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은 감동적입니다. 신자가 아닌 제게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마치 거짓말 같은 우연들이 - 소설에서는 신비라고 합니다 - 아니 우연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신비로운 사건들이 정말 기적과 절대자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이 소설이 맞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요한 수사가 겪는 일 - 사실은 겪은 일이라기 보다는 겪는 와중에 요한이 느꼈던 달뜸과 번뇌, 갈등 - 들이 너무나 많이 기술되고 서술되어 제게는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중년의 아저씨이기 때문이겠죠. 만약 사랑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이 요한 수사의 사랑과 갈등을 읽었다면 눈물로 잠들지 못했을 듯 합니다. 제가 세상의 때가 묻은 중년이기 때문입니다.

흥남 철수와 관련된 감동적인 이야기는 오히려 너무 얕게 다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요한 수사가 겪은 사랑과 번뇌 그리고 동기 미카엘 수사와 안젤라 수사의 죽음과 흥남의 이야기를 병치 시키고 거기서 ˝대체 왜˝라는 질문의 갑을 구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젊은 수사의 마음을 너무 오래 읽어야 했던 아재의 조급함이 이 소설을 끝까지 읽는 것을 힘들기 했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감수성 예민한 이 소설의 문장들은 같은 감수성을 가진 분들에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 제게 이 소설을 추천해주신 분께도 그랬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