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 개정판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품절





 

찬호께이는 사회적 격변을 겪는 홍콩과 그 속에서 경찰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한 개인의 선택과 요동치는 시대, 변화하는 도시가 어떤 운명의 끈으로 묶여 있는지를 작품 속에서 처절하게 그려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관전둬의 일생이 마치 홍콩이라는 도시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 강초아







경찰의 사명은 진실을 밝히고 범죄자를 체포함으로써 무고한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악당을 법으로 다스리지 못하고 진실을 덮으려 한다면 관전둬는 자기 자신을 시커먼 늪에 던져 넣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의 방식 그대로 그들을 상대할 것이다.

어쩌면 관전둬의 방식은 검은색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흰색이다.

흑과 백 사이에서 정의를 찾아라. 이것이 바로 뤄샤오밍이 관전둬에게서 이어받은 사명이다.

- p 112 중에서



"당신은 '경찰의 가치'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1호차의 폭탄울 해체했어. 그런데 어제는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당신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 당신이 보호해야 하는 건 경찰이야, 시민이야? 당신이 충성하는 건 홍콩 정부야, 홍콩 시민이야?" 나는 조용히 물었다. "당신, 도대체 왜 경찰이 된 거야?"

- p 667









<13.67>이라는 작품은 홍콩을 무대로 한 경찰의 범죄 수사 소설입니다. 2015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후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찬호께이'라는 홍콩 작가의 작품으로 홍콩의 시대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그 시대에 일어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한 경찰(관전둬)의 경찰로서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아니 그 이전에도 중국어권 소설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 흥미가 생겼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홍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읽기에 애로사항이 좀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독서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책 속에는 시간의 역순으로 6개의 사건이 등장합니다. 1장 흑과 백 사이의 진실은 2013년을, 2장 죄수의 도의는 2003년을, 3장 가장 긴 하루는 1997년을, 4장 테미스의 천칭은 1989년을, 5장 빌려온 공간은 1977년을, 6장 빌려온 시간은 1967년을 배경으로 사건이 진행됩니다. 각각의 시기는 홍콩 사회의 전환점이 되었던 때라고 합니다.


각기 하나의 단편이면서 서로 연결되는 연작 소설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로 치면 수사 드라마인 셈입니다. '관전둬'라는 경찰이 6편 모두에 등장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입니다.


제목 <13.67>은 2013년과 1967년을 의미합니다. 그 시간 안에서 발생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한 사람의 경찰로서의 처음과 끝도 함께 다뤄집니다. 1장부터 5장까지의 이야기는 3인칭 시점으로 마지막 6장은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집니다.

왜 그랬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6장을 읽고 나면 반드시 1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감탄사가 나오게 됩니다. 여러모로 조금은 독특한 추리 소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홍콩에 대해 무지한 지라 지명이라던가 이름들이 낯섭니다. 머릿속에 저장이 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이야기에 방해될 정도는 아닙니다. 홍콩뿐만 아니라 외국 작품들의 지명과 이름들도 마찬가지니까요.

홍콩을 다녀온 사람들이나 홍콩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라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1장 흑과 백 사이의 진실은,

'뤄샤오밍'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야깁니다. 관전둬는 말기 암 환자로 등장합니다. 뤄샤오밍은 관전둬를 '사부'라고 부릅니다. 대기업 회장이 살해된 사건. 그 집안의 비밀. 오래된 원한과 복수 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장 죄수의 도의는,

관전둬와 뤄샤오밍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죄를 지어도 어떤 식으로든 빠져나가는 폭력조직 '홍의련'의 수장 쭤한창을 잡아들이기 위한 작전이 주된 내용입니다. 소설 속에 인용된 죄수의 딜레마라는 유명한 글이 이 소설의 전반을 장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장 가장 긴 하루는,

관전둬의 경찰로서의 마지막 날을 다룹니다. 홍콩 주권이 반환되기 며칠 전입니다. 죄수 '스번톈'이 탈주한 사건이 주된 내용입니다. 스번톈이 탈주를 위해 오래 계획했던 일들을 벌이지만, 결국에는 관전둬에게 발각되고 잡힙니다.


4장 테미스의 천칭은,

'테미스의 천칭'은 법원에 가면 있는 정의를 상징하는 그리스의 여신상을 말합니다.

3장의 스번톈이 감옥에 가기 전의 이야깁니다. 스번톈에게는 같이 일하는 동생 '스번성'이 있습니다. 줄곧 경찰은 둘을 잡기 위해 그들을 쫓고 있다가 스번성의 위치를 파악하게 됩니다. 스번성과 부하 둘, 그들이 스번톈과 합류할 때 체포하기 위해 스번성일당을 계속 감시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번성일당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도주를 시도하다가 경찰에게 사살됩니다. 도중에 민간인 피해자들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스번성 일당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경위에 경찰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엉뚱한 사람이 누명을 쓸 뻔하지만 관전둬가 범인을 밝혀내게 됩니다.


5장 빌려온 공간은,

홍콩의 부정부패를 조사하기 위해 설립된 '염정공서(1974년)'의 한 조사관의 아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관전둬가 그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당시 염정공서는 경찰과는 상극일 수밖에 없었던 지라 서로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돈을 요구한 아이의 납치 사건 뒤에는 더 큰 사건이 숨어있습니다.


6장 빌려온 시간은,

67폭동이 진행되던 해에 일어난 사건에 관한 이야기로 관전둬가 신참(순경)일 때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관전둬는 승진을 하게 되죠. 사건을 함께 해결한 민간인이었던 소설 속 화자는 시간을 돌고 돌아 1장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모든 사건의 해결 중심에는 관전둬가 있습니다. 관전둬는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경찰입니다. 그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이 경찰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진정한 정의감을 가진 경찰입니다. 그의 경찰로서의 가치와 신념은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일까요.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알 수 있게 됩니다.

관전둬를 보면서 진정한 경찰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자는 소설 속에 정통 추리 소설의 맛과 사회 문제를 함께 아우르고 있습니다. 진실이 관전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날 때는 통쾌합니다. 어렴풋이 함께 추리해나가던 것들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지만 재밌습니다. 사건들은 하나같이 단순하지 않아서 관전둬의 추리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홍콩의 역사를 좀 들여다보면서 뒤에서부터 순차적인 시간을 따라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약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길이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홍콩 작가는 처음이라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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