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의 자리로 - 그 나라를 향한 순전한 여정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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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노 서포터즈의 마지막 도서. c.s.루이스의 '신자의 자리로'. 아쉬운 마지막이지만 너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선정되서 반가웠다.

이 책은 기존 c.s.루이스의 전작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엮어만든 모음집이다. 주제에 맞춰 짤막하게 쳅터가 구분되어 있고, 한 번쯤 고민해봤을 신앙적 주제들에 루이스의 친절한 답을 듣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어 읽는 동안 편안함을 느꼈다.

신자는 모름지기 '영적'활동에 24시간을 바쳐야 하는가?, 품기 힘든 '문제적 그 인간'이 있는가?, 어떻게 자기를 사랑하면서 부인할 수 있는가?

등등...

쉬울 것 같으면서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애매하고 예민한 문제들에 c.s.루이스만의 명쾌하고 시원한 답을 읽으며 내내 감탄했다.

어쩜...
이 책은 서평이 아니라 필사를 하는게 더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의 해묵은 논쟁, 구원을 이루는 것은 믿음이냐 행위냐에 대한 너무도 명쾌한 대답.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빌2:12-13)

구절의 앞부분만 보면 모든 것이 우리와 우리의 선행에 달려 있는 것 같지만, 뒷부분으로 가면 하나님이 다 하시고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는 기독교에서 종종 부딪치는 역설인데, 난감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p21)


정말 신자다운 삶을 살기 원하는 구도자에게 믿음, 혹은 행위 어느 한 쪽만 강조하는 말씀은 사실 반쪽짜리에 불과할 것이다.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삶의 변화가 없는 구원이 진정한 구원이라 할 수 있을까.


구원을 이루어간다는 말이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루이스의 말처럼 한 번 태어나 생명을 가진 존재라고 해서 음식을 먹거나 생존에 필요한 일들을 하지 않는다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예로 생각해보니 쉽게 이해가 됐다.



인상적인 챕터가 있었다.

'어떻게 자기를 사랑하면서 부인할 수 있는가?'

기독교 교리의 핵심이 자기 부인인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는 또 하나님의 형상인 스스로를 사랑하고 귀히 여긴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루이스의 한 문장으로 깨끗하게 정리가 됐다.

"그리스도인은 자존심의 아우성에는 끝없이 맞서 싸워야 하지만, 자아의 죄가 아닌 자아 자체는 긍정하고 사랑한다"(p68)

 
자기를 사랑하되, 자존심과 자아의 잘못된 욕망은 부인해야 한다는 것.




신앙이란 이성에 맞서 싸우는 것인가?

얼핏 믿음과 신앙의 영역을 비이성적으로 치부하는 시각에 대한 명쾌한 답변.

믿음은 이성과의 싸움이 아닌 보이는 것과의 싸움이라는 사실.
믿음을 공격하는 것은 당신의 오감과 상상이다. (p73)

정말 그렇다. 내 믿음이 연약해질 때는 늘 두려움과 낙심의 감정에 빠졌을 때였다.
내가 헛된 것을 붙잡고 말도 안되는 희망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 때였다.

우리의 신앙이 흔들릴 때는 진정한 논증으로 공격당할 때라기보다 신앙에 개연성이 없어 보일때다.(p73)

그래서 믿음을 기도로 구해야하는 것 같다.

믿음은 이성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의심과 권태와 냉담함에 맞서는 것이니 말이다.




책의 모든 구절 구절이 주옥같고 은혜스러웠지만, 특별히 마음에 깊이 남은 부분이 있었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이 책이 내게 위로와 답을 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루이스의 따뜻한 말들은 내 힘든 삶을 신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를 알려줬다.

"전에는 저도 고생과 슬픔이 '벌'이라는 말을 '잔인한'교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알고 보니 '벌'로 여기는 순간부터 오히려 고생을 감당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이 세상을 우리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곳으로만 생각하면 무척 견디기 힘들겠지만, 훈련과 교정의 장으로 생각하면 별로 열악하지 않습니다." ​(p172)


행복과는 거리가 먼 듯한 내 삶이지만, 그럼에도 견디며 감사할 수 있는 이유다.
이 곳은 나의 본향이 아닌, 나를 빚어가는 훈련과 교정의 장이기에. 나는 그 분의 뜻대로 더 아름답게 빚어져가면 되는 것이다.

훈련과 교정이 쉽고 편안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거니까.

그래, 난 어릴 때부터 쉬운 과제를 싫어했다.
아무나 쉽게 해낼 수 없는 어려운 과제, 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그런 과제를 이뤄냈을 때 큰 성취감을 느끼곤 했었다.

하나님은 그런 내 성향에 맞게, 내게 남들보다 좀 더 힘들고 어려운 훈련을 준비해놓으신 것 같다.

모든 것이 완성되는 그 날, 좋으신 아버지의 품에 안겨 편히 쉴 수 있겠지. 그 날을 기다리고 사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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