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문학 - 하루가 더 행복해지는 30초 습관
플랜투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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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인출기처럼 생긴 투명한 부스 안. 이곳에서 몸을 녹이고 싶다면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곳에 손을 갖다 대야 한다. 반대편 손바닥 그림에도 손을 올려놔야 하는데 한 사람만으로는 반대쪽에 손이 닿지 않아 꼭 두 명 이상의 사람이 함께 해야 한다. 함께 하는 사람이 두 손을 맞잡아야 히터가 작동되는 공간.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것은 난로가 아닌 맞잡은 순간의 따뜻함이다. 캐나다 북부 길거리 이야기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 가슴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움직이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과 작은 실천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지당한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1도씨 인문학>에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세상에 따뜻함을 전하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페트병 하나로 세계 각지의 어둠을 밝혀준다는 이야기, 방치된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고등학교 동아리 학생들의 이야기, 맹학교 학생들의 특별한 졸업앨범에 관한 이야기, 유기견들의 마지막 표정을 그림으로 남겨주는 어느 화가의 이야기, 세상의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위험에 뛰어드는 태종대 두 영웅의 이야기, 빵을 훔친 노인에게 벌금형을 처하며 빵을 훔쳐야 할 정도로 어려운데도 아무도 돕지 않은 시민 모두의 책임이라며 시민 모두에게 벌금형을 내렸던 어느 판사의 이야기는 감동을 넘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삶의 가치를 개인의 행복이 아니라 타인을 바라보는 데 있다. 나 혼자 행복하게 잘 살고자 했다면 이런 기가 막힌 생각들과 감동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10살 어린 KEN이 유기견들을 돌보며 동물들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우정을 배우는 것도, 정류장 표지판에 사비를 들여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던 청년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다. 순수한 열정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언제나 놀라울 수밖에 없다. 세상을 조금만 비틀어 보면 이렇게 재미있고, 아름답고 감동적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우리의 메마른 감성과 이기주의에서 탈피하는데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온갖 거짓말과 허세가 차고 넘쳐나는 세상에 가슴 따뜻한 울림을 전하는 진심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공감은 곧 힘이고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1도씨 인터뷰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세상을 바꾸었던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계속될 거라고. 좋은 생각이 더 아름다운 실천으로 이어지고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던 아이디어가 객관화될 때 세상에 미칠 영향력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은 행동으로 보여준다. 생각에 머무르는 것은 어리석다고. 우리도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망설이는 사람인지, 행동하는 사람인지.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 순간에 늦고 빠름이 있을 리 없다.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도 해보게 된다. 작은 거 하나라도 있지 않을까. 하다못해 타인을 위한 작은 배려라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진심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어 놓았다면 그 세상을 살만하게 바꾸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들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조금은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실천하고자 했던 소수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의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빠르게 변화는 시대 변화속에 물론 부작용도 없지 않았지만 여전히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에 갈증을 느끼고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며칠 전 세이브더칠드런의 놀 권리 회복 프로젝트 '놀이터를 지켜라'로 처음 만들어진 농어촌 놀이터 '도리터'에 관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미끄럼틀이나 시소 대신 컨테이너 두 개 사이에 나선처럼 꼬인 철골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띄엄 띄엄 흩어진 농어촌의 환경 탓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은 특별한 놀이터라고 한다. 놀이터를 세울 마땅한 공간조차 없던 농어촌에 땅을 내어주고 책임지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아이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꿈에 그리던 놀이터가 탄생하는 그 순간을 아이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벅차고 기쁘지 않았을까 싶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감동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몇 도씨는 더 따뜻해진 세상을 꿈꾸는 것 또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좋은 씨앗이다. 그 씨앗이 세계 곳곳에 뿌려지기를 바라본다.

누군가 해야 되는 일이라서 제가 먼저 했어요.

이렇게 아주 작은 화살표 스티커지만 지금은 더 나은 세상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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