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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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주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한번은 중간쯤 읽다가 실패했고 두번째 시도에서 어찌어찌 완독은 했지만 문장을 읽어내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왜 개츠비가 위대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김영하작가의 번역본이 있다는 걸 알고는 우리 도서관에 들여서 읽어보았다.
우선 기존의 고전들이 가지고 있는 정중하달까 각이 잡혔달까 하는 딱딱한 번역투에서 탈피한 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어떤 문장들은 지나차게 솔직해서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나는 동료들의 이름을 댔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인데?" 그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좀 재수 없었다. (p.22)

하지만 덕분에 술술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엄청난 규모의 파티를 열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사치스러운 옷을 입지만 닉 캘러웨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 눈치다.

지나치게 공들여 격식을 차린 그의 말투는 우스꽝스러움을 간신히 면할 정도였다. 자기소개를 하기 전 얼마 동안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p.65) "공부는 옥스퍼드에서"라는 대목을 아주 서둘러, 아니 거의 내뱉자마자 되삼키려는 듯이, 혹은 그 말이 목에 걸려 자신을 괴롭힌다는 듯이 말했던 것이다.(p.84) 아름답고 '돈으로 충만한 목소리'를 가진 데이지는 개츠비가 처음 만난 '상류층' 여자였고 그녀를 얻기 위해 그는 온갖 방법으로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된다. 그러나 그의 수상쩍은 과거와 지나치게 화려한 차림은 웃음거리가 된다.
어쩌면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는 이 가련한 남자에 대한 조롱이 아닐까?

오직 이 책에 이름을 제공한 개츠비, 내가 내놓고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바로 그 인물에게만은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p.12)

번역자인 김영하 작가는 개츠비의 위대함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개츠비의 '위대함'은 그가 인류에 공헌했다거나, 뭔가 엄청난 업적을 쌓았기 때문에 붙은 수식이 아니다. 그는 무가치한 존재를 무모하게 사랑하고 그러면서도 의연하게 그 실패를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신의 상상 속에 머문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위대하다. 따라서 그 위대함에는 씁쓸한 아이러니가 있으며 불가피한 자조의 기운이 스며 있다.(p.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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