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피터래빗 저격사건

피터래빗 저격사건 ㅣ 랜덤 시선 5
유형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시인이 복간의 전제조건인 전출판사 재고분을 떠안지 못해 창고에 쌓여있는 슬픈 운명의 시집. 다분히 감각적이고 내향적인 성향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시집. 도발적이고 급진적이지는 않지만 무료할 때 한 번씩 읽으면 사뭇 주변이 달라져 보임. 임신기간에 썼던 탓인지 촉이 예민하기 그지없다.

[100자평] 다쥐보그의 손자들

다쥐보그의 손자들
이덕형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2년 9월

분량에 비해 과한 가격에 한 번 놀라고, 상대적으로 왜소한 판형에 두 번 놀라고. 딱 한 학기 대학 교양 개론서 수준의 가벼운 책. 접하기 힘든 러시아 신화 소재라서 내심 기대했는데 정작 희소성에 가치를 둘 수 밖에 없는 내용.

[100자평] 인간의 조건

인간의 조건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11
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2월

개념어를 비트는 아렌트의 특성상 정확한 번역이 어려움은 이해한다. 초판에 비해 문장이 구조가 다소 정돈되고 의미를 풀어 쓰는 식으로 변했지만 전체적으로 비문은 여전하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초역자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 비교대상이 되는 타역자의 판본이 필요한 책.

[100자평] 미국 패권의 역사

미국 패권의 역사 - 바다에서 바다로
브루스 커밍스 지음, 박진빈.김동노.임종명 옮김 / 서해문집 / 2011년 12월

대서양과 태평양을 두고 양수겸장하며 세력을 팽창하는 미국을 내부자의 외부자적 시각으로 본 명저. 저자의 열정이 절로 느껴지는 분량의 압박. 세월의 흐름으로 인한 상식화로 다분히 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음. 출판사에 반품이나 재고 문의를 해봄이 좋을 듯.

[100자평] 지중해 삼국지

지중해 삼국지 - 고대 그리스와 로마제국 사이 헬레니즘 세계
김승철 지음 / 알트 / 2013년 3월

절판 중에 품절도서 의뢰로 비로소 읽게 된 반가운 책. 군웅할거로만 스쳐 지나가던 디아도코이들의 면모를 다룬 흔치않은 내용이라 더욱 몰입이 됨. 저자가 마니아인 관계로 학술적 엄밀성에서는 다소 떨어질지 모르나 신선한 소재 선정과 밀도있는 전개로 역사물의 블루오션을 개척한 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