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람을 얻는가 - 초한지 유방의 인재경영 리더십
신상이반 지음, 하진이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뒤늦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았다. 저잣거리 광대에서 하루아침에 왕 역할을 해야 했던 하선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는 감독의 메시지였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광해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참 리더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그 누구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 왕의 대역, 광대 하선의 리더십이 빛이 난다. 비록 저잣거리 광대지만,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하선은 알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을 다해 대하는 하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진심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얻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래 저게 바로 리더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하선을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던 도부장과 사월이의 모습을 보니 진심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껴졌다. 냉혈한으로 비추어지던 허균도 끝내는 하선의 모습에 감복하고 절로 고개를 숙이더라...  명 장면이었다. 나도 모르게 하선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싶을 정도였으니... 

 

 

사실 나처럼 광해의 하선 같은 리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초한지의 유방은 그리 반가운 리더는 아니다. 천하의 항우를 자결시키고 천하를 통일한 유방이지만, 때로는 리더의 자질이 의심되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적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수레에서 자녀를 던지는 모습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천하통일의 일등공신인 한신을 후한이 두려워 팽(烹)하는 리더 유방의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후대는 첫 번째 모습을 놓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했다고 평가한다. 자녀를 던지는 모습이 진심이 아니었을지언정 진짜 이 방법밖에 없었을까? 혹시라도 항우가 자녀들을 죽였다면? 역사는 어떤 평가를 했을까? 항우가 통일을 했다면, 자신의 목숨을 위해 자식을 버린 비정한 아비 유방이라고 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한신의 토사구팽을 두고, 영웅은 때로는 뻔뻔해야 된다는 평가다.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한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두고 통일의 일등공신인 한신을 가차 없이 대하는 유방의 모습은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한신을 버린 유방의 모습은 지금이라도 평가절하해야 한다. 이 모습을 인정한다면, 그 누가 리더의 본심을 알기 전까지 최선을 다할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읽은 <어떻게 사람을 얻는가>라는 책은 충분히 재미는 있었지만, 공감하고 싶은 부분과 공감하고 싶지 않은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어떻게 사람을 얻는가> 속에는 타고난 인복(人福)으로 천하를 얻은 유방이 어떻게 사람을 얻고 천하통일을 이루어 가는지 보여준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최상의 성과를 내는 리더 유방의 모습은 많은 분들이 배워야 하는 모습이었다. 잘 모를 때는 잘 모른다고 인정을 하고 겸손하게 귀를 기울이는 자세도 보기 좋았다. 무지한 리더의 고집은 조직의 몰락으로 이어짐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방의 모습 중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필요 이상으로 속마음을 숨기고, 때로는 뻔뻔하고, 매몰차게 행동하는 모습이었다. 저자는 이 뻔뻔함을 자신감이라고 했다. 번역의 실수라고 하기보다는 저자의 판단 미스가 아닐까 싶다. 뻔뻔함은 리더들이 버려야 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지나친 자신감은 조직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반복되는 실수를 뻔뻔함으로 무마한다면, 힘들게 얻은 인복도 떨어져 나가는 게 비즈니스 현장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유방은 진중함이 부족했다. 최선의 고민을 한 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는 건 어쩔 수 없다만, 무조건적으로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한신의 결과는 두고두고 안타까운 유방의 실수가 아닐까 싶다.

   

어찌됐든 우리는 역사의 1등만 기억한다. 1등은 누가 뭐라 해도 유방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상대가 항우라는 대진운도 따랐다고 평가하고 싶다. 유방이 삼국지의 조조를 상대했다면 어찌됐을까? 볼만했을 것 같다. 많은 동양인들이 중국의 기틀을 잡은 유방의 리더십을 통해 리더십을 배우고자 한다. 몇 가지 흠이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건달 유방을 목숨 걸고 따랐던 인재들을 보면, 유방의 리더십이 성공적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결론은 진심 어린 관계다. 숫자가 인격이고 품격인 비즈니스 현장은 싫다. 사람이 인격이고, 사람이 성과인 비즈니스 현장을 원한다. 비즈니스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영자의 인재관리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잃어도 상관없다. 직원들만 내 곁에 있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회사를 세울 수 있다. 회사는 남고 직원들이 떠난다면 나는 영원히 재기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리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책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비즈니스 현장에 적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리더는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뺄 거는 빼고, 더할 거는 더할 때 우리가 원하는 리더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초한지 인물뿐만 아니라, 조조, 제갈량 같은 삼국지 인물들도 등장하고,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적용된 리더십 사례들도 재미있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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