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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끝까지 지켜야 할 인생 키워드 35가지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예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석양이 물드는 퇴근 길. 신호에 걸렸다. 라디오에서 정년 60세 의무화 연장 법안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순간적으로 은퇴 후의 삶을 생각 해보았다. '싫다. 그저 늙는 게 싫고, 불안정한 미래가 싫다.' 한때는 까마득한 미래로 느껴졌지만, 지금 같은 삶의 속도라면, 은퇴도 금방 이겠다는 생각에 놀라, 라디오를 끄고 음악을 틀었다. 이문세의 그녀의 웃음소리뿐 노래가 흘러나온다. "걷다가 바라본 하늘엔 흰구름 말이 없이 흐르고, 푸르름 변함이 없건만...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 너는 무슨 말을 했던가 어떤 의미도, 어떤 미소도, 세월이 흩어가는 걸... 이 부분 가사에 갑자기 울컥해진다.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노래건만, 나는 자꾸 은퇴 후의 삶이 떠올랐다... 삼식이가 되면 어쩌지? 취미라도 가져야 하는데, 막상 정든 직장, 정든 동료, 정든 책상, 정든 의자...를 두고,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 은퇴의 기로에 놓이면 더 이상 직진 금지 일까? 퇴근길의 표지판마저 상념에 젖게 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책이 반겨주었다. 생각보다 얇은 책. "나이 드는 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다만 멋지게 살고 싶을 뿐!" 이라 적힌 문구도 마음에 들고, "현명한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어리석은 길을 헤맬 것인가. 그 선택은 물론 여러분 자신에게 달려 있다." 라고 적힌 시작하며... 이 부분도 좋았다. 덕분에 약 200페이지의 책을 빠른 시간 안에 읽은 것 같다.
사실 이런 인생에 관한 조언서는 두 가지로 나뉜다. 착한 조언만 담은 착한 조언서와 독자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는 잔소리서로 말이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얼굴까지 화끈화끈 하게 만들 정도로 거침 없는 조언과 잔소리를 날린다. 읽다가 조금 짜증도 났다. "너 그렇게 살지마!" 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그렇게 들렸다. 자격지심이었을까? 그래도 저자의 나이를 보고 참았다. 저자의 나이는 팔순에 가깝다고 한다. 나이를 알고 보니 팔십 인생의 연륜이 담긴 조언서로 보였다. 팔순의 나이를 보고 뒷방 노인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는 지금도 현역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많은 저자들이 부끄러워 담지 못했던 섹스, 색욕 등 인생에서 적당히(?) 필요한 본능에 대해서도 거침 없이 이야기했다. 사실,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오히려 이런 단도직입적인 조언 때문에 머리에 쏙쏙 남았던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니 '명품 인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중년, 그리고 그 이후의 노년을 위한 보험 상품을 설명할 때 업체에서 가장 많이 즐겨 쓰는 명품 인생.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제품들을 쓰는 사람들의 절반이 이야기하길, 명품을 쓰는 이유가 남에게 돋보이기 위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이 왜 그리 중요할까? 한번뿐인 인생을 왜 남에게 돋보이기 위해서 살아야 할까? 인생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는 걸까? 이 책에는 남을 위한 인생이 아닌, 진정한 주인공 나를 위한 진짜 명품 인생을 사는 법이 담겨져 있다. 크게 네 가지인데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법, 매력적인 인생을 사는 법, 능력 있는 인생을 사는 법, 품위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한 방법들이다. 대부분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젊음과 늙음에 상관없는 결단력과 도전정신, 상승 지향적인 마인드는 정말 공감이 되었다. 단. 지금은 내가 마음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 것들. 이를테면, 넓은 인맥 같은 것들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마음 한 켠에 새겨두기로 했다.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되는 정년이, 순간 두려웠던 내게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나이가 들면 또 펼쳐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인생은 각자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중년과 그 이후 노년이란 삶을 더 아름답게, 새롭게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봤으면 좋겠다. 나를 비롯한 젊은 세대는 물론, 정년 이후의 삶이 두려우신 분들, 한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멋지게 살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역시 강력 추천한다. 참고로 슈바이처 박사는 89세의 나이까지 아프리카 병원에서 집도를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확고한 꿈과 비전은 절대 나이에 밀리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