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 - 명문가 고택 편 ㅣ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시리즈 3
이용재.이화영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8월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다. 옛 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뜻인데 이 책의 의도를 한마디로 잘 표현해 주는 말인 듯 하다. 옛 사람들이 살았던 고택을 둘러보며 그 집에 살았던 사람의 역사를 알아보고, 건축까지 하시느라 무척이나 바쁘셨을 선비님들의 건축양상을 보며, 그들이 건축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철학과 인문학적 소양을 배워본다.

 

 현실감각과 학문은 갖추고 있지만 현실에 나가지 않는 선비라는 뜻의 한량을 자처하는 이용재작가님은 건축평론을 전공했고, 현재는 딸 이화영과 함께 건축답사여행을 다니며 전업 작가의 길로 나서고 있다. 시원시원한 말투와 정곡을 찌르는 직설화법이 무척 매력적이고, 사람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예를들면 불천위에 대해 "나라에 큰 공훈이 있거나 도덕성과 학문이 높은 분에 대해 시주를 땅에 묻지 않고 사당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 지내는 것이 허락된 신위가 불천위죠."라고 소개한뒤 "왜놈들은 들으라" 요런 말을 붙여 두었다. 그냥 왠지 속이 다 후련하다.

 

 이 책에는 총 21개의 고택을 소개하고 있는데 강릉 선교장, 서울 연경당, 운현궁, 낙선재, 아산 윤보선생가를 통해 조선의 임금과 윤보선대통령이라는 우리나라 권력의 심장부에 있었던 사람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며 권력의 덧없음을 깨우쳐주는데 특히 고종-순종-영친왕-이구-이원으로 이어지는 조선 황사손의 뒷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기만 하다. 아직한번도 가보진 않았지만 낙선재에 간다면 조선왕실의 최후를 생각하며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선비의 절개가 흐르는 홍성 엄찬고택, 경주 향단, 성주 백세각, 상주 우복종가, 거창 동계고택, 봉화 만산고택은 실제 조선사회를 지탱했을 절개있는 선비들의 삶이 녹아 있다. 동인, 서인, 남인, 노론, 소론 당파를 나눠 이리저리 피바람을 일으키며 싸웠지만, 대의를 위한다는 신념은 죽어도 저버리지 않았던 선비들의 모습이 너무 존경스럽다. 작가님이 "엄청나죠. 그제나 이제나." 라는 표현을 한 대목.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그들의 기싸움. 야계선생의 종손이 말하길 우암 송시열을 싫어해서 안동에서는 똥개 이름이 전부 시열이란다. 이 엄청난 두 가문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오는 건 아닌지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함양 일두고택, 논산 사계고택, 해남 녹우당, 예산 추사고택, 전주 학인당은 학문과 예술이 피어오른 곳으로 소개하고, 안동 학봉종택, 상주 양진당, 논산 명재고택, 대구 백불고택, 호성 조응식가옥은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곳으로 소개하고 있다. 비록 특징을 잡아 약간의 구분을 해 두었지만 모든 가문들은 저마다의 역사를 간직하며 각 집안만의 독자적인 철학과 가풍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명문가라는 이름하에 하나같이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선비 가문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비는 유교철학을 인문학적 건축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철학가. 유교는 공자의 정치철학이고 인문학적인 건축은 자연에 들어가 자연을 완성하는 건축.' 이라는 작가님의 말로 모든것이 설명되어지는 듯 하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완성하는 건축. 단순한 건물이 아닌 역사와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숨쉬는 곳. 이런 명품한옥들이 사람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 제대로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이 안타까웠다. 이 책을 계기로 많은 이들이 소중한 우리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역사를 바로 알고 귀중한 가치들을 배워가며 우리의 역사를 완성해 가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총탄없는 전쟁 실황!

월가의 전쟁 - 세계 경제를 장악한 월스트리트 신화의 진실과 음모
펠릭스 로하틴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11년 7월

 열 두살,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 이제 83세의 나이가 된 펠릭스 로하틴. 83의 나이는 '아직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해야 할 나이'라 믿으며, 앞으로 그가 해야 할 일 목록에, 한국을 여행하는 시간이 들어있다고 말하는 그의 팔십평생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월가에서 벌어지는 총성없는 전쟁의 현장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그렇다 이건 전쟁이야기다.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정치, 경제라는 무기로 싸우는 전쟁. 수많은 돈과 딜, 언론을 총알삼아 숨돌릴 틈도 없이 급격히 치러지는 전쟁의 한 가운데 펠릭스 로하틴이 있었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결국 승자로 살아남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무에 가까웠던 경제에 대한 지식이 절로 쌓이고,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는 사건 뒤에는 얼마나 많은 또다른 진실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나치의 점령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 미국에 발을 딛게 되고 그가 운이라 부르는 운명에 이끌려 월가에 입성한 펠릭스 로하틴은 많은 젊은이들이 으레 그렇듯 젊은 혈기에 극적으로 한몫 잡으려하다 완전 망할 뻔한 경험을 교훈 삼아 '거래가 지나치게 좋아 보이면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우연에 이끌려 갖게된 행운의 시간을 통해 샘 씨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회사의 미래를 만들고 싶다면 딜을 하는 부서에 들어가라는 충고를 듣는다. 그렇게 그는 자신에게 우연히 혹은 운좋게 찾아온 기회들을 제빨리 낚음으로써 투자금융전문가가 된다.

 

 투자금융전문가가되어 커리어를 이어가던 펠릭스 로하틴은 딜을 성사시킬 때마다 중요한 교훈들을 얻으며 점차 성장해 나간다. 렌터카회사 에이비스를 위한 광고제작을 할 때, 도박꾼 기질의 번바흐가 고안한 슬로건 "우리는 넘버 2입니다. 그래서 더 많이 노력할 것입니다."라는 문구는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고객들에게도 역시나 좋은 인상을 주었는지 에이비스는 엄청난 성장을 거두었고, 에이비스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펠릭스 로하틴은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서비스제공의 중요성을 배우게된다.

 

 마무리까지 거의 10년의 시간이 걸린 ITT와 하트포드의 합병문제를 그린 부분에서는 솔직하게 말하면 될거라는 순진함으로 아무런 대비없이 증인으로 나선 청문회에서 그가 느낀 당혹감과 두려움이 이해가 되면서도 우리나라 청문회 분위기를 떠올리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뒤이은 워터게이트 조사에서도 원한다면 예수그리스도도 기소할 수 있는 절대 멈추지 않는 검사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리다 결국 "정치는 비즈니스보다 훨씬 더 거친 비즈니스라는" 교훈을 얻은 펠릭스 로하틴의 모습을 보며 미국이나 한국이나 금융계에 밀접히 관계하고 있는 정치계의 그림자가 죄없는 사람을 어떻게 괴롭게 하는지 똑똑히 보았다.

 

 모든 데이터를 다 얻으려 하지 말고 초기에 행동해서 빨리 빠져나가라는 제닌의 규칙을 적용하여 뉴욕을 위기에서 건져낸 해결사 펠릭스는 RJR-나비스코의 합병을 통해 딜을 통해 얻어지는 부만을 중시하고 지역이나 사람에게 미치는 외부 효과들을 간과한 투기시대의 새로운 기업 문화를 목격한다. 이 모든 금융전문가로써의 활동들을 뒤로하고 또 새로운 일에 도전한 펠릭스 로하틴은 프랑스 미국대사가 되어 열두살때 떠나왔던 프랑스로 돌아가 4년간 그곳에서 생활한다. 그리고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또다시 우연한 기회로 투자금융회사의 일원이 된다. 그것도 여든한 살에 말이다. 나이는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하다. 아직도 그는 가슴에 많은 기대를 품고 자신 앞에 펼쳐진 일들을 고대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일에 대해 기대하고 심장이 뜀을 느낀다면 나이가 무슨 대수겠는가! 많은 이들이 펠릭스 로하틴의 삶을 통해 나이 들지 않는 삶에 대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조화로운 삶을 꿈꾸다.

철학자, 와인에 빠져들다
로저 스크루턴 지음, 류점석 옮김 / 아우라 / 2011년 7월

 얼마전에 프랑스에서 출발하여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순례길을 떠나는 여행기를 읽었다. 죽기전에 꼭 한번은 그 길을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길위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게 와인이었다. 순례의 길을 걸으며 저녁식사 후에 즐기는 와인이 그 길을 더욱 의미있고 생기있게 만들어 주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순례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는 수돗꼭지에서 나오는 와인을 미치도록 마시고 싶어졌다. 와인에 대해 쌩판 모르던 내가 어느 순례자의 글을 읽고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와인에 대해 알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던 차에 이 책이 나에게 왔다.

 

 로저 스크루턴. 그의 글을 읽어 보면 그는 철학, 음악, 문학등 예술에 조예가 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음악철학을 전공해서 철학자와 유명한 음악가들의 작품을 언급하는데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조금 어려울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철학자들의 사상이나 음악가들의 작품세계를 더 잘 알았더라면 그의 글에 더 많이 공감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철학자와 와인이라는 권두부록을 제일 앞에 놓아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등의 철학자들의 철학과 그들에게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고 있는데 사실 많이 어려웠다. 먼 훗날 그들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와인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면 그 때 다시 한번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로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본 떠 1부 나는 마신다. 2부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큰 제목을 붙이고 있다. "나는 마신다"에서 저자는 자신이 어릴적에 접했던 와인에 관한 추억들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만난 바쿠스의 사제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프랑스 곳곳과 프랑스 바깥의 와인생산지와 와인에 대해 토양부터 포도농장의 역사까지 자세히 들려주는데 또 한번 나의 떠나고픈 마음을 부추긴다. 언젠가 그가 가르쳐준 프랑스의 구석구석을 "와인"을 테마로 여행해 보겠노라 기약없는 결심을 해본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에서는 다른 환각제들과 와인을 비교분석하고, 와인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찰해 보는 과정을 통해 와인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와인의 중요한 역할중 하나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여 몸과 영혼의 일체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와인에도 철학이 필요함을 새삼 느끼며, 나의 철학을 두 단어로 정리해 본다. 조화와 절제. 함께 사는 세상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와인을 즐기되, 과하지 않게 절제하며, 나와 나 사이, 나와 타자 사이, 타자와 타자 사이의 조화를 이루는 것. 이제 절제와 조화를 마음에 품고 와인과 함께하는 그 첫발을 내딛는다. 먼 훗날, 와인과 조금 더 친해지면 이 책을 꺼내들고 저자와의 공감대를 다시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생각의 조각들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 - 최민식 포토에세이
최민식 지음 / 하다(HadA) / 2011년 6월

 나에게 있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존재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찍는 것보다는 찍히기를 즐기고 무엇보다 예쁘게 찍히고 싶어한다. 조금이라도 나 자신이 밉게 보이는 사진이 있으면 그것은 응당 못찍은 사진이 되어버린다. 설사 단체사진으로 다른사람들이 다들 잘 나왔다 치더라도 나의 눈은 가장 먼저 나의 존재를 찾아 눈을 휘둥굴리고 온전히 그 한 존재의 잘 나오고 못 나옴에 그 사진 한장의 운명은 결정된다. 요즘은 모든게 참 쉽다. 예전처럼 필름카메라로 아껴가며 꼭 찍을 곳에서만 사진을 찍고 현상이 되기를 기다려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며 수십번 고민하다 사진을 찢어버려야하는 수고로움은 이제 없다. 디카를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백, 수천번 셔터를 눌러대고 내가 잘 나온 한두장의 사진을 건진다면 대만족이다. 사진을 통해 내가 남기려 하는 건 무엇인가? 아마도 추억일 것이다. 사진속에 담겨진 나의 모습을 통해 먼 훗날 그 사진을 들여다 볼 내가 과거를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도록...... 현실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가물거리더라도 사진을 보며 그저 아름답게만 기억하고 싶어 예쁜 사진만 남기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를 읽고 나의 카메라에 이제 조금은 진실한 이야기들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28년생이라하니 올해 84세가 된 이 책의 저자 최민식할아버지의 사진에 대한 열정에 먼저 힘찬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어느 신부님의 도움으로 가난한 예술가였던 저자의 사진을 [인간]이라는 사진집에 실을 수 있었고, 2010년까지 벌써 14집까지 내셨다. 지금도 사진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고 대학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계신다.

 이 책은 왼쪽페이지엔 흑백사진들이 실려있고 오른쪽 페이지엔 저자가 책에서 읽었던 울림좋은 글과 저자의 생각을 담고 있다. 어느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라 여기면 좋을 듯 싶다.  네팔, 서울, 미얀마, 부산, 인도, 미국, 중국 등 지역도 다양하고 찍은 시기도 다양한 사진과 글을 보고 있노라면 금세 사진에 빠지고 생각에 빠진다. 전부 흑백사진이지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사진에 색깔을 입히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사진이지만 내가 사진속의 사람들 옆에 가까이 서 있는 기분이다. 글은 처음에는 추상적인 삶의 의미나 인격의 문제, 인간 내면에 대해 이야기 하고 뒤로갈수록 현실세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나 예술,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특히 플루타르크의 말을 인용하며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와 닿았다. "진실에서 멀어지는 것은 신을 경멸하고 인간을 두려워한다고 고백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몇번이고 되뇌며 마음판에 새겨 본다. 내가 뽑은 최고의 사진 한장을 뽑으라면 "한 없이 기뻐"라는 제목의 글 왼편에 자리한 흑백사진을 들고 싶다.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피란온 어린이가 적십자사에서 선물로 받은 구두를 꼭 끌어안고 마냥 기뻐하는 모습의 사진인데 가슴이 먹먹해져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한장의 사진과 짧막한 글들은 결코 짧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몇일에 걸쳐 천천히 읽었는데 결코 하루 아침에 읽어 제낄만한 책은 아닌듯 싶다. 가끔씩 혹은 매일 아침 한장씩 보며 사진 속의 사람들과 소통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살아오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라 생각하니 어느 것 하나 쉬이 읽어 넘길 수 없고, 더욱 소중히 다가오는 것 같다. 책을 통틀어 내 마음에 남은 단 한 단어. 진실! 모든 건 다 잊어도 이 단어는 꼭 마음에 품고 앞으로의 삶을 진실하게 살아가고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행복은 그대품안에~!

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일까?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자신만의 행복의 정의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내 안에도 내가 꿈꾸는 행복한 삶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 때로는 극심한 경쟁사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게 너무 힘겨워 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나만의 제국을 상상해 본다. 영화 이끼에 나오는 산채 마을처럼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행복하게 살다 죽는 것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홍길동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며 나만의 율도국을 건설하리라 다짐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 내가 꿈에 그리던 행복한 나라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부탄! 이곳이야 말로 나의 꿈이 현실이 되는 바로 그 곳이다!

 

 우리가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지 않는 스마트폰은 커녕 전화 한 통하기도 꽤나 어려운 나라! 전쟁이나 분쟁이 잦은 티베트,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등의 주변국가들에 둘러 싸여 있으면서도 천혜의 자연과 국민들의 행복을 지켜온 나라! 꼭꼭 숨어있기에 더욱 보석처럼 빛나는 나라 부탄! 이 책은 부탄과 사랑에 빠져 부탄으로 시집간 한 미국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린다 리밍은 부탄으로 여행을 다녀왔다가 그녀의 마음에 가득 들어와 버린 부탄과 부탄 사람들을 잊지 못해 다시 부탄으로 가서 눌러 살게 된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온갖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부탄의 생활에 적응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사랑하며 그녀 자신의 삶을 진정 행복해 하는 그녀의 진정성이 나의 심장을 찌릿찌릿 하게 만들었다.

 부탄의 아름다움에 반했고, 부탄사람들의 친절함에 반했고, 미술학교에서 만난 뼛속까지 부탄남자, 남게이에게 반해 그와 결혼했지만 부탄에서의 삶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세탁기와 청소기를 사용하던 현대도시여자가 물을 길어 손빨래하고 비질을 하는 조선시대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는 비유가 어울리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비슷해보인다. 거기에 어마어마한 문화적 차이까지!!

 

 어려서 죽은 아이를 강 옆에 뿌리 뻗은 나무에 걸어놓고 물이 불어 시신을 갠지스 강변의 힌두교 성지인 바라나시까지 데려가기를 바라는 그들의 문화는 린다 리밍에게 조금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매일 샤워를 하는 문화권에서 자란 그녀가 비에 젖고 흙탕물을 튀기고 들어온 날, 길어다 둔 물이 없어 어둠속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을 때의 심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너무 공감이 갔고, 말하지 않아도 아내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는 남게이에게 내가 다 고마울 지경이었다. 남게이가 미국에 갔을 때 받았을 문화적 충격과 부탄과 미국의 문화 그 중간에 꽉 끼어있는 린다 리밍이 '강물TV'를 시청하는 모습, 종카어를 배우는 과정에서의 재밌는 에피소드들과 불심 깊은 부탄사람들, 새와는 다른 방식으로 하늘을 나는 남게이의 모습까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부탄의 모습만큼이나 솔직한 린다리밍의 글솜씨가 부탄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비록 낳지는 않았지만, 엉터리 엄마가 될지언정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그녀의 앞으로의 삶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축복한다.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행복을 찾아 달리는 경주를 잠시 멈추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찰나"속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어찌보면 우리가 조금 더 빨리, 편하게 살려고 만들어 놓은 것들이 우리가 행복을 지나쳐버리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순간순간 정성을 쏟는,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길 바라며, 너무 빠르게 가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