉트를 맞춘 에이코에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카페라며 매월 1일부터 8일은 여행을 위한 휴무라고 설명한다. 여행지에서 맛본 새로운 음식을 카페 루즈에서 재현하여 손님에게 여행을 느끼게 하는 게 마도카 여행의 목적이었다.

이 소설의 목차는 10개의 디저트이다. 디저트를 맛보는 순간 여행을 떠나는 신기한 카페에 소파를 잊은 그녀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마도카가 왜 이 가게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기는 입구인 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동물이 만드는 지구 절반의 세계

동물이 만드는 지구 절반의 세계 - 인슐린 발견에서 백신의 기적까지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동물들 ㅣ 서가명강 시리즈 33
장구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만일 동물이 없었다면 지구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물음에 동물실험이 먼저 떠오르다니.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신약 개발이나 실험을 위해 인간을 대체할 만한 대상이 동물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인간과 동물은 많이 닮아있으며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확실하다.

인간이 지금과 같은 문명을 만들기 전에는 지구의 주인이 누구였을까? 적어도 지금보다 동물과 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컸을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동물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주었다.

동물의 생식세포를 활용한 질병과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진료 활동에 힘쓰고 있는 저자는 시험관 송아지 출산과 유전자 편집 기술 등 수의학 연구 최전선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20년 이상 동물의 임신과 관련된 연구와 진료를 해오면서 얻은 경험과 동물과 과학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며 수의학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수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 수의학의 역사가 들려주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았다. 동물실험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로 동물이 어떻게 인류를 구하고 있으며, 인슐린의 발견으로 인간을 죽음에서 구하기까지의 내용도 이 책에 나와 있다. 우리는 인슐린뿐 아니라 많은 질병 치료제를 동물들로부터 얻어왔다. 또 역사적으로 인류는 많은 동물 유래 단백질을 이용하면서 발전해 왔기 때문에 동물의 질병 발생을 관찰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주 많아 인간과 동물의 건강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수십 마리의 개와 고양이도 폐렴으로 목숨을 잃었던 과거의 아픈 이야기는 반려동물의 치료로 이어지는데, 결국 인간을 향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 옆에 있는 반려동물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곧 우리의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되므로 반려동물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삶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질병을 발생시키는 환경을 공유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인간 혼자 잘 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동물과 인간은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 안에서 서로 공존 하고 있다. 삶을 나누는 반려동물, 의학의 발전을 위한 실험동물, 식량을 제공하는 산업동물, 생태계를 보전하 는 야생동물 그리고 인간은 모두 하나의 건강으로 이어져 있는 공동체다. 지금까지의 이기적인 문명이 초래한 결과를 반성하고 서로를 보살필 때 함께 상생하는 미래 를 맞이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