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데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다. 그러나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을 생각해보자. 이는 타성의 또 다른 이름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인해 현상을 유지하거나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 즉 기본 값)을 따르려는 강한 성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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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식생들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가 단지 심미적인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자연의 경제 시스템에 있어서 식물은 필수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도로변에 심어져 있거나 농경지의 경계를 이루는 덤불은 새들에게 식량과 은신처, 둥지를 제공하고 다른 작은 동물들에게도 좋은 집의 역할을 한다. 미국 동부 몇 개 주의 도로에서 발견되는 70여 종의 관목과 덩굴식물 65종은 야생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이런 식물들은 야생꿀벌을 비롯해 꽃가루를 날라주는 곤충들의 생활 근거지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이런 곤충들에게 의존한다. 농부들도 야생꿀벌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꿀벌이 주는 혜택을 놓쳐버린다. 농작물과 야생식물의 가루받이를 부분적으로 혹은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바로 곤충이다. 몇백 종류의 야생꿀벌이 농작물의 가루받이에 참여하는데 알팔파 꽃만 찾아다니는 꿀벌만 해도 100여 종에 이른다.
곤충이 가루받이를 돕지 않는다면, 야생초원의 토양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그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식물이 죽어갈 것이고, 지역 전체의 생태계에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것이다. 초원과 관목숲, 삼림과 산맥이 계속 번성하기 위해서는 곤충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식물들이 없으면 야생동물과 목장의 가축 역시 먹이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잡초가 없는 농지를 만들기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해 관목과 잡초를 제거하다 보니 꽃가루를 날라주는 곤충의 마지막 성역이 파괴되고 생명과 생명을 연결해주는 결합도 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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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직하지 않은 식물을 방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정 식물을 먹이로 하는 곤충을 이용하는 것이다. 목초지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이런 가능성은 상당히 무시되었다. 곤충들은 자신이 원하는 식물만 먹이로 삼는데 그런 제한적인 식성을 잘 이용한다면 우리 인간에게는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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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전체가 눈부신 과학 문명에 큰 희망을 걸 수 있었던 시기가 역사에 단 한 번 있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의 일이었다. 이오니아 문명의 수혜자들이던 고대의 최고 지성들은 수학,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문학, 지리학, 의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알렉산드리아에 구축할 수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바로 그 핵심 성채였다. 오늘날의 학문도 당시에 이루어진 연구에 아직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그리스 인 왕들의 지원을 받아서 건립됐다. 알렉산더 대왕의 대제국 중에서 이집트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왕조가 바로 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이다. 기원전 3세기에 건립되어 파괴되기까지 7세기에 걸친 긴 세월 동안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고대 사회의 심장부요 두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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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표면을 덮고 있는 얇은 층인 토양은 인간을 비롯 한 지상 모든 생물들의 생존을 결정한다. 토양이 없다면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식물이 없으면 동물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
농업에 기반을 둔 우리 생활이 토양에 의존하는 것처럼, 토양 역시 생명체들에 의존한다. 토양이 만들어지고 그 본질을 유지하는 데에는 식물과 동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영겁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생물과 무생물이 벌인 놀라운 상호작용으로 탄생한 생명체들이 토양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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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파괴력은 겨우 13킬로톤이었다. TNT 1만 3000톤에 해당하는 위력이었다. 비키니 섬 실험에 쓰인 것은 15메가톤 급이었다. 전면 핵전쟁, 다시 말해서 수소 폭탄을 이용한 전쟁이 발작적으로 일어나면 전 세계의 모든 도시에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100만 개가 떨어지는 셈이다. 히로시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TNT 1만 3000톤이 수십만 명을 살해했으니 전면 핵전쟁에서는 1000억의 인명을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20세기 말 세계 인구는 약 50억에 불과하다. 핵폭탄의 충격파, 열폭풍, 방사능의 직접 조사와 낙진이 지구의 모든 사람을 깡그리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전면 핵전쟁에서도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낙진의 위험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여러 가지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과학자와 고급 기술 인력의 거의 반이 무기 생산과 관련된 직종에서 전일제 또는 시간제로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대량 살상용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최상의 임금을 받고 여러 가지의 특권을 즐기며 때로는 해당 분야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까지 누린다. 그런데다가 이 회사들의 고용 구조가 종업원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않도록 짜여져 있다. 이 점이 무기 개발이 지속될 수 있는 하나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하겠다. 군수 산업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구)소련에서도 무기 개발이 그렇게 터무니없이 긴 세월 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 무기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익명이 보장되고 철저히 외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들 중에서 군사 영역만이 그 조직이 가진 특수한 비밀성 때문에 시민의 감시가 미치기 가장 어려운 성역으로 남아 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통 알 수가 없는데, 어떻게 시민들이 그들이 숨어서 하는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군수 산업체들은 종사자들에게 타 분야에 비해 월등한 보상을 주고 서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으스스한 결속으로 끼리끼리 끌어안고 산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인류 생존에 반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떠밀리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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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질 오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하수의 광범위한 오염이다. 어디에서건 물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은 결국 모든 수자원을 위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연의 구성 요소들이 각기 폐쇄적으로 분리되어 작동한다면 이렇게 지구상의 수자원 전체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땅에 떨어진 비는 토양과 암석에 난 구멍과 틈을 따라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마침내 모든 틈을 물로 채운다. 그러다 언덕 밑에 이르러서는 다시 솟아오르고 골짜기 밑으로 더 깊게 가라앉아 지표 밑을 따라 어두운 바다로 흐른다. 지하수는 느리게는 1년에 50m, 빠르게는 하루에 0.1m 정도의 속도로 언제나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수로를 따라 흐르다가 지표위 샘으로 분출하거나 우물에 고여들어 솟아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시냇물이나 강으로 유입된다. 비가 강으로 직접 내리거나 지면을 따라 바로 시냇물로 흘러드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흐르는 물은 대부분 지하수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은 모든 물의 오염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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