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박하는 것도 남이 결박하는 것이 아니고, 결박을 푸는 것도 남이 푸는 것이 아니라. 풀거나 결박하는 것이 남이 아니므로 모름지기 스스로 깨달아야 하느니.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한꺼번에 놓아버리면, 놓아버릴 것이 없는 데까지 이르고, 놓아버릴 것이 없는 그것까지도 다시 놓아버려야 하는데…."


"강가에 있는 모래는 자라나 거북, 소나 염소가 짓밟고 괴롭혀도 개의치 않고 성내지도 않으며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도 않소. 강가의 모래는 땅을 떠나지 않으며 불이 대지를 태울지라도 대지는 달라지지 않음과 같지요. 모래는 물을 따라 흐르고 거슬러 흐르지 않는답니다."

‘먼저 갑니다. 부디 평안하소서.‘
그미의 육신이 홀연 깃털처럼 날아오른다. 천지간에 촛불이 켜지고, 디디는 발자국마다 부용꽃잎이 분분하다. 흐른다. 물처럼 흘러 세상을 돌고 돌아 끝 닿는 곳 거기가 무릉도원이라던가. 이슬 머금은 잔디밭을 사뿐히 지르밟는 하얀 맨발, 못다한 것들의 아쉬움, 객사한 아버지와 오라버니,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먼저 떠난 아이들, 그 모두를 가슴에 묻고 흘러간다.
삼월 초아흐레, 꽃샘바람이 잦아든 건천동 후원 연못가, 밤새 추적추적 내린 비로 한두 잎 낙화한 목련 화판이 처연하다. 촛농이 되어 흘러내리는 붉은 눈물이 세상을 적시며 흘러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