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까칠한 사람의 이야기를 싫어합니다. 사람의 성격은 단일한 요인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영화나 소설처럼 하나의 계기로 바뀌지도 않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베크만의 세 편 소설은 모두 이런 까칠한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오베에서 이번의 브릿마리까지. 이번 브릿마리는 베크만의 두 번째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가 전해달래요˝의 제일 밥맛 캐릭터 브릿마리가 주인공인입니다. 사건도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래요˝의 뒷이야기입니다. 구겨지지 않은 치마의 주름을 습관적으로 펴고, 재촉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게 하지 않을려고 5시 약속에 5시2분에 도착하는 사람입니다. 이번 소설에는 왜 브릿마리가 이런 까칠한 사람이 되었는 지 찬찬히 소개합니다. 소설은 통속적인 까칠한 사람 이야기 - 새로운 환경 혹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블라 블라 해피엔딩 -의 궤적을 따라 갑니다. 물론 베크만 특유의 시크하고 풍자적은 문체는 그대로이지만. 그런데, 소설은 중반을 넘어서면 딴 길로 달립니다. 그리곤 작은 이야기들을 쌓아서 한 방에 넘어뜨려버립니다. 그러고는 능청스럽게 딴 이야기를 합니다. 스포일까봐 더 이야기 하지 못하지만 재미있습니다.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브릿마리가 이렇게 까칠함을 가지게 된 원인이었습니다. 바로 외로움. 아무도 브릿마리를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과정들이 잔잔하게 보여집니다. 그래서, 제목도 ˝브릿마리 여기 있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