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줄 뿐이다.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존 로크-
118사람이 살아가는 길이 책을 읽는 일과 같듯이 책을 읽는 일 또한 사람이 자신을 만들어가는 일과 같다. 남의 생각을 소중히 여기면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나가야만 하는 길이다.자신의 생각만이 옳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 옛말에 버려야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물통에 물이 꽉 찬 상태에서 물을 아무리 부어 봐야 물은 더 이상 채워지지 않는다. 이미 물통 속에 물이 차서 더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다.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지금의 것을 버려야 한다. 사람의 눈에는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인다.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의 테세우스(Theseus)는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도둑과 괴물들을 물리치는데 그 중하나가 프로크루스테스다. 프로크루스테스란 이름은 ‘늘이는 자‘란 뜻이었다. 그는 자기 영지를 지나가는 나그네를 잡아 쇠침대위에 눕히고는 여행자의 몸이 침대보다 짧으면 몸을 잡아 늘여 침대 길이에 맞추고, 반대로 몸이 침대보다 길면 긴 만큼 잘라버렸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그가 여행자들에게 했던 똑같은 방법으로 죽인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자기의 생각을 미리 정해두고 남의 생각이나 말을 자신에게 맞도록 뜯어 고치려고 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가리키는 것이다.
116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내용에는 옳구나 하고 밑줄을 치면서 머릿속에 기억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자신과 다른 생각은 그냥 흘려버리려고 한다. 책을 읽는 목적은 새로운 것들을 흡수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은 잘못된 태도가 아닐까?우리의 프로크루스테스적인 태도가 책을 읽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다른 부분은 늘려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잘라서 의미를 축소하여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자료로만 사용하려 드는 것이 실상이다.
반대하거나 논쟁하기 위해 독서하지 말라. 내용을 그대로 믿거나 화술의 밑천으로 삼기 위해 독서하지 말라. 다만 생각하고 생활하기 위해 읽어라. -베이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