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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라 - 민달팽이의 인권 분투기 ㅣ 생각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우화
유범상 지음, 유기훈 그림 / 마북 / 2023년 10월
평점 :
1. 생각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 우화 시리즈 세 편을 모두 읽었다.
그 중 <정의를 찾는 소녀>와는 쌍둥이 책 느낌이 든다. 두 권을 손에 함께 쥔 느낌이 좋다.
책 사이즈는 동일하고, 초록 계열의 색감이나 구성이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느낌이다.
쓰인 어휘가 어렵지 않고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아서 이전 책보다는 훨씬 쉽게 다가온다.
특히 목요클럽의 대화체 토론 구성이 좋았고, 편지나 노래 삽입 등의 구성상 독특함이 돋보였다.
청소년용 토론을 매개하는 도서로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교를 비롯한 공적 기관들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 곤충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 정보를 얻는 데에도 좋을 듯하다.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에서도 인간보다 몇 배나 우수한 각 동물들의 정보가 나오는 데,
이 책에서도 깨알 정보처럼 그런 지식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집달팽이, 민달팽이, 늑대달팽이, 개미, 희개미들의 집짓기, 쇠똥구리, 바오밥나무 등..
교육열 높은 한국에서 토론과 지식 정보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책으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할 것으로 기대된다.
3. 각 곤충들의 특징을 잡아 이야기 적소에 배치하고, 이름짓기의 탁월성에 감탄한다.
특히 미노와 미수 아줌마에서는 아하! 소리가 절로 나온다.
보라 아저씨가 할아버지로 호칭이 변화되는 것도 나이듦에 대한 자연스러운 시각 변화로 좋게 느껴졌다.
주인공을 사총사로 배치한 건 텔레토비 생각이 나기도 했다.ㅎㅎ
4. <정의를 찾는 소녀>에서는 호기심 많은 동물 다람쥐를,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라>의 인권 책에서는 민달팽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세상의 가장 약한 고리를 생각할 수 있게 한 탁월한 선택이라 무릎을 치며 공감하게 된다.
'인권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란 책날개 설명에도 보여지듯이 장애인 이동권,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택배 노동자, 성소수자, 동물권을 넘어 생명권, 차별과 혐오, 구분 짓기 등..
이 모든 것들이 짧은 우화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갈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저자의 고뇌가 느껴진다.
5. 어떤 공동체,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큰그림 대안을 제시한다.
학습동아리 민주주의, 복지국가의 이상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방향은 제시하되 구체적 실천은 스스로에게 맡긴다.
그래서 여러 혼란과 좌절을 겪고 새롭게 깨달아가는 민달팽이의 여정이 소중하고, 마지막 발걸음에는 온마음을 담아 응원하게 된다.
6.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삽화의 놀라움에 빠진다.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표정 하나하나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다.
7. 꽃뱅이에 대한 구체적 서사가 들어갔더라면 어땠을까, 또는 부당한 질서를 깨달은 마중이가 꽃뱅이나 목청이와 어떻게 대화하고 토론하며 사회적 우정을 회복하고 확장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궁금했는데, 그런 복잡한 구성으로 갔으면 쉽게 전달하겠다는 의도와는 배치된 것일 테고, 그 몫은 나를 비롯한 독자들의 것이리라. 그게 바로 생각하는 시민의 역할이 아닐까!
# 생각하는 시민을 위한 정치 우화 시리즈 다음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