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묵묵히 자기를 존중하면서, 클래식을 궁금해하면서, 본질을 추구하고 권위에 도전하고, 현재를 가치 있게 여기고, 깊이 봐가면서, 지혜롭게 소통하면서 각자의 전인미답의 길을 가자." (본문 237쪽)

우리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이 있다. 책도 마찬가지여서 읽을수록 겸손해지게 된다. 나 자신이 이렇게나 불완전한 존재임을 매 순간 확인하게 된다. 세상은 극도로 빠르게 변하고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씨줄과 날줄이 들쑥날쑥하고 삐걱거리는 것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다. 그 간극을 좁히며 완성해 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좀 더 짜임새 있었으면 좋겠다. 박웅현 님의 <여덟 단어>는 삶을 위한 촘촘한 생각들을 하게 하는 책이다. 단순히 현재를 즐기며 행복하자가 아니다. 본질을 잃지 않으며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클래식함에 빠져 충분히 풍요로운 삶을 살라고 말한다.

저자가 바라보는 삶에 던지는 8가지 질문, 여덟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이다. 개개인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름의 인생의 단어들을 추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각 자체만으로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 인생은 몇 번의 강의, 몇 권의 책으로 쉽게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더 재미있고,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인생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고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고민은 하며 살고 있을까. 부끄럽지만 늘 그때뿐이었던 것 같다. 몇 번의 강의나 몇 권의 책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인데, 강의 몇 번 듣고 격하게 공감하다가 끝날 때도 많았고, 몇 권의 책을 읽고 내 삶이 완전히 바뀔 것 같은 경험을 하다가도 흐지부지되는 경험들을 수차례 했었다. <여덟 단어> 또한 내가 읽은 몇 권의 책 중에 하나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 것일까.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운명을 인정하고 사랑해야겠고, 풍부한 경험들을 하며 살아야겠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 다수의 시선이 가는 곳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바라볼 줄 알아야겠고, 같은 것을 보더라도 그 이면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눈을 갖도록 해야겠고, 보이는 그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격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스스로 길러야 한다. 쉽게 쓰러지지 않는 튼튼한 나무를 자신의 인생에 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삶에 던지는 여덟 가지 질문은 더욱 단단한 자신이 될 수 있도록 지침이 되어준다. 깎고 다듬어져 전부 똑같은 모양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닌, 생긴 모습 그대로 각자의 삶을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각자는 나름 나름 너무 잘 사는 것만 같은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면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다. 왜일까. 어쩌면 우리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서로에게 이방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수의 선택, 다수가 살아가는 방식이 옳은 것이라 철석같이 믿으며 살아간다. 다수가 살아가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니 정작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는 많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 현대인들의 단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래서 우리 각자의 인생에 맞는 단어를 찾는 시간은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여덟 단어>를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꿈을 꿔라', '인생의 목표를 세워라'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꿈을 꾸고 있지 않을 땐 왠지 자신만 도태되는 것 같고 불안해질 때가 있다. 지나치게 목표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돌이켜 보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기억에 남는 것조차 많지 않다. 저자는 '제발 꿈을 꾸지 말라'는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꾸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살지, 그런 작은 꿈을 꾸면서 살자고 말이다. 목표를 가지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목표만을 바라보느라 현재의 소중함을 잃지 말라는 말일 것이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의 결과가 곧 인생이 된다는 것을 잃지 말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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