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부터 독자들에게 얼른 들어와서 함께하자고 꼬시는(?) 어쩌면 살짝 어리숙하고 우스꽝스러운 늑대의 모습에 먼저 미소가 들게 만듭니다. 여기 3마리의 늑대가 있습니다. 대장과 아마 그 졸개들인 것 같습니다. “왔어?”라고 대장인 듯한 늑대가 불쑥 나와 인사를 건네줍니다. 자기한테 유리한 규칙만을 내세워 순진하고 귀여운 동물들을 괴롭힙니다. 어렸을 적 규칙을 정하고 게임이나 운동경기를 하면 늘 그런 친구들이 꼭 있었죠? 하지만 여기 나오는 늑대들은 이상하게 정이 듭니다. 약간은 어수룩하고 ‘나홀로 집에’에 나오는 바보도둑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들게 합니다.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은 작가의 그림체가 한목한다고 생각합니다. 배경은 최소화하고 등장인물들 위주의 그림, 동물들을 우스광스럽게 묘사한 점은 우리 민화의 그것과 비슷하나는 생각이 들게도 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들이 너무 많습니다. 줄넘기, 독보적 캐릭터, 전형적 권선징악의 스토리라인 등 이런 요소들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줄넘기 놀이를 즐겨 했었던 어른들에게도 웃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지구인에게’는 실제 작가의 작은 형의 죽음을 모티브로 썼습니다. 작은 형에 대한 그리움과 살아생전에 사랑을 마음껏 표현해 주지 못한 아쉬움이 이 책에서 직간접적으로 표현되어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작은 형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이 책에서는 세상 모든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모든 폭력에 대해 가해자, 묵인과 방관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입니다. 이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모색하는 형제의 에피소드는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유머스러움은 잃지 않고 있습니다. 책에서 작은 형의 희생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느끼고 폭력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이것은 비단 가족간의 사랑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과 배려, 다른 사람을 해아릴 줄 아는 마음을 기본으로 바라본다면 폭력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고 가까이에 있지만 소중함을 잠시 잊고 있었던 그 누군가가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