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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왜 돌아왔을까? ㅣ 우리 그림책 45
윤미경 지음, 이윤우 그림 / 국민서관 / 2023년 9월
평점 :
책을 읽고 나서 바다를 다시 보니 촘촘한 그물망이 보였다. 하늘 또한 별들이 아닌 삐죽거리는 그물망을 그대로 흡수한 답답한 보랏빛 밤하늘이다.
표지를 넘기면 샛노란 바탕에 노랑나비와 노란 꽃이 반긴다. 화사한 봄의 색이 모든 만물을 즐겁게 하는 것 같아 평화롭다. 고래는 원래 공룡처럼 땅 위를 네발로 걸어 다녔다. 달콤한 꽃향기를 맡으며 나비와 이야기 나누고 바람이 휘파람을 불면 즐겁게 춤을 추곤 했다. 합창하는 새들, 노란 꽃들은 잎을 오므렸다 폈다 춤을 추고, 보이지 않는 바람도 살랑살랑 장단을 맞추는 한 폭의 그림이 천국이 따로 없다.
“철썩철썩. 내 이야기도 들어줄래?”
나무도, 꽃도, 바람도, 고요한 숲에서 누군가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고래는 호기심에 철썩이는 소리를 따라 환하게 물결치는 바다를 마주한다. 고래는 바다로 걸어 들어가 물결에 몸을 감싸고 바다와 사랑에 빠진다. 바다의 파편들이 흔들의자가 되어 고래를 덩실덩실 춤추게 하는듯한 그림에서 사랑에 빠진 고래지만 입을 꽉 다문 고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찰랑이는 감촉이라니, 여기 너무 마음에 들어!”
자유를 만끽한 고래는 바다에서 살기로 마음먹는다. 육지를 잊지 않기 위해 함께 즐겁게 춤추던 꽃과 새들, 그리고 살랑이던 바람을 머리 위 숨구멍을 통해 물 위로 쏘아 올려 그날의 추억을 예쁘게 그려냈다. 어느 날 육지에서 보낸 선물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꿀꺽 삼킨다. 천국과도 같았던 일상의 색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어두워지고 고래의 모습도 울퉁불퉁 도깨비방망이처럼 변해가는데.
고래는 왜 돌아왔을까?
사랑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며, 추억의 소재거리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 좋은 기억을 품고 사는 건 좋으나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며, 우리가 무심코 한 행동이 누군가의 행복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래의 행복과 아픈 사랑을 통해 잔잔하게 그려낸 책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