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 뭐라고 - 깨달음이 도대체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거죠?
고이데 요코 지음, 정현옥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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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많은 아이' = 다인(多印)

딸의 이름 뜻을 아버님이 지어주셨다. 불교에서 서원을 나태내는 손의 모양이 있는데, 그때의 '인'을 한자로 썼다. 가끔씩 딸에게 "우리 다인이는 깨달음이 많은 아이"로 클 것 같아."라고 이야기 해주는데, 사실 나도 그 '깨달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게 된 책제목!

<깨달음이 뭐라고>는 일본 스님 6분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인 고이데 요코는 재속 불교 팬으로, 스님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대화체로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다고 느끼다가도, 스님들의 말씀에 집중하다보면 어떤 뜻으로 이야기 하시는건지 이해하지 못해서 고개를 갸우뚱 할 때도 많았다.

스님들의 '깨달음이 뭐라고'를 소개하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깨달음에 대해서 정의해 보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깨달음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친다. 어떤 문제는 지나고 보니 해결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문제는 그 안에서 수많은 고민과 고뇌 속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는 경우도 있다. 깨달음이란 내가 맞딱드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문제가 해결된 그 순간에,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게 되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되는 '그 무엇' 같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깨달음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의 경험이 많이 쌓이기 떄문이 아닐까? 때로는 나이는 어리더라도 모진 풍파 속에 일찍 철이 들기도 하는 것 같다.

이제, 이 책(깨달음이 뭐라고) 속의 일본 스님들이 이야기하는 깨달음에 대해서 나눠보도록 하자.

삶의 큰 울림은

다르게 바라보는 데서 일어난다

후지타 잇쇼

후지타 잇쇼 스님은 방향만 바로 잡으면 일상이 모두 불교적인 삶이라고 이야기 하신다. 불교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나로부터의 자유'라고 한다. 자신의 잣대로 만든 패러다임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이나 감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최근에 내가 고민했던 문제가 다소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아버님의 병환이 깊어 지면서 3개월에 한 번 정도 우리집에 오시던 패턴이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시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만땅이었다. 모두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 머리로는 알지만, 일단 나는 '나의 힘듦'밖에 못보는 패러다임에 갖혀 있었다. 이 상황을 해결하려는 렌즈로 머리를 쥐어짜 보다도 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친한 언니의 대화 속에 스님과 비슷한 답을 발견했다.

"채선아, 이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같아. 지금 필요한 마음은 '측은지심' 같구나"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쩌면 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 속에 어떻게든 방향을 바꿔보겠다고 발버둥을 쳤던 것 같다.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로.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믿으며. 내 마음을 다독이는 중이다.

육체에 대한 집착이

불안의 근원이다

오미네 아키라

오미네 아키라 스님은 죽어서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죽음에 대한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육체만이 내가 아니었구나. 모든 것이 나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할까. 우주로부터 생명을 부여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것이 타력이고 불교이며 부처님이라고 한다. (알 듯 모를 듯) 스님은 깨달음 위의 방황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신다. 평범한 사람의 방황은 단순하고 자기 생각에서 머물지만 방황이 깨달음 위에 있으면 방황하더라도 그건 반드시 부처의 뜻인지라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기독교든 불교든 어떤 종교관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삶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스님은 고이케 류노스케로 <생각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에 충실하라

고이케 류노스케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몸과 마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끊임없이 얇은 투명막을 사이에 두고 보라고 하신다. 얇은 막이니까 실제로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깨닫고 지금 바라보라고. 그러면 본인 의지대로 본다고 믿고 있던 것이 사실은 저절로 떠올라 그곳에 나타난다고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이 우주에 홀연히 떠 있는 계단 하나하나를 절대로 자신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자생적으로 하나씩 사라져 갈 뿐이라고 생각하면 좋다고 말씀해 주신다.

현재에 마음을 두는 요령으로 스님이 해주신 말씀에 귀 기울여 보자.

제행무상, 시생멸법을 늘 의식하면 앞 계단과 다음 계단 사이에 일시적인 틈이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순간적인 틈에 의식을 끼워 넣으면 그대로 마음이 우주 전체로 확장됩니다.

p.131

판단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기. 스님은 '깨달음'이란 것은 아무래도 좋고,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6분의 스님 중 한 분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고이케 류소스케 스님이다. 명상을 통해 뭔가 '아하!'하는 깨달음을 주실 것 같다.

부모님이 불교신자라 어릴 때부터 절에 자주 갔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 4학년 때는 앞길이 막막한 나를 보시고, 아빠가 다시는 절에 나를 데려다 놓으셨다. 2주간 절에 있어보라고. (답답해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나와버렸지만) 왠지 6분의 스님들이 말씀을 읽다보니,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참 세상이 있는 것만 같다. 우주의 비밀 같은 거 말이다. 얼마나 많이 참선하셨을까? 이 한 권을 읽고, 깨달음을 깨달았다면 그건 거짓일 것이다. 다만 깨달음의 힌트 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일본 스님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

스님들의 깨달음을 책으로나마 만나보고 싶은 분,

좋은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를 편안하게 읽고 싶은 분,

"가르쳐 주세요! 대체 깨달음이 뭐예요?"라고 저자처럼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분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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