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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ㅣ 고전의 세계 리커버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해 존 스튜어트 밀이 일목요연하게 기술해 놓은 에세이로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적 토대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문장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머리말을 읽기가 힘이 들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쉴새 없이 의심하고 고민했다. 초반의 진입장벽을 넘기가 힘들었지만 2장부터는 조금씩 읽는 속도가 붙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것 같다.
밀은 자유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 (p.42)
2장에서는 생각과 토론의 자유에 대해 다뤘다.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관련되어 있는 챕터이다. 진리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진리에 접근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오류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밀의 주장이다. 진리는 모든 사람의 의견 속에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명백히 정답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소수의 의견도 묵살하지 말아야 하고 토론을 통해 사유하며 진리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한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난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p. 50)
첫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모든 의견은, 그것이 어떤 의견인지 우리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하더라도, 진리일 가능성이 있다. (중략)
둘째,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이 틀린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정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일이 아주 흔하다. 어떤 문제에 관한 것이든 통설이나 다수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은 경우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 (중략)
셋째, 통설이 진리일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하자. 그렇다 해도 어렵고 진지하게 시험을 받지 않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진리의 합리적인 근거를 그다지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한 채 그저 하나의 편견과 같은 것으로만 간직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네 번째로, 그 주장의 의미 자체가 실종되거나 퇴색하면서 사람들의 성격과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p.115)
3장에서는 개별성이 행복을 위한 중요한 요소임을 주장하였다. 앞선 장에서 언급했던 생각과 토론의 자유는 결국 개별성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그저 관습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는 사람은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이 최선인지 구분하는, 또는 가장 좋은 것에 욕망을 느끼는 훈련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근육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정신이나 도덕적 힘도 자꾸 써야 커진다. 다른 사람이 믿으니까 자기도 믿는 경우도 그렇지만, 그저 어떤 일을 다른 사람이 하니까 따라 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p. 128)
인간은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 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p. 130)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his own mode)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p. 145)
4장은 개인의 주권 행사의 범위에 대해 논하고 있다. 개인이 개별성에 입각해서 자유를 행사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 다른 사람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별성과 사회성의 조화를 강조되고 있는 챕터이다.
어느 누구의 어떤 행동이든 다른 사람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면, 바로 그 순간부터 사회가 그에 대해 사법적 권한을 가진다. (p. 162)
마음에 깊숙이 와닿는 문장들이 참 많다. 한 번 읽은 것으로는 물론 부족하지만 지적 포만감을 선물받은 기분이다.
가까이 두고 여러 번 읽어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