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군주가 이웃 나라를 정벌하려는 뜻은 땅을 취하기 위함이지만 현군은 백성들을 얻고자 군사를 일으킵니다. 보통 임금은 성곽과 구루에 연연해 군사로써 민심을 해치지만 성군은 민심을 취하는 일이라면 오히려 성곽 따위는 내어줄 수도 있습니다. 물건을 훔치는 자는 도둑이며 마음을 훔치는 이는 성인입니다. 천하를 탐내는 자는 오히려 망하고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이는 크게 흥한다고 하였나이다. 덕은 칼보다 무디지만 만인을 한꺼번에 복종시키는 가공할 무기요, 성군의 덕업이 빛을 발하면 천군만마가 하지 못하는 일도 일시에 일어날 수 있는 법입니다. 삼한의 일도 마찬가집니다. 삼한 강역을 탐하는 자가 아니라 삼한 백성들을 덕업으로 감복시킬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삼한은 비로소 한나라가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무엇이 아쉬워 이웃 나라를 창칼로써만 치려고 하십니까? 백제의 살림은 이만하면 부족함이 없고, 백제 백성들은 사람마다 넉넉하고 행복합니다. 대왕께서는 조원에서 풀을 뜯는 남의 짐승들을 모두 죽이고 내 집 소와 양들로만 초원을 채우려 하십니까? 아니면 세상 모든 짐승들이 배불리 먹고 삼라만상이 골고루 풍요롭기를 원하시나이까? 이제는 대범하고 넓은 마음으로 천하 민심을 노려볼 만한 때입니다. 군사를 내어 영토를 넓히고 계책을 써서 양적을 멸하는 일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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