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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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학교, 자유로운 일터

신뢰의 공동체가 숨 쉬는

행복사회의 비밀"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 일찍이 엄마가 되었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엄마가 되면 아이들 이야기만 하게 되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공부와 학원이야기밖에 안 한다고 이야기할 때도 설마 했다. 설마 우리 인생이 아이가 전부고 아이의 성공이 전부일까, 했었다. 설마가 아니었다. 전업주부, 직장맘을 떠나 아이가 생기면 그 이후의 인생은 아이에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아이의 인생만 중요할까.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지 못 하는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여성들의 인생은 어디에 있는 걸까. 아이를 뚝 떼어 놓았을 때 우리 삶은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할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우리의 지금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들의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을 챙기지 않던 부모의 모습을 너무나도 꼭 닮은 모습을 우리가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가끔은 자장면도 먹고 싶고 스테이크도 먹고 싶은데, 아이가 좋아하는 거니까 내가 좋다고 먹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월이 변해도 자식 인생만 돌보는 것은 여전한 우리, 무엇이 문제일까.

 

오연호 님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저마다 소중한 우리 각자에게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하고 묻는다. 그 해답을 찾고자 복지국가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멀리 덴마크로 가 일터, 사회, 학교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정의하는 행복을 전한다. 그네들의 행복한 이유를 따라가 보다 보면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 어쩌면 행복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찾게 된다. 저자가 애초에 품었던 생각들, 이 책을 내게 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우리도 각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각자는 너무 열심히 산다. 새벽 지하철 첫 차는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로 늘 만원일 정도로 부지런하다. 식사는 편의점에서 대충 떼우면서도 일은 또 밤늦도록 한다. 먹을 것 못 먹고 아끼고 아껴서 삶이 좀 나아졌을까. 여전히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아이 가진 부모들은 아이들 학원비 대느라 삶의 여유 없이 일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열심이다. 밤늦도록 공부하는 것은 예사고 여섯 살도 안된 아이들도 학원 갔다 오면 7시가 넘는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다. 행복지수 또한 높지않다. 저자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집단 무기력증, 집단 불안감에 의문을 품고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에서 찾는다.

 

저자는 오랜 관찰을 통해 덴마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6개의 키워드를 추출했다.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 이 6개의 가치들이 덴마크 학교와 일터,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고 한다. 각계에서 듣는 목소리는 그야말로 부럽기 그지없다. 우리나라는 밤낮없이 일하고, 그렇게 일만 한 결과 말년엔 병을 얻어 병원비 대느라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한 생을 마감하곤 하는데, 덴마크에서는 병원비와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휴가가 10주가 넘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하루 근무 시간이 7시간 30분을 넘지 않는다. 대학까지 무료로 공부했으니 후배와 후손을 위해 수입의 50%를 세금으로 내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웃이 어려우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줄 줄 아는 나라가 덴마크이다. 남이 잘 되면 배 아픈 게 아니라 축하할 일이라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나라다. 물론 지리적, 물리적, 환경적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사회와 말도 배우지 않은 어린아이 때부터 경쟁을 시키는 우리나라가 같을 수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자라 살아갈 미래도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세상은 자꾸만 변한다는데, 우리는 여전히 예전과 똑같은 가치들을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공부 잘하기를 바라고, 좋은 대학 가기를 바라고, 남을 이기고 성공하라고 한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인생 최고의 가치인 양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삶이 행복할까. 좋은 대학 좋은 직장만을 최대 가치로 여기며 자란 아이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여전히 부모 밑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고, 성공하라니까 성공은 했어도 부모도 몰라보고 친구도 몰라보고 오로지 자신이 잘나서 성공한 줄 안다. 그런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작은 지구 상에 우리 각자는 너무나 소중하고 평등한데 직업에 귀천이 있을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소중하고 나의 삶이 행복한데 다른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나의 삶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나라가 응원을 해주는데 그런 믿음을 주는 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가족들과 이웃의 사랑을 받는데, 사랑을 나눠주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학교는 대학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다리가 아니라 인생을 배우고 자신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배우는 교육의 장이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사회에서 그대로 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것이 통하는 나라가 덴마크이다.

 

솔직히 읽다 보면 부러운 감정이 앞선다. 태어나는 순간 빈부가 확실하게 갈리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태어나는 순간이 축복이고 누구나 평등한 대접을 받는 사회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당장이라도 덴마크로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그게 아닌 것 같다. 덴마크도 처음부터 복지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구룬트비라는 시민 각성에 열정을 바친 지도자가 있었고, 국민 각자가 각성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고 그런 합의가 있었기에 지금의 복지국가가 된 것이다. 국가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국민 각자의 힘으로 이룩한 것이기에 그네들의 행복은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아니리라. 우리도 그런 세상을 얼마든지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변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되지 않을 수 없지만 개개인이 아주 기본적인 것만 실천해도 그런 사회를 조금은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이웃을 사랑하고 서로 신뢰를 회복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는 작은 노력들을 지금 실천한다면. 무심코 화장실에 누군가 붙여 둔 문구가 떠오른다. "문화시민이 별거겠습니까?? 사소한 것부터 지켜야죠!!" 그 사소한 것 하나 실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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