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책 사용법 연약한 청소년들이 도서관에서 성장하고 있다. 그들은 키케로, 로크, 베이컨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믿는다. 하지만 키케로, 로크, 베이컨도 그 책을 썼을 때 도서관에 있던 청년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모른다. 이로 인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벌레’가 생겨난다. 책 자체를 존중하는, 책에만 박식한 계층이 생겨나는 것이다. 잘 사용하면 책 이상의 것은 없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책보다 나쁜 것도 없다. 그렇다면 책을 잘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은 다만 영감을 얻는 데에만 유용하다. 책에 매혹돼 자기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거나 스스로 체계를 만들지 않고 위성(衛星)이 되어버릴 바에는 차라리 책을 안 읽는 것이 낫다.
창조적인 독서와 창조적인 가르침 마음이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창의력으로 긴장해 있으면, 어떤 책을 읽든 모든 페이지에서 다양한 암시를 받고 정신이 명료해진다. 모든 문장은 두 배의 의미로 다가오고, 저자의 식견도 세계만큼이나 광대하게 느껴진다. 눈이 밝은 사람은 플라톤이나 셰익스피어의 책에서 아주 적은 부분만 읽는다. 신의 참된 말씀이 적혀 있는 부분만 읽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현명한 사람도 꼭 읽어야 할 독서의 영역이 있다. 역사와 정밀과학은 애써 읽고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학교도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읽기, 쓰기 같은 기초적인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학교가 숙달이 아닌 창조를 목적으로 가르칠 때에만 도움이 된다. 사상과 지식은 본질적인 것이라서, 그것을 얻는 데 제도나 형식 같은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그 속에 빠져서 창조성을 잃어버린다면, 화려한 교수복이나 황금의 도시를 쌓을 만한 기부금으로도 지혜 넘치는 말 한 마디, 문장 하나 만들어낼 수 없다. 이러한 점을 잊으면, 대학은 해마다 재산을 늘려도 사회적인 중요성은 점차 잃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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