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와 시인을 이해하는 일에 평소 나는 콘텍스트를 강조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이른바 신화적인 시인 가운데에는 시인의 생애에 관한 선입견 때문에 정작 작품 세계의 진면목을 바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중략

이제 이 시집 속의 시 텍스트 하나하나는 독자 여러분의 손에 맡긴다. 더 새롭고 더 풍요로운 소월의 시들을 만나리라 확신한다. 그 과정에서 소월에 관한 애정과 관심이 늘어난다면, 그래서 그의 생애와 시대까지 찾아보며 더 깊이 그의 시들을 읽어본다면, 여러분도 기꺼이 "소월, 소월!" 하게 될 거라 믿고 기대한다.

<왜 소월인가에 대한 작은 답변 / 정재찬의 여는 글 에서>





 







진달래꽃이 지고 봄도 져가는 5월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봄은 여름을 향해 달리는 중이고, 그 와중에 며칠째 봄과 여름을 잇는 비가 내렸습니다. 세상은 갈증이 좀 풀렸을까요. 내내 안개로 휘감긴 도시는 뿌옇기만 합니다.

 

 

시인 '김소월'의 시와 화가인 '천경자'의 그림이 만나 진달래꽃이 출판되었네요. 5장으로 나누어져 소월 시와 천경자의 그림이 실려있습니다. 두 분 다 너무나 유명한 분들이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어서 이 책을 신청했었습니다. 김소월의 시는 알려진 시들이 많지만 그분만의 시집을 읽어본 적이 없어 궁금했고, 천경자 화가의 작품도 눈도장으로 몇 번 본 게 다인지라 궁금했습니다. 두 분의 작품을 한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김소월의 생애는 짧고 말년은 빈곤했습니다. 그 시대가 주는 감성이 소월 시를 태어나게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개인의 일도 시대 속에서 일어나고, 만들어지고, 만들어 나가는 것일 테니까요. 우리가 '지금' 속에서 살아가고 있듯이 말입니다. 내 나라지만 내 나라가 아닌 시대는 어떤 것도 온전히 내 것일 수가 없었을 겁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이 코앞이지만 마음의 고뇌는 늘 따라붙었겠지요. 가만히 시를 들여다보면 이도 저도 아닌, 오도 가도 못하는 그의 심정이 절절히 묻어납니다. 마치 사거리 중앙에서 갈 곳 몰라 서성이며 서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찬란했던 봄의 진달래꽃이 뚝뚝 잎을 떨어뜨려 놓은 길 위에서, 잎마다 쌓인 눈물을 어찌할 줄 몰라 그저 바라보는 느낌 같기도 합니다. 앞에서 말한 사거리는, 살면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어떤 길이, 어떤 곳이 맞는 길일까. 주저하는 발걸음. 그 시대는, 누구나 휘청거리는 거리였을 거라 생각됩니다. 시인이었던 소월은 그 길 위에서 뼈아프게 고뇌를 길어올렸겠죠. 한과 슬픔은 소월 자신과, 시대가 준 것들의 집합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결국은 끈질기게 달려있던 미련을 잎처럼 떨구고 어쩔 수 없이 순응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고요.

 

 

평안북도 태생인 시인 중에 소월 말고 '백석'이 있습니다. 평북 사투리와 토속어가 시 곳곳에 묻어있어요. 소월의 시 또한 그렇습니다. 낯설기도 하지만 어여쁘기도 한 우리말들이 여기저기 널려있거든요. 그리고 숱한 비유들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외롭고 그립고 쓸쓸한 느낌입니다. 마치 동양화를 글로 그려놓은 듯해서 읽으면 읽을수록 그림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천경자 화가를 알게 된 것은 오래전 tv에서였습니다. 주로 여인이 등장하는 그림을 많이 그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 그림들이 왠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에 꾹 초인종을 누른 것처럼 닿았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삶 또한 평탄한 것만은 아니라서 소월 시와 잘 어우러지는 듯합니다.

 

 

책에는 <진달래꽃>을 비롯해 잘 알려진 시들과 알려지지 않은 시들이 골고루 실려있습니다. 발췌해온 시는 제 기준으로, 덜 알려진 시들 중에서 가져왔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회색이고 도시도 회색입니다. 그은 비대신 바람이 자리를 차지한 모양입니다. 5월이 가고 봄도 가고 있는 저녁. 두 분의 작품이 함께 담긴 진달래꽃을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소월 시, 천경자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이 책 진달래꽃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옛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레한 등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와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줍니다

p 40 ~ 41




 





두 사람

흰 눈은 한 잎

또 한 잎

기슭을 덮을 때.

짚신에 감발하고 길심매고

우뚝 일어나면서 돌아서도······

다시금 또 보이는,

다시금 또 보이는.

p 79




첫 치마

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꽃 지고 잎 진 가지를 잡고

미친 듯 우나니, 집난이는

해 다 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 치마를

눈물로 함빡이 쥐어 짜며

속없이 우노나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노나, 가는 봄을.

p 128

 







고독

설움의 바닷가의

모래밭이라

침묵의 하루해만 또 저물었네

탄식의 바닷가의

모래밭이니

꼭 같은 열두 시만 늘 저무누나

바잼의 모래밭에

돋는 봄풀은

매일 붙는 벌불에 타도 나타나

설움의 바닷가의

모래밭은요

봄 와도 봄 온 줄을 모른다더라

잊음의 바닷가의 모래밭이면

오늘도 지는 해니 어서 져다오

아쉬움의 바닷가 모래밭이니

뚝 씻는 물소리나 들려나 다오.

p 196 ~ 197

 







담배

나의 긴 한숨을 동무하는

못 잊게 생각나는 나의 담배!

내력을 잊어버린 옛 시절에

났다가 새 없이 몸이 가신

아씨님 무덤 위의 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어라.

어물어물 눈앞에 스러지는 검은 연기,

다만 타 붙고 없어지는 불꽃.

아 나의 괴로운 이 맘이여.

나의 하염없이 쓸쓸한 많은 날은

너와 한가지로 지나가라.

p 224




 






꿈길

물구슬의 봄 새벽 아득한 길

하늘이며 들 사이에 넓은 숲

젖은 향기 불긋한 잎 위의 길

실그물의 바람 비쳐 젖은 숲

나는 걸어가노라 이러한 길

밤저녁의 그늘진 그대의 꿈

흔들리는 다리 위 무지개 길

바람조차 가을봄 거치는 꿈

p 27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 소월과 화가 천경자의 작품을 한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기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3.67 - 개정판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찬호께이는 사회적 격변을 겪는 홍콩과 그 속에서 경찰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한 개인의 선택과 요동치는 시대, 변화하는 도시가 어떤 운명의 끈으로 묶여 있는지를 작품 속에서 처절하게 그려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관전둬의 일생이 마치 홍콩이라는 도시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 강초아







경찰의 사명은 진실을 밝히고 범죄자를 체포함으로써 무고한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악당을 법으로 다스리지 못하고 진실을 덮으려 한다면 관전둬는 자기 자신을 시커먼 늪에 던져 넣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의 방식 그대로 그들을 상대할 것이다.

어쩌면 관전둬의 방식은 검은색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흰색이다.

흑과 백 사이에서 정의를 찾아라. 이것이 바로 뤄샤오밍이 관전둬에게서 이어받은 사명이다.

- p 112 중에서



"당신은 '경찰의 가치'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1호차의 폭탄울 해체했어. 그런데 어제는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당신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 당신이 보호해야 하는 건 경찰이야, 시민이야? 당신이 충성하는 건 홍콩 정부야, 홍콩 시민이야?" 나는 조용히 물었다. "당신, 도대체 왜 경찰이 된 거야?"

- p 667









<13.67>이라는 작품은 홍콩을 무대로 한 경찰의 범죄 수사 소설입니다. 2015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후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찬호께이'라는 홍콩 작가의 작품으로 홍콩의 시대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그 시대에 일어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한 경찰(관전둬)의 경찰로서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아니 그 이전에도 중국어권 소설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 흥미가 생겼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홍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읽기에 애로사항이 좀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독서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책 속에는 시간의 역순으로 6개의 사건이 등장합니다. 1장 흑과 백 사이의 진실은 2013년을, 2장 죄수의 도의는 2003년을, 3장 가장 긴 하루는 1997년을, 4장 테미스의 천칭은 1989년을, 5장 빌려온 공간은 1977년을, 6장 빌려온 시간은 1967년을 배경으로 사건이 진행됩니다. 각각의 시기는 홍콩 사회의 전환점이 되었던 때라고 합니다.


각기 하나의 단편이면서 서로 연결되는 연작 소설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로 치면 수사 드라마인 셈입니다. '관전둬'라는 경찰이 6편 모두에 등장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입니다.


제목 <13.67>은 2013년과 1967년을 의미합니다. 그 시간 안에서 발생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한 사람의 경찰로서의 처음과 끝도 함께 다뤄집니다. 1장부터 5장까지의 이야기는 3인칭 시점으로 마지막 6장은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집니다.

왜 그랬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6장을 읽고 나면 반드시 1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감탄사가 나오게 됩니다. 여러모로 조금은 독특한 추리 소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홍콩에 대해 무지한 지라 지명이라던가 이름들이 낯섭니다. 머릿속에 저장이 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야기에 방해될 정도는 아닙니다. 홍콩뿐만 아니라 외국 작품들의 지명과 이름들도 마찬가지니까요.

홍콩을 다녀온 사람들이나 홍콩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라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1장 흑과 백 사이의 진실은,

'뤄샤오밍'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야깁니다. 관전둬는 말기 암 환자로 등장합니다. 뤄샤오밍은 관전둬를 '사부'라고 부릅니다. 대기업 회장이 살해된 사건. 그 집안의 비밀. 오래된 원한과 복수 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장 죄수의 도의는,

관전둬와 뤄샤오밍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죄를 지어도 어떤 식으로든 빠져나가는 폭력조직 '홍의련'의 수장 쭤한창을 잡아들이기 위한 작전이 주된 내용입니다. 소설 속에 인용된 죄수의 딜레마라는 유명한 글이 이 소설의 전반을 장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장 가장 긴 하루는,

관전둬의 경찰로서의 마지막 날을 다룹니다. 홍콩 주권이 반환되기 며칠 전입니다. 죄수 '스번톈'이 탈주한 사건이 주된 내용입니다. 스번톈이 탈주를 위해 오래 계획했던 일들을 벌이지만, 결국에는 관전둬에게 발각되고 잡힙니다.


4장 테미스의 천칭은,

'테미스의 천칭'은 법원에 가면 있는 정의를 상징하는 그리스의 여신상을 말합니다.

3장의 스번톈이 감옥에 가기 전의 이야깁니다. 스번톈에게는 같이 일하는 동생 '스번성'이 있습니다. 줄곧 경찰은 둘을 잡기 위해 그들을 쫓고 있다가 스번성의 위치를 파악하게 됩니다. 스번성과 부하 둘, 그들이 스번톈과 합류할 때 체포하기 위해 스번성일당을 계속 감시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번성일당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도주를 시도하다가 경찰에게 사살됩니다. 도중에 민간인 피해자들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스번성 일당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경위에 경찰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엉뚱한 사람이 누명을 쓸 뻔하지만 관전둬가 범인을 밝혀내게 됩니다.


5장 빌려온 공간은,

홍콩의 부정부패를 조사하기 위해 설립된 '염정공서(1974년)'의 한 조사관의 아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관전둬가 그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당시 염정공서는 경찰과는 상극일 수밖에 없었던 지라 서로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돈을 요구한 아이의 납치 사건 뒤에는 더 큰 사건이 숨어있습니다.


6장 빌려온 시간은,

67폭동이 진행되던 해에 일어난 사건에 관한 이야기로 관전둬가 신참(순경)일 때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관전둬는 승진을 하게 되죠. 사건을 함께 해결한 민간인이었던 소설 속 화자는 시간을 돌고 돌아 1장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모든 사건의 해결 중심에는 관전둬가 있습니다. 관전둬는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경찰입니다. 그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이 경찰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진정한 정의감을 가진 경찰입니다. 그의 경찰로서의 가치와 신념은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일까요.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알 수 있게 됩니다.

관전둬를 보면서 진정한 경찰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자는 소설 속에 정통 추리 소설의 맛과 사회 문제를 함께 아우르고 있습니다. 진실이 관전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날 때는 통쾌합니다. 어렴풋이 함께 추리해나가던 것들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지만 재밌습니다. 사건들은 하나같이 단순하지 않아서 관전둬의 추리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홍콩의 역사를 좀 들여다보면서 뒤에서부터 순차적인 시간을 따라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약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길이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홍콩 작가는 처음이라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3.67 - 개정판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접한 홍콩의 추리 소설
낯설면서도 재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구석 뮤지컬 - 전율의 기억, 명작 뮤지컬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동과 희열을 주는 명작 뮤지컬 30편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힐링 에세이 여행서'



서른 편의 뮤지컬을 다루는 이 책은 일종의 가이드이기도 합니다. 뮤지컬을 보러 가기에 앞서 작품을 미리 살펴본다면, 단순히 줄거리를 파악하는 일을 넘어 무대 장치와 조명, 의상, 안무, 연출에 이르기까지 뮤지컬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를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









 

뮤지컬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가요? 관심은 있는데 잘 몰라서 스쳐만 가는가요?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방구석 뮤지컬>'뮤지컬 길라잡이'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파트로 나누어져 총 30편의 뮤지컬이 실려있어요. 파트별로, 저자의 짧은 소개 글이 첫 장에 쓰여있고 각 뮤지컬 별로, 간단한 줄거리 및 배경이, 이어서 극을 이끌어가는 노래의 가사들이 일부 담겨있으며 넘버(노래)들의 제목과 대표 넘버를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까지 함께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뮤지컬을 극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게끔 꼼꼼하고 세심하게 이 책에 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려있는 가사들은 하나같이 한 편의 스토리가 있는 시들입니다. 내용을 알고 가사를 읽어보면 극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발췌한 것은 책에 실려있는 넘버 가사 일부분입니다.

 

 

 

 

Sincerely, Me _ 진심을 다해

필요한 건 아주 조금의 변화야

네가 관심을 가진다면 쉽게 바뀔 수 있어

네가 해야 할 일은

바라는 대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 거야

진심을 담아 p 46 디어 에반 핸슨 중에서

Step One _스텝 원

무모한 도전이라 말해도

기적을 꿈꾼다고 해도

거칠고 험한 산을 넘어간다 해도

이건 내 Step One p 110 킹키부츠 중에서

신기한 일이지

왜 잊으려 한 걸까

왜 잊고 싶었던 걸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신기한 일이지 당신의 기억을 알 것만 같아

내가 잊어버린 아니 내 기억이 아닌 기억까지도

어쩌면 나는 당신과 함께했었던 기억들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라 p 297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중에서

내가 죽었을 때

내가 눈 떴을 때 때는 바야흐로 봄이었다

대지는 척박하고 바람은 거칠었다

뿌리를 잘못 내린 듯 아무도 축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봄은 아름다웠다

모두들 그래 다 지나고 나면 잊고 살게 된다 해

난 아무리 지나도 그렇게 될 수 없어

영원히 잊히지도 넘길 수도 없는

그 페이지를 붙들고 오늘을 살아

난 아직도 그 한가운데에 하루해살이 풀처럼

내 사랑이 죽었을 때 내 청춘도 죽었고

차마 돌아보지 못했던 나의 봄을 이제야 보낸다

나의 봄을 이제야 보낸다 p 331 ~332 팬레터 중에서

 


 

 






뮤지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기억 저 멀리까지 뒷장을 넘겨보아도 직접 극장에 가서 본 적이 아쉽게도 한 번도 없더군요. 그렇다고 해도 완전한 낯섦은 아닙니다. 누구나 다 알만한 작품들은 귀동냥, 눈동냥으로 들어봤으니까요. 이를테면 '오페라의 유령'이나 '아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캣츠', '시카고', '레 미제라블', '지킬 앤 하이드', '레베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같은 작품들 말이지요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서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뮤지컬 넘버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QR코드 덕분에 30곡이 넘는 곡들을 저도 즐겁게 보고 들었습니다. 덕분에 책을 읽는 시간이 많이 지체되긴 했지만 이 책의 저자도 이런 독서를 의도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관심은 있지만 굳이 극장까지 발걸음은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뮤지컬과 조금은 친해질 수 있도록 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었습니다.

30편의 뮤지컬은 (내 기준으로) 익히 알려진 유명 작품들과 순수 창작 작품들, 그리고 아예 처음 접하는 낯선 작품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 맘마 미아!'를 비롯 뮤지컬 영화로 보았던 작품들도 대거 포진하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눈이 갔던 작품들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 , 한국 창작 뮤지컬이었습니다. 그리고 '빌리 엘리어트'의 무대도 인상 깊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어떤 경로로 거기까지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겟세마네'를 유튜브를 통해서 본 적이 있어요. 외국 배우였는데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나 강렬해서 넋을 놓고 보았었습니다. 그것을 본 후에 한국 배우들의 겟세마네도 찾아보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면서 시간을 꽤 보냈었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뮤지컬을 대단한 장르라고 느꼈던 것이 말입니다.

<방구석 뮤지컬>에는 30가지의 이야기가 있고 수십 편의 시(가사)가 있습니다. 익숙한 것들과 낯선 것들이 적당히 섞여있어서 지루할 틈은 없었던 것 같아요. 큐얼 코드로 들어갔다가 그 안에서 오래 머물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몰입에는 방해가 되긴 했지만 독특하고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