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무기력이다 - 인지심리학자가 10년 이상의 체험 끝에 완성한 인생 독소 처방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코끼리에게 족쇄를 해두면 성장 후에도 벗어나지 못한다. 처음에는 말뚝을 뽑고, 도망치려 발버둥치지만, 얼마있지 않아 포기한다. 어린 코끼리에게는 극복하기 힘든 족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점 자신의 삶을 옥죄는 족쇄를 받아들인다. 코끼리가 성장에도 마찬가지다. 족쇄는 크기만 변할 뿐 여전히 코끼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충분히 말뚝을 뽑고, 족쇄를 끊을 힘이 생기지만, 코끼리는 도전하지 않는다. 그렇게 코끼리는 평생 족쇄에 발목 잡혀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습관이란 참 무섭고, 타성에 젖으면 회복하기가 어렵다고들 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생각외로 많이 일어난다.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교육 용어도 있다. 이번에 읽은 문제는 무기력이다란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문제는 무기력이다의 저자 박경숙씨는 국내 최초 인지과학박사다. 갑자기 박사님이 된 것은 아니고, 10년 동안 발전 없는 삶을 돌아보다, 자신의 삶에 은밀히 다가온 무기력을 발견하고 연구를 통해 극복을 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무기력들은 자신의 일생을 지배할 수도 있고, 심할 경우 삶에 대한 의욕마저 빼앗아 버린다고 한다. 설마 내가?라는 생각에 책을 펼쳤다. 저자가 올려 놓은 테스트를 해보았다. 아뿔싸... 테스트 결과 나도 심각한 무기력증 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로는 가볍게 날씨탓으로, 기분탓으로, 체력탓으로 돌려 스스로를 위로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상황들을 피하는 것이 습관이 되고, 도전을 하기보다는 안위를 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때로는 환경 탓만 하면서 내가 처한 상황을 돌파하기 보다는 피하려 하고, 탈출구를 찾기에 급급했던 모습도 찾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해도 안된다", "해봤자 소용없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바로 이 책을 들기를 권한다. 모든 일에 부정적인 태도로 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생각외로 나는 괜찮겠지? 라고 하는 많은 분들이 나 처럼 은밀한 무기력증에 걸려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저자가 용기를 내서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다는 점이다. 저자 역시, 심각한 무기력증에 걸렸었다고 한다. 장거리의 출퇴근, 임신 중 스트레스,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심지어 극단적인 생각...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펼쳐지는 무기력한 상황을 맞딱뜨려야만 했다고 한다. 결과는? 저자는 승리했다. 그 승리의 노하우를 알기에 지금은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뛴다고 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저자가 자신의 제자와, 자녀에게 남긴 편지를 읽어 보면 안다. 편지를 읽으니 괜시리 눈가가 촉촉해지더라... 내가 청춘일 때 저자와 같은 멘토를 만났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날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많은 청춘들이 왜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원하는지, 위로에 목마른지 알겠더라.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앞으로 닥쳐올 미래를 견대내야 할 내 딸에게 해주는 편지 같아서일까...너무 공감이 되었다. 내 딸이 글을 알고, 세상을 조금 알게 될 때 저자의 편지를 인용해 들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 책을 많은 경영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반 평사원보다 몇 배는 더 큰 스트레스를 견뎌야 할 경영자들은 무기력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영자들의 맹목적인 신념 때문에 무기력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었다. 대체로 경영자들은 성공할 거라는 믿음, 결단코 실패할 리 없다는 믿음만 생각할 뿐 이다. 눈앞에 닥친 현실(이를테면, 무기력에 빠진 직원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외로 무기력에 빠진 직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창의적인 일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기계처럼 일하는 직원들은 점점 무기력에 빠지고, 타성에 젖기 쉽다. 특히 우리나라 처럼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성과를 향해 밀어 붙이다 보면 "하면 된다"가 "해도 안 되더라"라고 변하면서 무기력을 양산하기 쉽기도 하다. 신입사원이 자기 역할을 하는데 최소한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 전에 가능하긴 해도, 지치기 쉽다. 그럼에도 경영자들은 재촉하기 바쁘다. 오로지 성과가 인격이고, 실력이다. 우리나라 생산성은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미국보다 생산성이 높은 일본 기업의 비결이 무엇인지 아는가? 일본 기업은 정해진 시간 외에는 일을 하지 않고, 근무 시간과 휴식시간을 엄격하게 구분한다고 한다. 시간과 성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당장은 귀에 거슬려도 멀리 보면 공감 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得樹攀枝無足奇 懸崖撒手丈夫兒"

득수반지무족기 현애살수장부아

'가지를 잡고 오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되, 벼랑에서 잡은 가지 마저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가히 장부로다'라는 뜻이다. 버리는것, 끝내는 것을 두려워하면 우리는 단숨에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대해 연연하지 말자. 훌훌 털어버리자. 그리고 미래를 보자. 지금까지 기회가 없었다 해도, 인생이 불운 투성이었다고 해도, 앞으로 계속 그렇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인생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순간의 화이팅으로 잠시나마 무기력한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끝은 아니니 안심하지 말자.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족쇄를 완전히 끊고 말뚝을 뽑지 않는 이상 무기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차하면 또 무기력에 빠진다. 중요한 것은 태도와 의미다. 어떤 태도로 문제를 직시할 것인가? 어떤 의미를 부여해 상황을 돌파할 것인가? 아마 삶의 돌파구를 찾는 방법을 이 책, 문제는 무기력이다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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