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절해졌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부터 튀어나오기 시작한 갑자기 등장한 캐릭터의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는 서술은 너무 친절해서 이 작가가 은희경인지 아니면 은희경과 아주 비슷한 노작가인지 알 수가 없게 한다. 박민규와 김영하가 그랬듯 과거의 은희경도 죽었다. 나이가 드니 노파심까지 느는 모양이다. 멸시에서 보였던 과거의 날선은희경스러움과 원숙미의 조화에서 느껴졌던 균형감이 이 소설집에선 추락하는 시소를 보는듯 파열되어있다. 너무 아꼈던 사람이기에 지금이 순간에도 포기하기 힘든가보다. 자신의 손으로 지금의 자신을 죽이고 뽑아내은 손톱으로 새로운 은희경으로 돋아나와 다시금 날선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