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감각 - 〈에브리타임〉에서 썰리고 퇴출당하며 벼려낸 청년들의 시대 감각
나임윤경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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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모대학교 청소노동자 고소 기사를 접하고, 사건 발단을 흐리게 하는 학생의 발언에 짜증이 났었다. 청소노동자의 시위 소음이 100미터 떨어진 건물에서 수업 중인 고소 학생에게까지 들려 수업에 방해가 되었고, 확성기 사용 관련해서 이견 조율이 안 되어 고소까지 이르게 된 거로 알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학생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되지만, 고소에 이르기까지 학생의 생각을 나열한 발언은 이 책의 제목과 같이 공정 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이 사건은 전국 400개 대학을 지원하는 대학교 커뮤니티 및 시간표 온라인 서비스 ‘에브리타임’ 게시글에서 시작되었다. 커뮤니티의 익명성때문에 20대의 생생하고도 거침없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책은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공론장으로써 기대했던 학생들의 삭제된 혹은 삭제될 글들의 모음집이라고 한다. 다양한 생각을 펼쳐 공유하고, 질문과 답, 비판적 시각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더 크고 넓은 사유로 발전시켜 갈 기회를 잃었다며 삭제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삭제되지 않고 남은 혐오 발언들이 지금 20대의 생각을 과잉 대표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판단하여 삭제된 글들의 복원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 책의 저자 나임윤경교수는 말했다.

에브리타임에서 가장 많은 호응은 페미니즘 운동을 공격하는 백래시이다. 이 책에서도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경유, 다양한 존재와의 공존과 선한 윤리를 추구한다는 여는 글 아래 성차별, 젠더 갈등, 여성 혐오 등을 주제로 한 글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앞서 말한 청소노동자 사건을 시작으로 학습권과 생존권, 파업 비정규직, 노동의 계층화 등 공정성 문제를 논한다.

“궁금해서 그런데, 노동자들 처우가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학교가 불통인 것도 안타까운데, 그렇게 대우가 불만이면 다른 데서 일하면 되지 않아? 오로지 학교 청소 노동밖에 일자리가 없나?“ - 청소노동자 고소 당시 에브리타임에 올라왔던 비난 글 중 일부.

이 학생은 발전과 개선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모르는 건지. 이런 사고방식을 심어준 사회 그리고 앞선 어른들의 잘못은 없는 건지. 여러모로 많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게 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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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왜 돌아왔을까? 우리 그림책 45
윤미경 지음, 이윤우 그림 / 국민서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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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코 한 행동이 누군가의 행복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래의 행복과 아픈 사랑을 통해 잔잔하게 그려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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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왜 돌아왔을까? 우리 그림책 45
윤미경 지음, 이윤우 그림 / 국민서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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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바다를 다시 보니 촘촘한 그물망이 보였다. 하늘 또한 별들이 아닌 삐죽거리는 그물망을 그대로 흡수한 답답한 보랏빛 밤하늘이다.

표지를 넘기면 샛노란 바탕에 노랑나비와 노란 꽃이 반긴다. 화사한 봄의 색이 모든 만물을 즐겁게 하는 것 같아 평화롭다. 고래는 원래 공룡처럼 땅 위를 네발로 걸어 다녔다. 달콤한 꽃향기를 맡으며 나비와 이야기 나누고 바람이 휘파람을 불면 즐겁게 춤을 추곤 했다. 합창하는 새들, 노란 꽃들은 잎을 오므렸다 폈다 춤을 추고, 보이지 않는 바람도 살랑살랑 장단을 맞추는 한 폭의 그림이 천국이 따로 없다.

“철썩철썩. 내 이야기도 들어줄래?”

나무도, 꽃도, 바람도, 고요한 숲에서 누군가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고래는 호기심에 철썩이는 소리를 따라 환하게 물결치는 바다를 마주한다. 고래는 바다로 걸어 들어가 물결에 몸을 감싸고 바다와 사랑에 빠진다. 바다의 파편들이 흔들의자가 되어 고래를 덩실덩실 춤추게 하는듯한 그림에서 사랑에 빠진 고래지만 입을 꽉 다문 고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찰랑이는 감촉이라니, 여기 너무 마음에 들어!”

자유를 만끽한 고래는 바다에서 살기로 마음먹는다. 육지를 잊지 않기 위해 함께 즐겁게 춤추던 꽃과 새들, 그리고 살랑이던 바람을 머리 위 숨구멍을 통해 물 위로 쏘아 올려 그날의 추억을 예쁘게 그려냈다. 어느 날 육지에서 보낸 선물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꿀꺽 삼킨다. 천국과도 같았던 일상의 색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어두워지고 고래의 모습도 울퉁불퉁 도깨비방망이처럼 변해가는데.

고래는 왜 돌아왔을까?

사랑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며, 추억의 소재거리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 좋은 기억을 품고 사는 건 좋으나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며, 우리가 무심코 한 행동이 누군가의 행복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래의 행복과 아픈 사랑을 통해 잔잔하게 그려낸 책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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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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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숲을 연상케 하는 그린 색 건물의 서점, 서점 문지기를 자처한 도도한 고양이. 따듯한 벽난로 옆에서 향긋한 향기가 날 것 같은 차를 마시고 있는 빨간 모자를 쓴 여성의 미소가 참 평화롭게 보인다. 남편을 잃은 슬픔을 안고 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샬로테는 스스로 고독을 선택하며 최소한의 소통만으로 지냈다. 서로 알고 지낸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는 이모로부터 상속받은 서점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템스강 위로 미지근한 바람이 불어와 샬로테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온기를 즐겼다. 사방엔 사람들이 우글댔지만, 그 누구도 샬로테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거대한 강을 바라보던 샬로테는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덮치자 그만 기우뚱거렸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모가 상속한 건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어째서 이모가 그 건물을 자신에게 남겼는지. 이 모든 게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기우뚱거리며 샬로테의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비록 건물이 작고 옆 건물과 다닥다닥 붙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오래된 네모꼴 화분과 같은 소품들 덕에 나름의 독특함이 눈에 들어왔고 샬로테의 맥박은 왜 그런지 모르지만 고동쳤다.

‘리버사이드 서점’

금박을 입힌 간판 글자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사로잡힌 샬로테는 한동안 인도에 멍하니 서 있었다. 건물만 잠시 보고 호텔에 갈 계획이었으나 그녀를 끌어당기는 서점 앞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서점은 정말로 특별하구나. 바깥에서 봤을 때는 예쁘긴 해도 다소 세련되지 못한 느낌이었는데, 안으로 들어온 순간 완전히 고유한 세계가 펼쳐진 달까. 예술품 같은 고급 석고와 테두리 장식은 물론이고 어두운 목재 틀과 검은 주철로 만든 불티만이 달린 개방형 벽난로까지 모든 게 이 방의 아늑한 인상에 일조했다. 외관은 좀 낡긴 했지만, 그래도 분위기만큼은 따스하고 편안했다. 독서 애호가들에게 더없이 완벽한 장소였다.”

바깥은 좀 정신없이 사람이 지나다니고,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불빛이 번쩍거리지만, 서점 안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다른 시간대를 선사했다. 이 서점에 들어오는 건 하나의 신기한 경험이라는 사실이 샬로테에게는 새로운 도전으로 향하게 했다. 그녀에게 내면의 고요함을 선물한 특별한 장소인 템스강의 작은 서점은 눈에 보이는 평화로운 모습 뒤에 말 못 할 비밀이 있었는데. 그 숨겨진 이야기가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소설같이 펼쳐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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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시대예보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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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솔로 사회 관련 책을 읽을 때만 해도 개인의 선택은 무시한 채 사회현상에만 초점을 맞췄다. 시대예보 핵개인 시대는 이기적 편향으로 해석하기에 너무 정 없고, 만족할 만한 고독과 자유로운 고립의 선택이 자연스럽다고 해야 하나. 가족 규모 축소로 가족 가치가 악화하고 개인 시대는 출발선에 섰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고령화 시대가 이어지고 청년 실업 심화와 경제 여건의 악화에 따른 혼인율 하락 및 이혼율 상승 등 모든 게 가족 단위보다는 개인의 몫으로 향한다. 또한 개인의 성향을 분석한 알고리즘이 편의성을 증가시키고 개인의 경쟁력 강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연스럽게 기존에 힘을 발휘하던 권위가 쪼개지고 융합되는 과정, 새로운 인정 시스템을 통해 권위가 창조되고 보존되는 과정을 다양한 층위에서 관찰하고, 효도의 종말과 협력 가족의 진화, AI 최적화 시스템 속에서 기존에 없던 존재가 새로운 개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임을 예견한 이 책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개인을 ‘핵개인’이라고 한다. 이들의 연대와 생존을 위해 무장, 태세, 자립의 흐름과 결과로 공언까지 살펴보는 시대예보이다.

“누군가를 돌보고 돌봄을 받는 행위는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인간의 도리로 정착됐지만 사회적 설계로 그 무게를 좀 더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돌봄의 끝은 자립이고,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것'입니다. 각자 잘 사는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며 교류할 때 의무는 경감되고 우리의 삶은 더 다채로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함께 현명해지고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자 '나'를 지킬 수 있는 핵 개인들의 사회를 꿈꿔봅니다.”

서양의 개인주의가 인간다움, 인본주의의 연장선에서 발현되었다면, 한국의 개인주의는 권위주의의 반대 역학으로 돌출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뒤따른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라고 꼬집어 말하는 이 책이 어느 정도 위안을 주는 포인트들이 많다.

”급격한 환경변화를 자신만의 기회이자 자신의스스로의 축복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의 기본은, 시대의 큰 흐름을 읽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현행화하는 것입니다.“

언제든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준비가 된 자야말로 핵 개인의 시대의 주인공일 것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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