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다니엘 튜더 지음, 김재성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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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거리두기, 비대면, 격리... 와 같은 부정적 어감의 단어들이 언제부턴가 일상어가 되어버렸다.


사실 우리는 그 전부터 외로웠다. 단지 그 외로움을 드러내지 못했고, 공론화하지 못했을뿐. 우리는 다른 것들로 내면의 허기를 그때 그때 떼우듯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그 외로움이 완전한 '결정체'가 되어 우리 삶에 슬며시 고통을 드리운 것 같다. 코로나라는 불씨로 인해서 말이다.






내 나라에서 모국어를 쓰며 살아가는 우리도 이렇게 외로운데 파란눈의 이방인이 겪은 2020년은 과연 어땠을지 궁금했다.

다니엘 튜더. 

스스로를 고독한 이방인이라 칭하는 그의 삶을 이 책에서 슬쩍 엿본것만 같다.

진솔하고 사려깊은 그의 글들을 읽으며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수줍고, 서툰 그의 모습에서 여전히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에 젬병인 내 모습을 보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외로움이라면 빠지지 않는, 외로움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 없었다.





이 책은 다니엘 튜더가 걸으며, 생각하며, 관계맺으며 떠올린 단상들로 이루어진 에세이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이 현대인들의 관계, 삶에 대한 태도와 지혜, 외로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나라 영국에서 온 그는 의외로 '공동체'라는 단어를 해결책으로 내세운다. 결국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 

외로움의 원인은 감정과잉도 일시적 호르몬 변화도 아닌, '단절'에서 오는 것이고 그렇기에 외로움을 해갈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연결'뿐이다.


참 당연한 진리인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은 요즘, 우리는 각자의 외로움을 숨기거나 위장하는 대신 공론화하고 드러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외로움과는 별개로 그의 문장들중 너무 좋았던 부분을 발췌해본다.


'내가 지금까지 내린 결정 중 현명했던 것들은 "도대체 왜 그걸 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받고서도 끝내 그러기로 결심한 것들임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단연코 가장 잘한 일인 한국으로의 이주도 그중 하나이리라. 삶이란 결국 긍정적으로. 그리고 조금은 대담하게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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