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이 되자 그 아이가 전교 회장 선거에 나왔다. 왕따 없고 싸움 없는 학교, 모든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정 많고 따뜻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어른들도 홀딱 넘어갈 만큼 말을 참 잘하는 아이였다. 여러분! 밀레니엄 시대에 걸맞은 참된 어린이, 여러분의 진실한 봉사자! 부지런하고 참된 일꾼! 뽐내거나 거만하게 굴지 않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대하는 그런 회장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말이 아니라, 그 아이의 잘나가는 친구들과 저학년부터 반장을 해온 전력과 두둑한 용돈에 반했다. 시의원을 여러 번 하신 저희 아버지는 저에게 매일 밤 말씀하셨습니다. 서로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 남의 말을 먼저 듣고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거짓 없이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정의감으로 충만해졌습니다!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하고 당당히 말하던 그 아이는 모두의 예상대로 전교 회장이 되었고, 그날부터 동하는 그 아이와 어울려 다니는 패거리의 시비와 무시에 시달려야 했다. - P271
절대 좋아지는 법 없이 어제보다 오늘 더 어렵고, 오르고, 좁아지는 것. 그게 세상이었다.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평평한 대지에선 많은 사람이 어울려 살 수 있었지만,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대지가 품을 수 있는 생명은 한정되었다. - P279
부끄러운 기억이 사람의 평생을 지배하는 기라. 엄마가 말했다. 좋거나 즐거운 기억이 아이라, 부끄러운 거이. 한 엄마는 동하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고, 다른 엄마는 동하의 입가를 젖은 손수건으로 살살 닦아줬다. 남들도 다 아는 부끄러운 거보다, 지 혼자만 아는 부끄러운 거이, 그런 게 평생을 따라가는 기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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