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감각적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바가 명확한 동물농장 표지라니.
표지의 분홍 돼지는 한껏 성난 독재자 같은 모습이다. 표지만 봐도 동물농장을 읽은 사람이라면 표지가 주인공인 나폴레옹을 표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동물농장은 굉장히 오래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때는 그저 풍자소설이라는 것만 알았지 지금처럼 저자가 어떤 의도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 했던 것 같다.
짧은 분량의 우화 같은 이야기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소설이었고, 보통의 소설이 저자가 의도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에 반해 조지 오웰은 자신의 목적을 확실히 말하고 있다.
"동물농장은 내가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하려고 온전히 의식적으로 노력한 첫 번째 작품이다."
이렇기에 이 이야기를 단순히 우화로만은 절대 볼 수 없고 그의 의도대로 우리는 그의 정치적 목적을 살펴봐야만 한다.
이번 문예출판사의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이 쓴 초판본 서문 〈표현의 자유〉와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을 모두 수록하여 독자가 더욱더 확실히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게 했다.
존슨 씨의 매너 농장의 동물들은 존슨 씨 부부가 잠들면 모두 메이저 영감(12살 돼지)에게 모여든다. 메이저 영감은 인간이 사라진 뒤의 세상을 설명한다.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동물존중주의'라는 사상체계를 건설하는데, 그 중심에는 같은 돼지인 나폴레옹, 스노볼, 스퀼러가 있다.
어느 날 술 취한 농장 주인 존슨 씨가 먹이를 주지 않고 잠들자 동물들은 힘을 함해 봉기를 일으켰고 놀랍게도 그들은 승리한다. 인간을 몰아내고 동물만 있는 '동물농장'을 건설한 것이다.
처음의 시작은 공명정대해 보인다.
하지만 풍차 설치를 계기로 나폴레옹과 스퀼러는 스노우를 쫓아내며 그들의 군림이 시작된다.
그들은 이의를 제기한 동물들은 가차 없이 벌하고 지식이 있다는 이유로 지도자로 군림하며 개들을 이용해 공포정치를 시작한다. 그리고 무언가 잘못될 때면 모든 탓을 쫓아낸 스노볼에게 돌린다.
처음 동물들이 꿈꿨던 이상 세계와는 점점 멀어지는 동물농장.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더 평등하다.
풍차 건설은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고 그때마다 죽어나는 건 지도자 나폴레옹이 아닌 일반 동물들이었다. 결국 풍차는 건설되었지만 그들의 생활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고 지도자로 군림한 이들은 그토록 경멸하던 인간과 관계를 회복하기에 이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머지 동물들은 씁쓸할 뿐이다. 그것은 화해가 아닌 동물 간의 계급을 나누는 것이었고 독재자의 군림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