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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 고전 속 지식인들의 마음 지키기
박수밀 지음, 강병인 서체 / 샘터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나의 좌우명은 두 가지가 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마음가짐은 "배워서 남주자"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급훈이었는데, 그때 담임 선생님의 가치관을 굉장히 존경했었다. 이런 좌우명 때문인지 학원에서 아이들을 8년째 가르치면서 하나라도 더 배워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나의 삶 속에서의 좌우명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매일 날마다 노력해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갖는 것인데, 실천은 쉽지 않다. 이번에 읽은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책은 고전을 전공한 학자이자 저자인 박수밀이 쓴 책으로 옛 지식인들의 삶을 이끈 한마디 문장과 더불어 그들의 인생의 한 단면을 함께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각각의 학자들이 스스로 말한 좌우명이라기 보다는 저자가 그들의 행적을 살피고, 그 사람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문장을 찾아 내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더불어 이 책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멋글씨 예술가 강병인 선생님이 각각의 좌우명을 우리의 한글로 멋지게 재탄생시켰다는 데 있다. 똑같은 글씨체가 하나도 없는데, 왠지 실제 학자들이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각각의 장마다 인상 깊었던 좌우명을 소개해 보자면, 먼저 1강 <큰 열매를 맺는 꽃은 천천히 핀다>에서는 허균의 "그대는 그대의 법을 따르라.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이다. 허균은 허난설헌의 동생이자 <홍길동전>의 저자인데, 최고의 명문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대신 소외된 사람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지식 계층의 위선과 허위에 저항하기 위한 삶을 산 허균! 삶을 살다보니 행복하기 위해서는 절대 남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면에서 허균의 이 한마디는 삶을 지켜내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2강 <잊어야 이룬다>에서는 박지원의 "아무리 하찮은 기술이라도 잊은 뒤에야 이룰 수 있다"가 인상깊었다. 여기서 잊는다는 의미는 모든 잡념을 잊고 오로지 한곳에만 몰두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말로 "몰입"에 가까운 의미인 것 같은데, 실제 성공한 이들을 보면, 자신의 일에 지극히 몰입한 사람들이다. 육아가 내 일인 지금, 아이와 몰입하며 놀다 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하루가 행복하게 지나갈 때가 많다. 일에 있어서 너무 목표 달성에 초조해 하기 보다는 박지원 선생님의 좌우명을 되새김질 한다면, 오히려 어느 순간 내가 바라는 모습에 닿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강 <진짜 나로 돌아가라>에서는 유성룡의 "먼 것은 가까운 것이 쌓인 것이다"라는 좌우명이 감명깊었다. 이 좌우명은 강병인 선생님도 마음에 품고서 자주 인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지금 내딛는 한 발짝이 사소하고 작아 보이지만 이것이 쌓여 언젠가 보이지 않는 먼 곳까지 갈 수 있다는 표현인데, 나의 일신우일신 좌우명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4강 <어리석을 데 어리석어라>에서는 이익의 "나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내게 이로운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이 책을 읽고, 이익 선생님에 대한 전기를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처럼 이 책은 옛 지식인들이 전하는, 마음을 지켜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을 전해준다. 물론, 어떤 좌우명을 붙잡고 살아갈지는 우리의 몫이다. 이 책을 읽고 나만의 좌우명을 새롭게 다져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