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과거 백만 년 동안 확실하게 진보해왔다는 또 다른 신성한 신념마저 무너지고 있다. 최근 발견한 사실에 따르면 우리가 더 나은 생활로 내디딘 결정적인 발판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가축사육 포함)이, 실제로는 진보의 기념비인 동시에 악의 시초라는 사실이다. 농업의 시작으로 식량 생산량이 증가하고 축적이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사회적 성적으로 커다란 불평등이 생겼고 질병, 독재 등.
현대의 인류를 괴롭히는 여러 가지 악의 시발점이 되었다. - P276

농업이 몸에 좋지 않은 요인으로는 적어도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번째로, 수렵·채집인은 여러 가지 음식을 먹으며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을 적절하게 섭취하고 있었지만 농민은 대부분의 영양을 전분질에서 얻었다.
결국 농민은 영양이 한군데로 집중되기 쉬운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인간이 섭취하는 칼로리의 50퍼센트는 고탄수화물의 세 종류 식물밀, 쌀, 옥수수로 채워지고 있다.
두 번째로, 농민은 하나 또는 몇 안 되는 종류의 작물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흉작이 오면 기근에 빠질 위험이 수렵·채집인보다 훨씬 높다. 아일랜드의 감자기근이 그 예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오늘날 세계에서 위력을 보이는 전염병이나 기생충의 위협은 농업이 출현하기 전에는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인구밀도가 높고, 영양 상태가 나쁘고, 정착민들 사이의 접촉을 통해서, 또는 서로의 배설물을 매개로 그런 병과 기생충을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콜레라균은 사람 몸 밖에서는 오래 살지 못한다. 그것은한 감염자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콜레라 환자의 배설물로 오염된 물을 마심으로써 감염되는 것이다. 홍역 바이러스는 인간이 모여 사는 집단의 규모가 작은 경우, 주민 모두가 홍역으로 죽거나 잠재적인 숙주가 면역성이 생기기만 하면 그 병균도 스스로 근절된다. 그러나 집단의 크기가 수만 명을 넘으면 홍역 바이러스는 언제까지라도 존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인구 밀집에 따른 전염병은 몇몇 소집단으로 나뉘어 항상 이동하는 수렵·채집인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존속할 수 없다. 결핵이나 한센병,
콜레라 등은 농업이 시작되기 전에도 있었지만, 천연두와 가로톳흑사병 그리고 홍역은 도시에 인구가 집중하게 된 과거 수천 년 사이에 출현했다.

계급차별의 출현
영양실조, 기근, 전염병 외에 농업은 인간에게 계급의 분화라는 또 다른 위협을 가해왔다. 수렵·채집인은 얼마 안 되는 식량밖에 비축하지 못했고, 과수원이나 목장 같은 집중적인 식량 자원도 없었다. 그 대신 매일 구해오는 야생의 식물이나 동물로 살아갔다.
젖먹이, 환자, 노인 외에는 모두 식량을 구하러 나갔다. 따라서 왕이나 전문가가 없었으며 타인이 구해온 식량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사회적 기생자 계급도 없었다.
농업 사회가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병에 걸린 평민과 건강하지만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엘리트 계급의 구별이 생긴 것이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계급 차별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남녀의 불평등도 더욱 확대되었다. 농업이 출현하면서 여성은 노동의 노예가 되었고, 빈번한 임신으로 힘을 빼앗겨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 - P286

수렵·채집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오래 지속된 생활을 영위해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농업 때문에 직면한 문제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중이고, 그 문제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만약 우주의 저편에서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방문한 고고학자가 자신의 동료에게 인간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외계에서 온 고고학자는 한 시간이 실제로는 10만 년인 24시간 시계를 사용해서 발굴 결과를 설명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역사가 한밤중에 시작되었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지금 거의 하루의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오늘의 인류는 새벽부터 해질 무렵까지 하루종일 수렵·채집인으로 살아왔다. 오후 11시 54분쯤 됐을 때 드디어 농업을 시작했다. - P292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다른 인간을 만난 탐험가들은 그들을 총으로 쏘아 죽였고, 자기들이 옮긴 새로운 질병으로 그들을 대량으로 죽게 했으며,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빼앗았다.
어떤 고도의 우주 생물이라도 인간을 발견하면 인간이 다른 동물을 다룬 것처럼 그렇게 다룰 것이다. 아레시보에서 전파를 보내 지구가 어디에 있고, 어떤 주인이 살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천문학자들의 행동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어리석은 그 자살적 행위는, 황금에 미친 스페인 사람들이 부를 좇아서 왔을 때, 자기들의 재산과 보물을 보여주고 길을 안내한 잉카 최후의 황제 아타우알파의 어리석은 행동과 다를 바없다.
만약 정말로 인간의 손이 미치는 범위에 전파 문명이 있다면, 이 문명은 우리의 송신기 스위치를 서둘러 잘라버리고, 절대로 발견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반대의 경우 인류는 파멸할 뿐이다.
인간에게 다행스러운 일은 우주에서 신호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우주에는 수십억 개의 은하와 몇 십억이라는 별이 있다. 그중에는 송신기 한둘쯤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많지도 않을 뿐더러 오래가지도 못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은하계 중 지구에서 수백 광년 떨어진 범위 안에는 확실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딱따구리와 비행접시의 연관 관계가 우리에게 깨우쳐주는 교훈은, 인간이 외부 생명을 발견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것이라는 점이다. 이론이야 어떻든 인간은 수많은 별이 있는 광활한 우주 속에서 고아다. 그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P325

언어, 농업, 고도의 기술 같은 문화적 특질은 인간이 영토를 확장하고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영토 확장은 단순히 인류의 조상들이 거주하지 않았던 지역을 정복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한 집단이 다른 한 집단을 정복하고 추방하며 살해하기도 했다. 인간은 외부 세계뿐만 아니라 동족에게도 정복자였다. 따라서 영토 확장은 동물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간만의 특질이었다. 즉 인간이란 같은 종의 다른 집단을 대량으로 학살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제 그것은 환경 파괴와 함께 인간의 멸망을 초래하는 2대 잠재 요인이다. - P328

인간 역시 거의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세력권을 둘러싸고 서로 싸운다. 인간은 집단생활을 하므로 경쟁의 대부분은 인접한 집단 간의 싸움이라는 형태를 취한다. 작은 새끼리 티격태격하는 몸싸움이 아닌 개미의 집단과 집단 간의 전쟁 같은 형태를 취한다.
늑대나 침팬지가 형성하는 인접 집단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인접하는 집단과 배우자(인간의 경우에는 물자도 포함한다)의 교환을 통해서 일시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지만, 전통적으로는 자신의 영역밖에 있는 외지인을 혐오하는 적개심으로 특징지어진다.
특히 인간에게 있어서 외지인을 혐오하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됐다. 왜냐하면 다양한 인간 행동은 유전보다 문화에 의해서 특징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 집단 간의 문화적 차이는 매우 두드러진다. 그런 특징으로 인해 인간은 늑대나 침팬지와 달리 의복과 머리 형태를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집단임을 간단히 분별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최근의 핵무기나 중장거리 미사일같은 대량 살상무기 개발로 인간이 외지인을 기피하는 현상은 침팬지보다 더욱 위험 상태이다.
제인 구달Jane Goodall 은 한 침팬지 집단의 수컷들이 차례차례로 이웃집단의 개체를 살해하고 세력권을 강탈하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침팬지가 멀리 떨어진 집단의 침팬지를 죽이거나 그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침팬지를 절멸시키는 수단은 갖고 있지 않다. 외지인 기피로 인해 일어나는 살육은 동물계에도 많은 선례가 있으나, 유일하게 인간만이 종으로서 몰락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의 대량 살상 수단을 발전시켜 왔다. 인간 자신의 존재에 대한 위협은 이제는 예술과 언어와 더불어 인간의 중대한 특질이 되어버렸다.
- P332

평균적인 뉴기니 언어는 반경 16킬로미터 이내에 사는 2,000~3,000명이 말하는 언어이다. 뉴기니 동부 고지 오카파Okapa 에서 카리무이까지 96킬로미터를 여행했을 때, 나는 포레어(핀란드어처럼 후치사를 갖는 언어)에서 투다웨Todawhe어(중국어와 같이 몇 개의 성조와 모음이 비음으로 발음되는 언어)에 이르기까지 6개 언어를 통과했다.
뉴기니는 언어학자들에게 예전의 세계가 어떠했는지 보여준다. 농업이 등장하면서 몇몇 집단이 자기네 언어를 넓은 지역에 확장하고 전파했다. 인도유럽어족이 확대되기 시작한 시기는 고작 6,000년 전이었고,
그 결과 바스크어 외의 모든 구유럽어는 소멸되었다. 수천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00~3,000년 동안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대다수 언어가 반투어족에 밀려 사라졌다. 아메리카 대륙도 수백의 원주민 언어가 몇 백 년 안에 사라졌다.
언어가 적으면 세계 각국 사람들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므로 어쩌면 언어가 사라져간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쁜 점도 있다. 언어는 구조와 어휘가 저마다 다르다. 감정, 인과관계, 개인의 책임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고 생각을 형성하는 방법도 다르다.
따라서 특정 언어를 ‘최고‘ 언어로 꼽을 수 없다. 단지 목적에 어울리는 다양한 언어가 있을 뿐이다. - P347

현재 문화적으로 우세한 사회란 단순히 경제적·군사적 성공을 거둔 국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것들이 반드시 행복과 장기적인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소비주의와 환경 개발은 우리의 쾌적한 삶에 공헌하고 있지만 미래 사회에는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 사회는 어느 작가의 책에서나 빠짐없이 드러나듯이 노인에 대한 처우, 청소년기의 혼란, 향정신성 화학약품의 남용, 불평등 같은 재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또는 첫 대면 이전의) 뉴기니 사회의 대부분은 이 문제에 대해 훨씬 훌륭한 해결법을 가지고 있다. - P349

이 장에서는 대륙 간 문명 수준의 차이가 인류의 유전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문화적 특징에 끼친 지리적 영향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자 한다.
문명을 지탱하는 자원, 특히 사육하거나 길들일 수 있는 야생동물은 대륙마다 달랐다. 가축화 또는 길들이는 데 성공한 종이 다른 지방으로 얼마만큼 쉽게 확장되는가 하는 점도 대륙마다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미국인과 유럽인은 페르시아 만과 파나마지협 같은 지리적 특성이 어떻게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리학적·생물지리학적 환경은 10만 년에 걸쳐 훨씬 더 근본적인 곳에서 인간의 생활을 형성해왔다. 동물과 식물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생물학자인 J. B. S. 홀데인은 "문명의 기초가 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식물이나 동물 또한 그렇다"라고 말하고 있다.
10장에서 농경과 목축의 단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농경과 목축은 야생 식량에 의존하는 것보다 면적당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이 재배한 잉여 식량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금속공업이나 제조업, 문필 활동에 종사하거나 직업군인으로 복무할 수 있게 되었다. 가축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고기와 우유뿐만 아니라 의복을 만드는 털과 가죽, 그리고 사람과 화물을 운반하는 동력을 공급해주었다. 또 쟁기와 짐마차를 당기는 동력도 제공해준 덕분에, 인간은 근육만을 사용하던 때보다 농업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 결과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B.C. 1만 년 무렵에 약 1,000만 명이던 인구가 현재 70억 이상까지 급증했다.
높은 인구밀도는 중앙집권 국가의 전제 조건이다. 높은 인구밀도는 전염병의 발병도 촉진시켰는데, 전염병에 직면한 집단은 다른 집단에게는 없는 다양한 저항력을 갖게 되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려 누가 누구를 식민지로 삼고 정복하는가를 결정했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를 정복할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가진 양질의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세균(특히 천연두)과 발달된 기술(병기와 선박 포함), 문자에 의한 정보 축적과 정치 체제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모두 대륙 간의 지리적 조건의 차이에서 파생된 것이다. - P353

말은 코끼리나 낙타 그 밖의 다른 어떤 동물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정도로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말이 사육되자마자 말의 소유자들, 특히 인도유럽어를 쓰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영토를 확대하기 시작해 결국 세계 전반에 그들의 언어를 각인시켰다.
2,000~3,000년 후 말이 이륜 전차로 발전하면서, 그들은 고대 전쟁에서 무적의 셔먼 전차Shermantark 군단이 되었다.
안장과 등자가 발명되면서 훈족의 아틸라 대왕은 로마제국을 유린했고, 칭기즈칸은 러시아에서 중국에 이르는 제국을 정복했으며, 서아프리카에는 군사 왕국들이 생겨났다. 스페인의 정복자 코르테스와 피사로는 겨우 수백 명의 부하만 이끌고도 수십 마리의 말 덕분에 아메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문명이 발달한 아스테카와 잉카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1939년 9월, 히틀러 침공에 대항한 폴란드 기병대의 돌격이 수포로 돌아감으로써 모든 가축 중에서 가장 널리 칭찬받아온 동물의 군사적 중요성은 6,00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코르테스와 피사로가 탔던 종류의 말들은 한때 아메리카에도 분포되어 있었다. 만약 그 말이 생존해 있었다면 몬테수마 2세와 아타왈파는 자신들의 기병대로 정복자들을 무찔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매정하게 얽혀버린 운명의 장난으로 아메리카산 말은 아메리카의 대형 포유류 80~90퍼센트와 함께 오래전에 멸종했다.
포유류의 멸종은 현재의 아메리카 원주민과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조상이 대륙에 도달했을 무렵에 멸종하기 시작했다. 말뿐만 아니라 대형 낙타, 땅늘보, 코끼리처럼 사육 가능성이 있었던 종들까지 사라졌다.
북아메리카의 늑대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개가 파생된 경우를 제외하면, 오스트레일리아와 북아메리카에서 사육할 수 있는 포유류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남아메리카에서는 기니피그(식용), 알파카(털을 얻음), 라마(짐 운반)만이 살아남았다. 그래서 안데스를 제외한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가축에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 구세게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를 가리킴-옮긴이)에 비하면 안데스에서도 가축의 공헌은 극히 미약해서 쟁기와 짐마차 그리고 이륜 전차를 끌거나 우유를 공급하고 사람을 태울 수 있는 포유류는 없었다.
신세계(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를 가리킴-옮긴이)의 문명이 인류의 근육으로 느릿느릿 나아간 데 비해 구세계의 문명은 동물의 근육과 풍력수력을 이용하여 질주했다.
선사시대의 신세계에서 대부분의 대형 포유류가 멸종한 까닭을 두고 과학자들은 "기후 때문이다", "최초의 이주민들에 의한 것이다" 하며 논쟁을 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그들의 자손이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사람들에게 정복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대형 포유류의 멸종 탓이었음이 틀림없다. - P358

서아시아의 곡류와는 대조적으로 수천 년에 걸친 발전을 겪은후에도, 마을과 도시의 주민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알갱이가 많은옥수수는 수확되지 않았다.
원주민 농민이 수확한 최종 산물은 여전히 구세계 농민의 곡류보다 훨씬 어려웠다. 옥수수의 열매는 가래를 사용해서 대량으로 수확하지 못하고, 한 그루 한 그루 손으로 다루어야만 했다. 옥수수 속은 껍질을 벗겼고 잘 안 떨어지는 낱알은 문지르거나 베어버려야 했다. 파종 역시 대량으로 뿌리지 말고 한 알씩 묻어야 했다.
수확물은 구세계의 곡류보다 영양적으로도 빈약했다. 저단백질이어서 영양 면에서 중요한 아미노산이 적고, 비타민의 니코틴산도 부족했다(홍반병pellagra의 원인이 된다). 이들 결핍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알곡을 알칼리로 처리해야 한다.
요약하면 신세계의 주식 작물은 야생식물에서 잠재적인 가치를 발견하기 어려웠고, 재배를 통해 발전시키는 것도 힘들었으며, 재배 후에도 대량 수확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신세계의 문명이 구세계보다 뒤처진 이유는 한 식물이 지닌 특징 때문인지도 모른다. - P364

생물지리의 불운과 행운
지금까지 한 지역에 가축화와 재배화에 적합한 야생 동식물 종이 있는가에 대한 관점에서, 자연의 지리가 생물의 지리에 미치는 역할을 말했다. 여기에 추가해야 할 중요한 지리적인 역할이 있다.
각각의 문명은 그 지역에서 재배된 독자적인 식용 작물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서 도입한 다른 식용 작물에도 영향을 받았다. 신세계는 남북축(또는 중심축을 따라 뻗어 있었기에 식용식물이 넓은 지역에 퍼지기 힘들었다. 반면에 구세계의 동서 축은 식용식물의 전파에 유리했다.
오늘날 우리는 식물의 확산을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여 새삼 원산지가 어디인지 생각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미국인이나 유럽인의 전형적인 식사는 닭고기(동남아시아 원산)에 옥수수(멕시코 원산)나, 후추(인도 원산)를 곁들인 감자(남안데스 원산)로 하고, 식후에 커피 (에티오피아 원산)를 마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가치 있는동식물의 확산은 현대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것이다.
동식물은 이미 적응한 기후대 안에서는 쉽고 빠르게 확산된다.
그 기후대 너머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후 조건에도 견딜 수 있는 새로운 품종으로 개량되어야 한다. 구세계의 지도를 보면,
동식물이 기후변화에 맞서지 않고 어떻게 장거리를 이동했는가를 알수 있다. 이러한 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에서 농경과 목축을 시작하거나 오래된 지역에서 그것을 개량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종은 중국, 인도, 서아시아, 유럽 사이를 북반구의 온난한 위도를 벗어나지 않고 이동했다. - P365

실제 북반구에서 가장 넓은 대지는 구세계에 있고, 그곳에는 각종 곡물의 호박색 능선이 영국 해협에서 동중국해까지 1만 1,000킬로미터에 걸쳐 확장되어 있다.
이미 고대 로마에서는 유럽이 원산지인 귀리, 양귀비와 함께 서아시아에서 유래한 밀과 보리, 중국에서 전래된 복숭아와 감귤류, 인도 원산지의 오이와 참깨, 중앙아시아에서 전래된 대마와 양파가 재배되었다.
서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확산된 말은 각지의 군사기술에 혁명을 가져왔으며, 동아프리카 고지에서 확산된 양과 소는 독자적인 가축이 없었던 남아프리카 호텐토트족도 목축을 가능하게 했다. 아프리카 수수와 목화는 B.C. 2000년경 무렵에 인도에 도달했고, 열대 동남아시아산 바나나와 마는 인도양을 넘어 열대 아프리카 농업을 풍족하게 했다.
그러나 신세계는 북아메리카의 온대와 남아메리카의 온대 사이에 온대 종이 살지 못하는 수천 킬로미터의 열대가 끼어 있다. 그 결과 안데스 산맥의 라마, 알파카, 기니피그는 선사시대에는 북아메리카는커녕 멕시코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이들 지역에는 계속 화물 운반, 털실 생산, 식용에 유용한 가축(옥수수로 사육된 식용 개를 제외하면)은 없었다. 감자도 안데스 산맥에서 북아메리카나 멕시코로 확산되지 못했고, 북아메리카의 해바라기 역시 안데스에는 전파되지 않았다.
목화, 콩, 리마콩, 고추, 담배 등은 선사시대에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에서 공유했던 작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변종이거나 심지어 이종이었다. 이는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에서 독자적으로 재배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옥수수는 분명히 멕시코에서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확산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위도에 적합한 품종으로 개량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서기 900년 무렵이 되어 멕시코에서 옥수수가 탄생한 지 수천 년후다 옥수수는 겨우 미시시피 골짜기 연안의 주요 식물이 되었고, 수수께끼에 싸인 아메리카 중서부의 토분 건축 문명을 뒤늦게 탄생시켰다.
만약 신세계와 구세계의 축이 각각 90도씩 회전했더라면, 작물과 가축의 전파가 구세계에서는 서서히, 신세계에서는 빠르게 퍼졌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스테카나 잉카 사람들이 유럽을 침략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 P367

지리학의 복권
문명의 발전 속도가 대륙마다 달랐던 것은 몇몇 천재에 의한 것이 아니다. 한 집단의 구성원이 다른 집단의 구성원보다 빨리 달릴 수 있고 소화율도 뛰어나 동물 집단 간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생물학적 차이 때문에 발전 속도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 독창성 측면의 차이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생물지리학적 영향에 따라서 결정된 것이다. 1만2,000년 전에 유럽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인간 집단을 바꾸었더라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유럽 이민자들이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침략했을 것이다.
지리는 인간을 포함해 모든 종의 생물학적·문화적 진화의 기본 경로를 규정한다. 지리가 현대 정치사를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동식물의 가축화·재배화 속도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욱 분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 학생의 과반수가 파나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기사를 읽으면 모두가 웃고 지나치겠지만 정치가가 모른다면 웃음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정치가가 지리에 무지해서 생긴 몇몇 악명높은 사례 중에 다음 두 가지는 특히 심한 경우이다.
첫째, 19세기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부자연스럽게 그은 국경선이다. 그 국경선을 물려받은 현대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는 지리, 민족 관계 등에서 토대가 약화되었다. 둘째, 1919년 베르사유 조약으로 생긴 동유럽 국경선이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었다.
20~30년 전까지는 지리학이 학교나 대학 교양 과정의 필수 과목이었으나 점차 많은 학사 과정에서 제외되기 시작했고, 지리는 각 나라의 수도 이름만 암기하는 학문이라는 잘못된 견해가 만연했다.
짧은 기간에 잠깐 배우는 20주간의 지리 수업만으로는 지도가 우리삶에 미치는 영향을 미래 정치가들에게 가르치기에 부족하다. 지구에 채워진 위성과 통신망으로는 지역 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인간 사이의 이질감을 제거할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되는가는 우리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에 따라 규정된다. - P368

현재 대부분의 유럽 언어와 인도까지 퍼져 있는 아시아 어오는 매우 비슷하다.
미국인들이 학교에서 프랑스어 단어 외우기가 너무 어렵다고 걱정해도, 인도유럽계 언어의 어휘나 문법은 영어를 포함해 서로 비슷하다. 현재 전 세계에 있는 5,000개 언어 중 140개만이 인도유럽어족에 속하지만 사용 인구의 비율을 보면 140 이라는 숫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1492년 이후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러시아가 전 세계로 영토를 확장한 덕분에 현재 70억 명의 세계 인구 중 약 절반 정도는 인도유럽어가 모국어다.
우리는 대부분의 유럽 언어가 서로 비슷하다는 점을 매우 당연하게 여겨 그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언어가 매우 다양한 지역에 가면 유럽의 동질성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
20세기에 이르러 외부 세계와 처음으로 접촉한 뉴기니 고지에서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도 중국어와 영어만큼이나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유라시아도 외부 지역과의 ‘첫 대면‘ 이전의 상태에서는 언어가 다양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인도유럽어족의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일부 종족들이 거의 대부분의 다른 유럽 언어를 밀어내면서 그 다양성이 점차 감소되었다.
언어적 다양성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현대 세계에 인도유럽어가 확대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제1단계는 오래전 인도유럽어가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 영향을 미쳤던 시대이며, 제2단계는 다른 대륙까지 확산되기 시작한 1492년부터다.
이 ‘불도저‘ 현상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무엇이 원동력이 되었을까? 왜 유럽에는 핀란드어와 아시리아 언어를 쓰는 민족이 널리 퍼지지 않았을까? - P372

세계의 어떤 지역이라도 가축화된 말이 전해지면 인간 사회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인류 진화 역사상 비로소 인간은 걸을 때보다 빠르게 각지를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빨라진 속도 덕분에 사냥꾼은 사냥감이 있는 곳에 더 빨리 달려갔고, 목동은 더욱 넓은 장소에서 양과 소를 사육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멀리 떨어진 적도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기습하여, 적이 반격 준비를 갖추기 전에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전쟁과 혁명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말을 소유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미국인이 평원 원주민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 무서운 얼굴을 한 말을탄 전사의 모습은 실제로는 아주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1660년에서1770 년까지 불과 수세기 전의 일이다. 유럽의 말은 유럽인이나 유럽의 물건보다 먼저 아메리카 서부에 전달됐으므로 말이 평원 원주민 사회를 바꾸어놓은 것이 틀림없다.
B.C. 4000년경, 아주 먼 옛날에도 가축화된 말이 러시아 스텝 지역의 인간 사회를 변화시킨 사실이 고고학적으로 증명됐다. 말을 이용하기 전에는 광대한 초원 생활을 개척하기 어려웠으나 말의 사용으로 거리와 운반의 문제가 해결됐다. - P397

말이 가축화되면서 스텝 민족은 5,000년 동안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처음으로 결합했다. 그리고 이 결합은 특히 남동유럽을 침략하여 집약적인 농경을 시작한 후 확고해졌다.
따라서 그들의 성공은 1492 년에 시작된 제2단계 유럽인의 확대와 마찬가지로 생물지리학적인 우연한 사건에 의한 것이다. 그들은 우연히 풍부한 야생마와 넓은 평원을 가졌고, 문명 중심지인 중동과 유럽의 인접지라는 조건을 갖춘 고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 P400

살해동기
제노사이드의 동기를 분류하는 것은 정의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작업이다. 여러 가지 동기가 동시에 작용하지만 대체로 네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흔한 동기는 군사적으로 강한 민족이 약한 민족의 저항을 물리치고 땅을 차지하려 할 때 생긴다. 제노사이드는 군사적으로 좀 더 우세한 사람들이 그보다 약한 사람들의 토지를 점령하려다가 그들의 저항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것 같다. 백인 오스트레일리아인이 태즈메이니아인과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을 살육했던 사례 이외에도, 백인 미국인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아르헨티나인이 아라우카 원주민을 그리고 남아프리카 보어인 이주민이 부시먼과 호텐토트인을 살육한 사례이다.
또 다른 일반적인 동기는 다민족 사회 내부에서 장기적인 권력 투쟁 끝에 어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살해함으로써 최종적인 해결을 꾀하려고 하는 경우이다. 두 민족 사이에 일어난 투쟁의 사례로는 1962~1963년에 르완다에서 후투족이 투치족을 살육한 일,
1972~1973년에 부룬디에서 투치족이 후투족을 살육한 일, 제2차 세계대전 중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인이 세르비아인을,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 세르비아인이 크로아티아인을 살육한 일, 1964년 잔지바르에서 흑인이 아랍인을 살육한 일 등이 있다.
살해하는 측과 살해당하는 측이 정치적 견해만 다르고 같은 민족인경우도 있다. 정치적인 반대자들에 대한 구소련 정부의 숙청이 그 예이다. 소련 정부의 숙청은 1929~1939년 사이에 희생자가 약 2,000 만 명이었고, 1917~1959년 사이에는 6,600만 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제노사이드로 알려졌다.
최근에 일어난 정치적 살해로는 1970년대 캄보디아 혁명 세력이 수백만 명의 캄보디아인 동포에게 자행한 숙청이 있고, 1965~1967년에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수십만 명의 공산주의자 살해가 있다.
방금 언급한 두 가지 동기에는 땅과 권력이 결부되어 있다. 
세 번째 동기는 희생양 만들기다. 주류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두려움을 준다는 이유로 힘이 없는 소수파를 죽이는 것이다.
유대인은 14세기에 가래톳흑사병의 희생양이 되어 기독교인에게 학살당했다. 그 이후에도 20세기 초에는 러시아 정치 문제의 희생양으로,
제1차 세계대전 후에는 볼셰비키 위협의 희생양으로, 제2차 세계대전중에는 나치가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에 대한 희생양으로 유대인을 살해했다.
1890년 운디드니에서 수백 명의 수족 원주민을 살해한 미국 제7기병대의 병사들은, 14 년 전 리틀빅혼 싸움에서 커스터 장군의 제7기병대를 전멸시킨 수족에게 뒤늦게나마 복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1943~1944년에 나치의 침략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러시아에서는 스탈린이 그 분풀이로 발카르족, 체첸족, 크림 타타르족, 잉구슈족, 칼미크족, 카라차이족을 대량 살해하거나 국외로 추방했다.
네 번째 동기로는 인종적, 종교적 박해가 있다. 나치의 심리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굳이 풀이하자면 나치의 집시 말살은 ‘순전히 ‘
인종적 동기에서, 유대인 말살 행위는 인종적, 종교적 동기가 합쳐져 일어났을 것이다.
종교적 학살은 역사가 길다. 1099년 제1차 기독교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함락시켰을 때 이슬람교인과 유대인을 학살했고 1572년 프랑스 가톨릭은 성바르톨로메오 축일에 프랑스 프로테스탄트를 학살했다. 인종적, 종교적 동기가 토지와 권력을 둘러싼 투쟁과 분풀이 때문에 일어난 제노사이드를 합리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 P427

점박이하이에나와 줄무늬하이에나같은 하이에나 집단처럼 인간도 이중의 행동 규범을 준수한다. 즉 ‘우리‘의 일원을 죽이는 일은 엄격히 통제하지만, 위험하지 않다면 ‘그놈들‘을 살해하는 일은 허용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이분법을 유전된 동물적 본능으로 간주하든, 인간 특유의 윤리 규범으로 간주하든, 제노사이드는 이분법 아래에서 허용되어왔다. 오늘을 사는 인간도 어린 시절에 이미 다른 사람을 존경할 것인가 또는 경멸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분법적 기준을 갖게 된다. - P440

현대의 집단 살인마들은 그들의 행위와 공통 윤리 규범과의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까? 그들은 세 가지 형태의 합리화 중 하나에 호소할 것인데, 어느 것이든 ‘그렇게 죽음을 당한 건 놈들의 자업자득일 뿐이야‘
라는 단순한 심리적 주제의 변형에 불과하다.

첫째, 사람들은 세계 공통의 규범을 믿으면서도 자기방어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편리한 자기합리화다. ‘그들‘을 자극하여 ‘우리‘
의 자기방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행동을 충분히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들의 종교와 인종과 정치적 신념만이 정당하고 자신들의문명만이 진보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무슨 짓이든 제노사이드를 포함해 저지를 수 있는 면죄부를 준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윤리 규범은 동물과 인간을 별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현대의 제노사이드는 살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희생자를 늘 동물로 간주했다. - P441

제노사이드의 환경은 잠재적으로 우리 모두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함께 다른 사회끼리, 또는 사회 내부의 대립이 첨예화되면서 인간은 점점 살육의 충동이 강해졌다. 그리고 살육 충동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더욱더 효과적인 무기를 소유하려 할 것이다. 제노사이드에 대해 직접 겪은 경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계속 회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이 살인자나 희생자가 될 날이 언제 올지 모를 일이다. - P456

인간은 이제 인구, 지리적 범위, 힘, 지배하고 있는 지구의 생산량 비율에 있어서도 정점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좋은 소식이다. 나쁜 소식도있다. 우리는 이것을 창조해온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모든 진보를 역행시키고 있다.
우리의 힘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갑자기 자기 자신을 멸망시킬까? 그렇지 않으면 지구온난화, 자연환경 파괴, 인구 증가,
식량 결핍, 다른 생물의 별종 등으로 혼란과 불안 속에서 천천히 숨을 거두게 될까?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이 위험들은 정말로 산업혁명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위험일까?
자연 상태에서 생물은 서로 환경과 균형을 유지하며 생존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육식동물은 먹이를 다 먹어치우지 않고, 초식동물 역시 식물을 필요 이상 지나치게 먹지 않는다. 이러한 견해에서 볼 때 인간은 유일하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간은 자연에서 어떤 교훈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자연 상태에서 현재 인간이 멸종시키는 속도보다 빠르게 소멸하는 좋은 없다. 예외적인 사건으로는 약 6,500만년 전에 소행성의 충돌로 일어난 것으로 짐작되는 대규모 멸종을 들 수있다. 공룡이 멸종한 것도 이 시기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종은 매우 천천히 생성되므로, 자연의종도 절멸해가는 속도가 그만큼 더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 주변의 생물은 훨씬 옛날에 사라졌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상처 입기 쉬운 좋은 빨리 절멸하므로 오늘날 자연계에서 볼 수 있는 종은 튼튼한 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결론을 내리기에는 한 종이 다른 종을 멸종시킨 사례가 너무 많다. 대부분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있다.
첫째, 포식자가 새로운 환경에 진출하여 순한 먹잇감을 만났을 때,
먹잇감은 대처할 준비가 되지 않아 생태계 균형이 이루어지기 전에 멸종을 당할지도 모른다.
둘째, 포식자의 먹잇감이 어느 한 종류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교체형 포식자인 경우이다. 이 포식자는 먹이가 되는 특정 종을 멸종시킨 다음에 다른 종으로 먹이를 바꾸어 생존할 수 있다. - P460

개개의 사냥감을 멸종시키는 성향은 동물 세계에서도 많지만, 대상을 바꾸면서 살아온 좋은 인간뿐이다. 자원의 기초가 되는 부분까지 완전히 파괴하고 먹어치워 멸종시키는 선례를 동물 세계에서도 찾아볼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그런 일은 없다. 왜냐하면 동물은 공급되는 식물에 비해개체 수가 너무 많을 때는 자동적으로 출생률을 낮추든가 사망률을 높이고, 그 반대일 때는 개체 수를 그에 맞게 조절하기 때문이다. -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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