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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리플레이
미시나 가즈히로 지음, 현창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1주기가 다가옵니다. 실망스러운 아이폰5 때문인지 잡스가 더 그리운 초가을입니다. 저는 상당히 잡스를 좋아합니다. 그가 창조해낸 혁신적인 제품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정신력이 그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가 세상을 놀라게 한 맥킨토시,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제품들은 단 한번 만에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수 많은 실패가 있었기에 성공이 가능했습니다. 아이폰4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잡스는 이런 성공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히 말했습니다. “우리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실수를 합니다. 단지, 우리는 실수를 빨리 알아내기 때문에, 세상에서 고객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최고의 회사가 된 이유 입니다.” 라고 말입니다. 이처럼 잡스가 실패를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은, 수 없는 실수와 실패가 성공을 약속한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들에게는 최적화 된 PC 였지만,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게 시장에 나와 사장되어버린 ‘리사’가 있었기에 ‘맥킨토시’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을 앞선 상상력 때문에 실패한 ‘Rokr’폰이 있었기에, 아이폰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리사의 실패 때 잡스가 포기하거나 실패의 원인을 잘못 찾았다면, 아마 세상에는 맥킨토시가 아예 없거나, 더 늦게 나왔을 겁니다. 이런 집념의 경영 스타일은 경영을 떠나 오늘날 많은 영역의 사람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환경이 변하면 삶의 목적들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고객들의 니즈(needs)도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런 변화들은 새로운 필요를 불러일으키고, 이런 니즈를 최초로 정복하는 기업은 승자가 됩니다. 이 공식을 정확히 알고 있던 CEO 중 한 명이 바로 스티브 잡스 입니다. 언제나 고객 지향적이었던 잡스는 애플 CEO로 복귀하며 심각한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5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10개로 축소시키고 전투모드로 돌입합니다. 그리고 전 직원을 모아놓고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라!) 비전을 제시합니다. 판매와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 고객의 니즈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과감히 포기합니다. 그리고 계속된 실패를 거울삼아 마침내 세상을 놀라게 할 제품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오늘날의 경영 환경도 이와 매우 비슷합니다. 소비자들의 니즈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기업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갑니다. 1등과 2등의 격차는 크지 않습니다. 영원한 1등 또한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성급한 기업들은 고객들의 니즈를 무시한 채 판매와 성장에 맞춘 경영전략으로 기업을 존폐의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시기 적절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것 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비전을 성취하는 데는 적절한 경영전략을 수립하여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경영자와 경영전략가들이 흔히 실수 하는 것 중 하나가 잘된 전략, 성공한 전략 등을 벤치마킹이라는 함정에 빠져 무차별적으로 도입한다는 것 입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실패하고, 실수를 반복 하게 됩니다. 성공적인 경영전략이 모든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실패의 전략을 되짚어보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전략 리플레이’ (저자 미시나 가즈히로)는 눈 여겨 볼 만한 책 인 것 같습니다. 전략 리플레이는 일본의 179개 기업들이 선택한 전략들 중 실패한 전략들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조교수 출신의 저자가 실패의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한 책입니다. 남들이 성공한 전략에 매달리기 전에 경영 실패사례를 되새겨 보는 것이 전략의 수립과 실행에 기초가 되며, 최상의 자기전략을 찾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시간에 촉박한 CEO와 실무진들이 최단 시간에 꼭 필요한 경영사례를 공부할 수 있도록 잘 정리를 해두었습니다. 알프레드 챈들러의 전략 분류에 따라, 국제화, 다각화, 수직통합 등 세 부분으로 분류해 놓아서, 전략을 쓰기 전에 찾아보기 쉽게 깔끔한 오답노트 한 권을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 느낀 점은, 새삼 경영인들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지 공감하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경영자도 인간인지라 한계가 있더군요. 빠른 시간 안에 일을 처리해야 되니, 판단의 미스는 당황스러운 것 들도 많았습니다. 해외지사 설립과 지사직 파견에 경력과 전공을 무시한 채 사회적 명성에 의지한 지사 파견으로 첫 지사 설립을 완전히 망친 사례로 있었습니다. 아마 천하의 잡스도 뜬금없는 지역에서의 성공은 어려웠을 겁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 시대를 앞서는 성공, 다른 기업들이 따라 하고 싶은 우월한 전략을 만들고 싶으십니까? 이런 일들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실패를 해석하고 왜 실패했는지 지속적으로 되물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고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기 위에 무엇이 부족하였는지 늘 고민하던 스티브 잡스의 열정과 우리와 유사한 환경에 있는 일본 기업들의 실패들을 통해 접근해 보는 것을 어떨까요? 왜 실패했는지 빠르게 진단하지 못한 채, 때로는 실패한 프로젝트의 원인을 사람에게만 돌려 면직 등의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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