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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9월
평점 :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제로섬은 12편의 단편이야기를 엮어놓은 책이다.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는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손꼽히는 독특한 문학세계를 선보이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은 원초적인 불안과 공포, 욕망이 폭발하는 기묘한 소설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되어 있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몇몇 작품은 쉽게 흥미롭게 읽혀지기도 했지만 한 두편은 조금 지루하고 내용이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면 같은 상황속 다른 시각들을 접하는 재미가 있다. 여성을 소재로 다룬 이야기들이지만 조금은 색다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만드는 작품들이었다.
[제로섬]은 자신이 애제자일 거라는 착각에 빠진 K가 교수 M의 집에서 열린 수업뒤풀이에 참여해서 교수의 딸을 만나 나누는 대화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신의 기대와 다른 점수와 제대로 기억조차 해주지 못하는 교수에 대한 나름의 복수를 하고는 만족해하는 K의 모습은 오히려 패배자 같은 인상을 남겼다.
[끈적끈적 아저씨]는 내용이 매우 자극적이어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아동 성매매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여고생 몇명이 직접 성매수자들을 처벌하는 내용이지만 그 방법이 처참하게 묘사되고 있다. 또한 그 처벌대상이 알고보면 내 가족, 친척, 이웃이었다는 사실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그 처벌방법이 매우 잔혹해서 비현실적이긴 했지만, 그들이 짓밟은 어린 아이들의 인생을 생각한다면 강력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상사병]은 현대에 큰 문제 중 하나인 스토킹을 다룬 이야기이다. 다만 스토킹을 당하는 사람의 불안과 공포는 다소 담담하게 묘사되었지만, 그 문제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무감각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열 두 편의 단편이라 다양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의 흔적이 혹으로 남아 분리되면서 자신의 자리를 넘보는 과정을 통한 불안과 혼동을 보여주는 [괴물둥이]도 새로운 느낌으로 읽었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수는 없겠지만, 다른 낯선 누군가가 자신의 자리를 대신하며 나를 소외시키는 현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참새]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 [저 데려가세요, 공짜에요]는 아이를 방치하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을 통해 가족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주위에서 종종 보았을 사회문제들이 모두 들어있다. 성매매, 스토킹, 아동학대, 자살, 치매, 등의 소재로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다양한 불안과 공포를 드러내는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