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소설 같습니다. 일상의 단조로움에 지친 평범한 주부가 띠동갑 연하의 대학생을 만나 무려 10억엔의 거금을 횡령하고 도피한 사선을 다룬 소설입니다. 줄거리로 요약하면 엄청나게 단순한 이야기 인데,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일상은 소설이나 영화와 달라 아주 엄청난 사건들도 기억조차 나지고 않는 사소한 일들이 모여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사건들이 일어나고 나서 반추해 보면 유독 도드라지는 일들이 있고, ˝아 그래서 이런 일이 생겼구나˝하고 생각하는 거죠. 이 소설은 그런 사소한 일상의 단초들을 무지하게 잘 잡아냅니다. 주인공 리카가 시간제 월급으로 남편에게 저녁을 사 주었을 때 남편의 이물감이 느껴지는 반응. 모근 사건의 발단이 되는 고타와의 만남. 화장품 가게 앞에서의 5만엔 사건 등. 후에 큰 사건이 되지 않았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상들을 예리하게 담았습니다. 그래서 읽고 있는 독자들도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나는 것 아냐 하는 불안감이 일어납니다.특히 마음을 둘 곳 없는 외로운 사람들이 돈에 빠져 드는 모습은 너무 리얼해서 공포소설 같습니다. 관계의 단절과 어려움을 돈을 쓰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전혀 낮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