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두 개의 달 중 삼, 사, 오월의 봄을 이야기하는 시화집 봄.

봄은 언제나 두 가지 감정을 떠오르게 한다.

지난 겨울의 아쉬움과 새로운 봄의 설렘,

추운 고독의 계절을 지난 따스한 날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길지 않은 봄에 대한 때 이른 걱정까지.

첫사랑의 아련함이 떠오르기도 하고, 바람마저 다정하다는 다감함이 떠오르기도 하는 봄.

마냥 설레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프게 하는 계절 봄.

그런 봄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만나 보았다.

삼월.

포근한 봄 졸임이 떠돌아라

고뇌하는 시인 윤동주의 글을 읽노라면 언제고 마음 한구석이 아련하고 싸르르 해진다.

'봄은 다 가고-동경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포근히 졸고 싶은 봄날, 시대적 상황 때문에 맘껏 봄도 느끼지 못했던 그가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는 말이 너무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월.

산에는 꽃이 피네

아직 남았던 찬 기운도 완전히 사라지고 완전한 봄의 옷을 입은 사월.

'벚꽃잎이여

하늘도 흐려지게

흩날려 다오

늙음이 찾아오는

길 잃어버리게.'

-아리와라노 나리히라-

흐드러진 아름다운 벚꽃을 보며 늙음이 길 잃어버리게 날려달라니!

사월의 봄을 노래하는 시인들은 여러 아름다운 어휘로 우리를 흔들어놓는다.

떨어지는 꽃을 보면 괜시리 설웁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봄은 간다, 김억-

봄의 새로움이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행여나 봄인가 하고 반가운 듯 두려운 듯' -새 봄, 조명희-

오월.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다정히 부는 봄바람을 그리도 느껴보고 싶었던 아픈 시대의 시인 김영랑. 이름조차 봄 분위기 한껏 풍기는 그는 그토록 간절히 봄을 기다린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을 읽노라면 설레면서 두렵고, 달콤하면서 아쉽다.

사계절의 모두 아름답지만 유독 짧게 느껴지는 봄이란 계절의 특성에 더욱더 그리 느끼기도 하겠지만

추운 시절을 이겨낸 자랑스러움에 뿌듯하다가 다가올 뙤약볕에 지래 겁먹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시를 자주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맘때쯤이면 시가 읽고 싶어진다.

벚꽃이 피고 저 꽃이 지기 전엔 꼭 읽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지는 지금,

너무도 예쁘게 만들어진 시화집 한 권에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가라앉다를 반복했다.

감각적인 책 소개와 시를 더 돋보이게 하는 천재 화가들의 명화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완벽한 봄의 시화집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그림 찾기 : 종합편 집콕놀이
별별공작소 엮음 / 소울키즈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콕 놀이 시리즈 '다른 그림 찾기'.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많이 찾게 되었다.

하지 않던 뜨개질이라든지, 보석 십자수, 퍼즐 등 여러 가지 들에 도전을 하고 아이들은 특히 온라인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학교도 등교하는 날이 며칠 되지 않고, 밖에 나가는 시간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도 쉽지만은 안은 일.

이럴 때 딱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사실 다른 그림 찾기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접하게 된다. 한두 개 하고 나면 너무 재밌어 또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책으로 접하며 정말 원 없이 했던 것 같다.

다들 아는 것처럼 다른 그림 찾기는 굉장히 단순한 원리다. 비슷한 두 개의 그림을 놓고 말 그대로 다른 그림을 찾는 건데, 이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솔직히 아무리 쉬워 보이는 것도 막상 찾다 보면 한두 개는 잘 찾아지지 않아 애를 먹는다.

이런 원리가 산만한 사람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어렵지도 않은 그런 책.

하다 보면 은근 흥미가 돋아 꽤 오랜 시간 집중해서 책을 보며 찾게 된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장점이라면 다양성이다. 다른 그림 찾기 하나만 있는 게 아닌 퍼즐, 조각 맞추기, 미로 찾기 등 조금씩 다른 방식의 것들을 수록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코로나 시대, 집에만 있는 아이들이 인터넷 게임이나 영상으로 치우치기 쉬운 요즘에 정말 안성맞춤인 '다른 그림 찾기'.

재미와 동시에 집중력, 관찰력, 기억력을 모두 성장시켜 몸과 함께 두뇌도 성장하게 해주는 '제대로 된 두뇌 트레이닝' 책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혼당 1 - 기억을 주면 소원을 이뤄주는 잡화점 황혼당 1
기리타니 나오 지음, 후스이 그림, 임희선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혼당이란 제목을 듣는 순간 모두가 그렇듯 전천당을 떠올렸고 같은 저자가 아님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너무도 열광하는 히로시마 레이코의 전천당과 십 년 가게를 읽고 보게 된 황혼당.

아이들의 판타지 소설로 전체적인 느낌은 비슷하다였고 그럼에도 아주 재밌게 읽었다.



총 8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황혼당. 각 이야기는 단편처럼 구성되어 있어 조금 나이가 어린 아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그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황혼당은 기억을 주면 소원을 이루어주는 잡화점이다.

스마트폰을 꼭 가지고 싶던 아이 리사.

하지만 역시나 엄마는 단 칼로 거절. 속상한 마음에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로 가지고 싶은 스마트폰.

그런 리사의 눈에 황혼당이라는 잡화점이 보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리사의 눈에 확 들어온 건 이름 스티커.

자기가 가지고 싶은 물건에 스티커를 붙이면 자기 것이 되는 아주 특별한 스티커.

이름 스티커를 사기 위해 황혼당 주인은 돈이 아닌 '기억'을 요구한다. 이름 스티커에 혹한 리사는 기억을 주고 이름 스티커를 샀다. 그 이름 스티커는 정말 대박 효과였고 그 덕에 가지고 싶었던 파우치도 가졌다.

그때 어떤 아저씨들이 리사를 데리고 차 안으로 갔다. 리사는 너무 무서웠고 아저씨 들은 리사를 놀려댔다. 그때 알았다. 리사에게는 사라진 기억이 있다는걸. 그리고 그 기억 속엔 그들이 있다는 것을.

황혼당은 이렇게 소원을 이룰 때면 기억이 사라지는 각기 다른 8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사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다.

그 속에서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교훈까지 들어있으니 참 괜찮은 구조다.

흥미와 교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재미있는 이야기, 황혼당의 두 번째 책도 기다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십 년 가게와 마법사들 1 - 트루, 다시 만드는 마법사 십 년 가게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아이가 가장 푹 빠진 작가라면 아마도 히로시마 레이코 인것 같다. 판타지 세계로 독자를 이끌며 이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전천당과 십년가게 시리즈로 재미는 이미 입증했기에 새로 나온 책도 기대감을 안고 집어 들었다.

이번 책은 기존 책보다 좀 더 어린아이를 위한 책인 느낌이다. 글씨도 크고 두께도 더 얇아졌다.

그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 가게의 주인공은 십년가게에서 나왔던 트루님이다.

망가지거나 고치고 싶은 물건을 새롭게 고쳐주는 가게의 주인인 트루.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가는 돈이 아닌 필요 없는 물건을 주면 된다. 즉 물물교환 같은 것이다.

십년가게의 손님 카나.

카나는 쓸데없는 잡동사니를 창고에다가 많이 모은다.

지저분한 창고를 정리하기 딱 좋은 날씨가 되자 정리를 시작하려는데 결혼 기념 선물로 장모님께 받은 접시세트가 있다. 옆에 꽃도 가득하고 보기에는 정말 이뻐 보였지만 음식을 담으면 음식이 맛없어 보이기 때문에 2~3 번 정도 쓰고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결혼 기념 선물을 버릴 수는 없는 일.

고민에 가득 차있을 때 화려하고 실이 가득 있는 문을 열자 아주 화려한 옷차림의 할머니 한 명이 있었다. 그녀는 새롭게 물건을 바꾸고 싶은 것을 알아봤고 카나는 이 사람이 마법사라는 것을 알았다.

카나는 자신의 아들이 가지고 놀던 다리가 부러진 목마를 주자 트루는 그 접시세트를 예쁜 꽃으로 바꿔주었다.

다음 손님 미아.

여섯 살 소녀 미아는 몸이 약한 남동생 쿠트의 선물을 사려고 과자가게 제비뽑기에 도전했지만 빈털터리가 됐다.

돈도 없어 속이 상해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걷다가 십년가게를 발견한다. 안에는 백화점처럼 많은 물건이 있었지만 가격표가 없다. 돈이 없는 미아가 나오려 할 때 트루가 나와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주면 여기 있는 물건 중 하나를 가져갈 수 있다고 하자 제비뽑기에서 뽑은 배지를 꺼냈다.

트루에게 그것을 건네고 미아는 태양이 있는 모빌을 동생 선물로 골라 선물을 해주었고 그 모빌을 덕분에 동생은 천문학자가 되었다.

십년가게는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방문을 한다.

이런 사연들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결론적으로는 선한 것은 선함으로 간다는 교훈까지 준다.

흥미로운 설정과 내용 덕에 독자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다음 이야기를 또 기다리며 또 다른 마법을 꿈꾸게 하는

십 년 가게와 마법사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 역사가 되다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맨스 실화 소설 '사랑, 역사가 되다'.

책에는 일곱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고 이 이야기는 일명 세기의 사랑이라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다.

틀린 사랑은 없고 다른 사랑만 있을 뿐이라는 책 소개를 믿고 어떤 다른 사랑 이야기가 존재할지 책을 펼쳤다.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서 사랑해 주세요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빅토리아시대의 영국 시인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는 시한부 생을 선고받을 만큼 몸이 약했고 서른아홉의 나이까지 약한 몸 때문에 집에서만 생활하던 미혼의 시인이었다. 그런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에 빠진 로버트 브라우닝.

처음 로버트의 구애를 그녀는 거절했다. 6살 연상에 질병, 집안의 반대, 가난 등 거절의 이유는 너무도 많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십의 나이에 비밀 결혼을 하며 이탈리아로 사랑의 도피를 하는 그들.

매 순간이 꿈과 같고 기적의 날들로 변하게 한 사랑.

사랑의 힘으로 그녀는 아이도 낳고 기대보다 더 긴 인생을 살며 최고의 사랑꾼답게 사랑의 시도 많이 남기게 된다.

제가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

제 모든 숨결과

사랑스러운 웃음과

기뻐하고 힘들어하면서 흘린 눈물과

그리고 제 모든 삶을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하얀 웨딩드레스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하노버

하얀 웨딩드레스의 기원을 만든 빅토리아 여왕. 그녀는 왕실의 검소함과 절제를 보여주고자 흰색의 웨딩드레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은 세기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아이러니하게도 첫 시작은 정략결혼에 가까웠다.

외사촌이자 독일인이 앨버트 대공과 스물의 나이에 결혼을 하는데, 앨버트는 결혼하며 능력을 펼칠 기회를 잃게 된다. 그들은 많은 부분에서 대립했고 덕분에 처음 결혼 후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에 반대할 유일한 사람이 그라는 것을 알고 점점 그를 믿고 의지하게 되며 그들은 단순한 부부관계를 넘어 정치적 동반자로 함께 하게 된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왕이 되어 입헌군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앨버트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그녀는 왕실의 변화를 주도했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 흔한 일인 데다 그리 힘들 것도 없다.

하지만 죽도록 사랑하면서 결혼생활을 하는 건 어렵고 힘들다.'

비록 죽도록 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지만 여왕이란 지위와 여왕의 남편으로 밖에 불릴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랑이 더 굳건해지는 건 대단한 일임엔 틀림없다.

남편인 앨버트가 죽고 곳곳에 그의 흔적을 남기려고 애쓴 빅토리아. 하지만 그럼에도 시종인 존 브라운과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니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마지막 편지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으로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 영화나 다른 책에서 많이 인용되기에 언제나 친숙한 작가로 인식되지만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이 독자가 읽기엔 너무도 불친절한 기법이고 집중하기도 쉽지 않아 실제 그녀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다.

버지니아는 어린 시절 이복 오빠들에게 당한 성추행, 자유를 갈망하던 그녀의 성격과 반대인 시대적 분위기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으로 인해 사춘기 시절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오빠 친구였던 레너드가 그녀에게 청혼하자 두 가지 조건을 내건다.

성관계 하지 않을 것 그리고 자신을 위해 공무원이란 생활을 포기할 것.

보통 사람이 들었다면 너무도 황당해 절대 수용하지 못할 조건임에도 레너드는 그것을 받아들이며 그녀와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매일 그녀의 생리주기와 몸무게를 체크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그녀를 신경 쓰고 애정을 쏟는다.

그 덕분에 버지니아는 많은 글을 남겼고 비록 마지막을 스스로 강으로 걸어들어갔지만 죽는 순간까지 그에게 편지를 남길 만큼 그를 향한 마음은 사랑이었다.

'강으로 걸어 들어가면서도 그녀가 걱정한 건 단 하나였다.

그녀가 없는 세상, 우리의 편견 속에 홀로 남겨져 고통받아야 하는 레너드......'

정말 현실에서 있기 힘든 사랑이라 생각되지만 버지니아는 동성애 관계를 가졌었고 레너드는 그녀가 자살한 뒤 공예가와 연인이 되었다고 한다.

*심프슨 블루- 배시 윌리스 워필드 스펜서 심프슨 원저 공작부인

세기의 사랑이란 수식어가 가장 어울리는 커플이라면 아마 윌리스와 에드워드 8세의 사랑이 떠오를 것 같다.

두 번의 결혼 경력이 있는 윌리스와 영국 황태자 에드워드 8세. 윌리스를 받아들이지 않는 황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는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킨다. 결국 왕이 되었음에도 사랑하는 여자를 왕비로 인정해 주지 않고 배척하자 그는 왕위를 포기하고 윌리스를 선택한다.

"나는 당신을 차지하기 위해 하찮은 이득을 포기했소"

소설 속에나 나올법한 얼마나 로맨틱한 이야기 인가!

하지만 사랑을 위해 왕위까지 버린 에드워드에게 사람들은 희생적 사랑의 대명사라며 열광했지만 두 번이나 이혼한 그것도 유부녀인 상태에서 황태자를 만났던 윌리스에게는 완전히 가혹했다.

유부녀에 뛰어난 미모의 여성이 아님에도 자신을 사랑했던 황태자.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던 남자가 준 큰 사랑을 받았던 윌리스는 분명 행복했겠지만 그런 모든 것의 반대 급부로 평생 그녀에게 짐이 되었던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죽는 순간까지 영국에 가지 못했던 에드워드 8세는 죽어서야 비로소 왕실 가족 묘지에 묻히게 되고 윌리스도 에드워드 8세 옆에 윈저 공작부인, 윌리스란 이름으로 묻히게 된다.

*세상에 없는 아이 -가네코 후미코

일본의 아나키스트이자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

그녀는 무적자인 상태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열아홉에 박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무정부주의자였던 그녀지만 박열을 사랑하게 되며 그의 독립 둔동을 지지하게 되고 그의 나라 조선까지 사랑하게 된다.

둘은 같이 수감이 되고 그녀에게 전향을 요구하며 감형해 준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같은 형을 달라 목소리를 높인다. 결국 사형이 선고되고 그들은 감옥에서 혼인신고를 하며 정식으로 부부가 된다.

"나는 박열의 본질을 깊이 사랑한다."

-가네코 후미코의 마지막 법정 발언 중-

스물셋의 나이 감옥에서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 가네코 후미코. 마지막 순간까지 남편인 박열에 대한 사랑은 깊었지만 박열은 20년의 세월이 더 지나 출옥한 뒤 1년 후 열여덟 살 연하의 여인과 결혼을 한다.

그녀가 죽고 난 후 박열은 가네코의 기일날 이면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묵상하며 그녀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일 년 중 단 하루는 그래도 자신과 함께했고 그를 사랑해 죽음에까지 간 그녀를 기억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그녀의 사랑에 비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배신감이 드는 부분이다.

*아홉개의 화살 - 막달레나 카르멘 프리다 칼로 이 칼데론

멕시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

그녀는 6살 소아마비를 앓기 시작하면서 수십 번의 수술을 한다. 그럼에도 침대에 누워서도 그림을 그렸고 그 순간이 행복했던 프리다 칼로.

스물둘의 나이에 멕시코의 영웅이라는 디에고를 만난다. 스물한 살의 연상에 못생긴 외모 거기다 유부남에 복잡한 여자관계까지 있는 그를 그녀는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를 만나며 그녀의 사랑은 광적인 수준이 된다. 수도 없는 상처를 그에게 받으며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결혼 후에도 그의 바람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그녀의 동생과 불륜을 저지르는 등 끝없이 그녀를 괴롭힌다.

그에게서 벗어나고자 유부남을 만나기도 하고 어린 남자를 만나기도 하며 다른 사랑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디에고에게서 벗어날 수 없던 프리다.

그녀에게 사랑은 집착과 광기 그 어디쯤인 것 같아 보였고 디에고의 사랑은 뻔뻔한 이기심쯤인 것 같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았던 프리다 칼로. 이런 극한 고통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칭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무명 예술가 - 오노 요코

행위 예술가이자 반전 운동가인 오노 요코. 그녀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라나 자신의 전시회에서 비틀즈의 존 레논을 만난다.

작품을 보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그를 보고 그녀는 사랑에 빠졌고 딸과 남편과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커 못지않게 그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유부남이었던 존 레논을 이혼시키고 그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와 함께 하며 그녀는 끝없는 지탄을 받는다. 일곱 살 연상에 아이가 딸린 유부녀가 비틀즈의 존 레논과 사랑에 빠진 걸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아 그녀를 고통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다.

결혼 생활도 평탄치 않았는지 존 레논은 비서와 동거를 하며 그녀를 떠난다.

당연히 여기서 그녀의 사랑이 끝나야 맞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그의 어머니 역할을 자처하며 결국 그와 1년 후 재결합을 하지만 그들의 사랑 방식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들은 끝없이 각자 외도를 하며 그것을 용인한다.

전쟁같이 치열한 사랑을 한 그들.

스타와의 사랑은 실상은 많이 가혹했고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일곱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작가는 여주인공의 시점이 되어 이야기한다.

뒤편엔 실제 인물들이 사진과 설명이 수록되어 있어 그들의 실제 생활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기분이 든다.

정말 이런 지독한 사랑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처절하게,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줘가며 사랑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영원할 것처럼 떠들썩했던 사랑이 결국 한 사람이 먼저 떠난 후 얼마 있지 않아 또 다른 이와 연인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며 영원한 사랑이란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사랑이란 기적을 꿈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