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남북전쟁 이후 미국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하던 일명 ‘도금 시대(Gilded Age)’로 불리던 호황기 때도 오늘날처럼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각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산업경제가 됐고, 지금처럼 경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위대한 혁신은 혁신하는 일부 기업인들에게 엄청난 부와 광범위한 혜택을 안겨줬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발전을 도모하는 방식이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공정하게 대우받는 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활동을 통해 나오는 부에 대해 불평할 이유는 없다. 경제학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사적 인센티브와 사회적 인센티브가 일치할 때 어떤 사람들은 그들 자신뿐 아니라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주면서 부자가 된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에는 2막이 있다. 승자들은 곧 모방자와 새로운 세대의 혁신가들과 경쟁해야 한다. 1막의 승자 중 일부는 신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려 하지만, 다른 승자들은 물불 안 가리고 경쟁을 막기 위해 그들 뒤에 놓인 사다리를 거둬드리기 위해 애쓴다. 이때 쓰는 한 가지 방법은 정치인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1막에선 아이디어와 경쟁만 있어도 충분했지만, 2막에서는 정치적 보호가 유용해지고 심지어 필요해지기도 한다.3 최초의 호황 시대에 미국 석유 회사인 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은 경쟁사들을 매수해 다른 기업들이 폐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철도 요금을 책정했다. 육류 포장 산업을 최초로 일군 사람은 구스타브스 스위프트(Gustavus Swift, 1839~1903)였는데, 그는 냉장 철도차와 얼음 공급업자의 시스템을 이용해 동부 도시에 값싼 신선육을 들여오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후 이 업계는 카르텔과 가격 담합 계약을 통해 경쟁사들에 맞섰다.4 사적 인센티브와 사회적 인센티브는 더 이상 일치하지 않았고 기업은 소비자들 덕분에 부유해졌다.


노동시장이 경쟁 상태를 유지할 때 정부가 시장 임금보다 최저임금을 높게 정하면 고용주는 노동자들을 해고할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흔히 나오는 말이다. 실제로 그러한 결과를 찾아낸 연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2009년 이후 연방 최저임금이 인상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최저임금을 인상한 주들이 많아 인상 결과를 연구할 기회가 많아졌다. 현재까지 가장 포괄적이고 설득력 있는 연구로 평가되는 경제학자 도루크 첸기즈(Doruk Cengiz)와 아린드라지트 두브(Arindrajit Dube)와 그들의 협력자들이 한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주는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신규 고용을 억제하기보다는 새로운 최저임금에 약간 못 미치게 받던 노동자들이 약간 더 높게 받게 해줬다.27 다른 나라들, 특히 영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증거가 있다. 최저임금이 없었던 영국은 1999년에 비교적 높게 최저임금을 설정했다. 그 영향을 다룬 수십여 차례의 연구들은 그것이 고용 수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찾아내지 못했다.28 고용주가 임금을 정할 힘이 없다면 이러한 결과는 불가능할 것이다. 노동시장은 교과서가 우리가 믿게 만들 만큼 경쟁이 심하지 않으며,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그들의 가치 이하로 임금을 주고 있다면 노동자에게 더 많은 돈을 주도록 요구받더라도 그들을 계속 고용하게 된다는 것이 놀랄 일이 아니다. 적어도 어느 시점까지는 노동자의 가치가 고용주가 주는 임금보다 높기 때문이다.


규모가 매우 크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과 아주 부유한 개인들이 많이 생기자 그들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특히 우리는 호주머니가 두둑한 사람들이 미국 정치에 더 효과적으로 참여하고, 교육을 덜 받은 서민들(이들의 죽음은 이 책의 주제다)은 방관자로 전락할 위험을 각오해야 했다. 이 일반 사람들의 이익이 무시된다면 그들은 부자들의 이익을 위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미국의 민주주의는 잘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오작동은 워싱턴에서 돈의 기능과 많은 관련이 있다.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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