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과의 대화 -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아시아의 거인들 2
톰 플레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와 같은 국적을 가진 사람이 세계를 무대로 삼아 큰 활약을 할 때면, 정확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가슴 한편에서 솟구쳐 오른다. 그동안은 스포츠 분야가 두드러졌었다. 김연아, 박지성, 손연재... 이름만 들어도 미소가 지어지니... 명승부 끝에 시상대에서 울려 퍼지는 애국가와 휘날리는 태극기를 볼 때면 대한민국 국민이란 게 자랑스러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당선. 비록 학생이었지만, 그때의 뉴스속보를 정확히 기억한다. 대박.이라는 말이 무심코 입에서 흘러나왔다. 유엔이 어디인가? 국제 평화를 유지하고, 국가 간의 분쟁을 해결하고, 또 협력을 이루는 국제기구 아니던가? 그리고 그 단체의 최고 수장인 사무총장이라... 놀라웠다.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그 자리에 나와 같은 국적을 가진 대한민국인이라는 사실은 또 하나의 자부심이었고, 자랑이었다.

 

 

당시 학창시절을 보내던 학생들에게 반기문 사무총장은 롤모델이 되기 좋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반기문 사무총장이 직접 집필하거나, 제대로 평가된 된 책이 한 권은 나와주길 원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동안 출간된 반기문 사무총장과 관련된 책들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유엔 사무총장이 되었는가에 만 초점이 맞춰있지, 정작 중요한 사무총장이 된 이후의 이야기는 정확히 전하지 못 했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직함과 개인적인 성향 탓도 있겠지만, 반기문 사무총장의 입은 상당히 무겁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임기초에는 이런 진중한 태도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라고 혹평과 '이 남자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한 기획기사를 만들기도 했다. 어쩌면, 클린턴, 오바마 같은 달변가 정치인에 익숙한 미국과 서방 언론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지한 태도의 사무총장이 어색했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반기문 사무총장이 당선된 이후의 세계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지구 곳곳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재난재해(지진, 쓰나미, 방사능 등)를 맞았고, 민주주의를 갈망한 아프리카와 중동은 국민들이 직접 들고 일어나 유혈 충돌이 잦았다. 악의 축으로 불리던 독재자 김정일, 카다피가 죽고, 오사마 빈 라덴도 지구에서 사라졌다. 천안함이 폭침되고, 연평도가 폭격을 맞고, 연이은 보수 정권이 집권하면서 반기문 사무총장의 조국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가 필요했다. 

 

 

이 모든 순간에 반기문 사무총장은 전심을 다했다. 언론의 힘을 빌려 세계인의 귀와 눈을 마비시킨 게 아니라, 직접 현장으로 날아갔다. 시차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날씨도 다른 곳에 이코노미석을 불사하고 날아갔다. 결국 언론의 우려와는 다르게 반기문 사무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의 5년 임기를 훌륭히 해냈고, 재선에 성공했다. 반기문의 리더십이 통한 것이었다. 과연 반기문 사무총장의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의 열정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반기문 사무총장이 버거운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누구를 롤모델로 삼고, 또 어떻게 닮아가느냐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감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매일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끊이지 않는 유엔이나,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우리나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이제는 인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을 롤모델로 삼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다짐을 해보았다.

 

 

감사하게도 이런 모든 내용들을 반기문과의 대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LA 타임스 논설실장 톰 플레이트의 노력 덕분에 반기문 사무총장의 나름의 철학과 그의 열정, 사명, 비전 등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반기문과의 대화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반기문과의 대화는 유일하게 반기문 사무총장이 인정한 책이 된 것이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반기문 사무총장은 가끔 업무 출장시 이코노미석을 애용(?) 한다고 한다. 불편함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유엔에는 사무총장 전용기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자리가 없을 때는 이코노미석을 불사한다고 한다. 비즈니스 좌석이 없으면 다음 비행기를 타셔도 될 텐데, 1분 1초가 소중한 세계 분쟁지역과 재난 지역을 위해 반기문 총장은 이코노미석 비행도 불사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래도 세계 대통령에게 전용기도 없다니... 전 세계인이 1달러씩 모아서라도 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업무 스타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작은 서재에 마련된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세계의 시차를 고려해 24시간 일을 하는 모습에 절로 손뼉을 치게 된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약력을 보면 1944년 생이시던데...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반기문과의 대화는 에세이 형식으로 작성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또한 미국 기자의 특유의 위트로 중간 중간 웃으면 읽을 수도 있고, 때로는 반기문 총장과 진지하게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훌륭한 책이었다. 그렇기에 시중에 나온 많은 책들과는 다르게 반기문 사무총장이 공식으로 인정하고, 출간을 허락한 것 같다.

 

반기문과의 대화에는 반기문 특유의 솔선수범 리더십은 물론이요, 보상보다 고충이 많은 유엔 사무총장의 자리에 대한 이야기. 인간 반기문과 아내 유순택 여사와의 에피소드들도 담겨 있다. 양성평등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솔선수범형 리더. 반기문. 세계 평화를 위해 주 7일, 일 24시간 근무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는가? 반기문 사무총장이 인정한 책. 반기문과의 대화를 읽어보시길...

 

 

유엔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기구이며, 반기문 총장은 유엔의 중요한 개혁을 이끌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반기문 총장 연임을 지지하는 성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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