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뫼르소는 이럴 때 바다에 해수욕을 하러 가던데… 그러자 마음속의 제정신이 나에게 충고했다.
바로 그것 때문에 뫼르소는 사형을 당하는 거야. 엄마를 묻고 와서 해수욕이나 하러 갔다고 말이야."
나는 마룻바닥에 반듯이 누워 천장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천장에서 거미 한 마리가 줄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다가 다시 그 줄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거미의 움직임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문득,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빛나가 외톨이가 된 나를 내버려 두어서도 아니고 장례식에 오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스물일곱의 그 저녁에, 남들은 눈부신 청춘이라며 부러워하는 스물일곱의 그 밤에, 나는 내 생이 어쩌면 이렇게 하찮게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계시와도 같은 예감에 직면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삶, 여자친구의 대학원 숙제는 도맡아 해주면서도 정작 필요할 때는 버려지는 이런 삶은 앞으로 찾아올 찬란한 인생의 전주곡, 그러니까 고진감래라고 말할 때의 그 ‘달콤한 고(苦)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삶의 예고편처럼 느껴졌다. 아, 그러나 나는 결코 내 인생이, 예고편이 전부인 뻔한 영화가 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인생을 바꾸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뭘까? 가장 간단한 일은? 그것은 빛나와 헤어지는 것이었다. 아, 그 동안 왜 이 생각을 한번도 못 했지? 해수욕을 가는 대신 빛나를 차버리는 거야. 나는 빛나에게 건화를 걸었다.
빛나가 전화를 받자 나는 불쑥 찾아온 통찰과 홀로 내린 결단에 대해 말했다.
"우리 그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