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시간 -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이덕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모든 시간>

원래도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다 읽는 데 2주가 넘게 걸렸다.
작가가 책머리에 '독자들에게 이 책의 이야기에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라고 적어서가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사들의 이름, 방대한 예술관련 지식들을 빠르게 흡수하기 어려워서 자꾸만 읽고 또 읽고 앞 페이지를 도로 넘겨 봐야만 했다. (실제로 작가가 참고한 참고문헌을 기록한 페이지가 20페이지 반에 이른다.)

오늘날,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많은 일들을 하면서도 빠른 성과를 내려고 안달복달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성취하지 못했다는 불만족감에 빠져 좌절한다
이 책은 빠름에 길들여지고 순간의 만족에 매혹당한 우리들에게 어떤 대상에 대해 시간을 들이는 것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특히 SNS에서의 자기과시 중독에서 벗어나 자기자신을 순수하게 들여다보며 자기 행동을 의미를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한다.

33년의 세월을 들여 직접 주워온 돌멩이로 '꿈의 궁전'을 지은 페르디낭 슈발, 639년을 연주해야 끝나는 곡을 쓴 존 케이지, 소설 <늦여름>을 통해 휴식과 게으름에 대한 질문을 던진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자연과 도시풍경의 연대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사진으로 기록한 미하엘 루에츠, 인생의 마지막 13년동안 침대에서 세기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한 마르셀 프루스트는 모두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 사람들인 것이다.
나는 특히 로베르트 발저에 대해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스스로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하찮아 보이는 일을 하며 종이쪼가리, 영수증, 업무용 서류, 신문지 여백에 깨알 같이 적은 그의 글씨가 거의 20년에 걸친 해독작업 끝에 여섯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꼭 찾아서 읽어보리라고 마음 먹었다.

느린 것, 시간을 들인 것의 아름다움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