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드렌트에 살던 시기 그는 테오에게 "누군가 좀 더 위대해지고 싶다면, 반드시땅으로 내려와야만 한다. 그러니 너도 이리로 와서 드렌트의 대지에 씨를 뿌리고 짝을틔워라(1883년 10월 28일 테오에게 보낸 편지)"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때 목사가 되겠다는꿈을 꾸었던 빈센트에게 ‘땅에 씨를 뿌리는 자‘는 곧 하나님의 말씀을 세상에 뿌려 그결실을 기대하는 자로 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막 기울기 시작한 해는 마치 종교화속 성자의 머리를 두르고 있다가 떨어져 나간 후광처럼 보인다. 농부는 복음의 씨앗을뿌리는 예수로 읽을 수도 있다. 혹은 빈센트 자신이 캔버스라는 너른 대지에 거칠고 두터운 붓질로 노랑, 파랑, 하양, 보라의 색을 뿌리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캔버스가 품었던 그의 찬란한 물감들이 어둠을 뚫고 자라나 제대로 결실을 맺기 훨씬 전, 그는 삶을마감해야 했지만, 아직은 절망보다 희망이 더 짙었던 아를에서의 시절, 그는 어쩌면 그림 속 저 농부처럼 경쾌하고 힘찬 발걸음으로 들판을 거닐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