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를 영광학원에 취직시킨 익명의 독지가는 다른 사람 아닌 한수철이었다.
그는 동생을 모르는 척하는데 양심의 가책은커녕 난만한 꽃밭을 병충해로부터 지켜야 하는 원정으로서의 사명감마저 느꼈다.
악이란 생각보다는 돌발적인 격정이 아니라 용의주도하고 점진적인 현상이었다. 그리고 악의 한결같은 꿈은 위선이었다.
그는 그의 누이동생이 수인임을 망각하고 오목이로 행세하고 있음을 알고부터 더욱 열심히 수인이란 이름으로 동생을 찾는 일을 계속했다. 그의 이런 애타는 마음을 뭇사람에게 나타내서 남의 심금까지 울렸다.
그건 마치 일곱 살 적의 수지가 동생을 일부러 피난민 속에서 놓쳐버리고 나서 수인이란 이름으로 목메어 찾아 헤매고, 다시 식구들 앞에서 동생을 잃은 자신을 자책해서 까무러치도록 운 것과도 닮은 간교함이었다.
한 사람을 놓고 각각 두 개의 이름으로 서로 찾는 일은 마치 평행선처럼 아무리 줄기차게 계속돼도 서로 맞닿을 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