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학과 양명학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마다 겐지 지음, 김석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책 소개

시마다 겐지의 <주자학과 양명학>은 1967년 일본에서 처음 간행되었다. 한국에서는 1986년에 번역되었는데, 최근에 김석근님이 이 책을 다시 번역하며 다른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다른 고전과 다르게 책 내용이 딱딱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저자가 구술한 내용을 정리한 것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토대학에서 강의한 내용과 몇 개의 논문을 합해서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이 좀 어렵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쉬운 예를 통해 이해를 도왔다. 주자의 주자학과 왕양명의 양명학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동양 철학의 계보를 빈틈 없이 서술한 책이다.

동양 철학을 왜 알아야 할까?

철학자는 지혜를 사랑하는 자이다. 삶의 가치 중에 '지혜로운 자'를 꿈꿔서 그런지 철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동양 철학자 중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공자다. 공자의 <논어>. 한 번쯤 읽기 위해 시도했거나 논어 속 몇 구절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논어를 사랑하는 박재희 교수님은 우리가 동양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 속에는 아시아인들의 생각지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 삶의 패턴, 방향성은 수천년간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 동양 철학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책 뒷 부분 부록에 동서양의 연표가 수록되어 있다

주자학은 어떤 학문인가?

공자와 맹자의 유교 사상을 이어 받은 것이 바로 송나라의 주희다. 물론 시대적으로는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난다. 공자는 기원전 사람이고, 주희는 12세기 사람이다. 학교 다닐 때, 배운 것을 더듬어 보면 주희가 만든 주자학(성리학)이 조선 시대의 국가 이념이 되었다는 것과 이와 기에 대해서 선생님께서 열심히 설명해 주었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주자학과 양명학>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주자학의 형성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소강절, 주렴계, 정명도, 정이천, 장횡거 - 주자학의 선구자들)도 꽤 많았다. 불교와 도교도 송학의 성립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주자학의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1. 존재론(리기설)

2. 윤리학(인간학, 성즉리의 설)

3. 방법론(거경 궁리의 설)

4. 고전주석학

5. 과거에 대한 의견이난 사창법, 권농문, 기카 구체적인 정책론

주자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성즉리를 잠시 설명해 보자면, 성은 내용적으로는 인, 의, 예, 지, 신이라는 오상(五常)일 따름이지만, 이 성은 아직 발하지 않은 것으로 고요함이며 또 체라고 한다. 이것이 용(用)으로 이미 발한 것으로 되고 동(動)이 되면 정(情)이 나타난다. 쉽게 설명해 보면, 인은 사랑으로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 인이 밖으로 드러날 때가 언제인가? 우물가에 어린 아이가 빠져서 울고 있다고 하자.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 그 아이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고 구해주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

격물치지(거경궁리)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자. 경은 한 가지만을 주로 하는 것이며, 그 한 가지란 마음을 오로지 한곳에 집중시킨 상태로 계속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몸과 마음을 수렴시켜서 본연의 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궁리란 이치를 궁구한다는 것이다. 격물치지의 쉬운 해석은 그 뜻을 성실하게 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 앎을 다하며, 앎을 다하는 것은 물에 이르는 데 있다는 것이다. 학문하는 데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사물의 이치를 궁극적인 데까지 탐구하는 사람이 참된 학자일 것이다.

양명학은 어떤 학문인가?

양명학을 배울 때는 성리학에 반대되는 학문으로 지행합일설에 대해서 배웠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양명학을 주자학과 완전히 대조되는 학문으로 보지 않고 있다. 시마다 겐지는 이 책(주자학과 양명학)에서 양명학이 주자학보다 오히려 더 객관유심론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주자학이 전개되는 연장선 위에 양명학의 등장이 파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왕양명(1472~1528)의 이름은 수인이며 10세 때 아버지가 진사 시험에 1등으로 급제해서 관계에 들어서 북경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왕양명의 재밌는 일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왕양명이 공부하기를 아주 싫어해서 학교에서 빠져나와 사대부 자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전쟁놀이에 열중했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13세 때 양명의 생모가 떠난 후, 아버지의 첩이 심하게 구박했다. 그러자 올빼미 한 마리를 사서 그 첩의 이불 밑에 넣어두고, 무녀 한 사람을 매수해 계략을 짠다. 결국, 첩은 두려워 떨면서 양명에서 용서를 빌고 잘해주었다는 설이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진지하게 서술하다가도 재밌는 이야기가 아주 살짝 있어 더욱 기대하며 읽게 된다. 역사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보다 모르는 내용을 새롭게 알 때가 더 재밌는 것 같다.

내가 말하는 격물치지는 내 마음의 양지를 모든 사물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내 마음의 양지는 천리(天理)이다.

내 마음의 양지, 즉 천리를 모든 사물에 이르게 하면 사물이 모두 그 이치를 얻게 된다.

내 마음의 양지를 바르게 하는 것이

'치지'이다.

모든 사물이 모두 그 이치를 갖게 되는 것이

'격물'이다.

즉 나의 입장은 마음과 이치를 합하여 하나로 하는 것일 따름이다.

(p.219)

'격물치지'에서 '평천하'에 이르는 과정이란

그저 '명덕'을 밝히는 것일 따름이다.

'백성을 친하게 한다'는 것도 명덕 이외의 어떤 다른 것이 아니다.

명덕은 곧이 마음의 덕이며

다시 말하면 인이다.

인은 천지만물을 하나로 보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사물이라도

그 자리를 잃게 되면

그것은 곧 내 마음의 인을 다하지 못한 것일 따름이다.

(p.226)

왕양명의 이론은 위의 인용구로 대체한다.

혼자 읽기에는 버거운 책이다

동양 철학에 대한 깊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시마다 겐지, 주자학과 양명학)을 혼자 읽기란 너무 힘든 것 같다. 책의 목차대로 누군가가 강의를 해준다면 흥미롭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는 표면적인 내용만 외우던 것을 책을 읽으니 어떤 연유로 주자학과 양명학이 탄생했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김석근 옮긴이는 이 책이 동아시아사상사는 물론이고, 조선시대 사상사 이해와 연구에 필요한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하셨다. 기존의 책이 절판된 상태라 중고에서는 꽤 고가로 팔리던 책이라고 한다. 깔끔하게 번역된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동양철학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생각해 볼 질문

어려운 책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궁금하던 질문을 남겨 본다.

- 고전을 공부하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중국의 학문이 오랜 기간 한국과 일본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주자학과 양명학의 '격물치지'에 대한 해석 중 나의 가치관과 맞는 것은 무엇일까?

- 격물치지로 학문을 공부하면 어떤 느낌일까?

이 중 네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꼭 시도해 보고 싶다.

총평

'주자학과 양명학'에 대해서 깊게 알 수 있는 책이다.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충분히 갈증을 해소해 줄 책이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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