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보다 소득이 높다. 4장에서 봤듯 고졸 이하 학력자보다 높은 대졸 이상 학력자들의 추가 소득은 1980년과 2000년 사이 ‘두 배’로 뛰었는데, 이로 인해 두 집단 간 40퍼센트였던 임금 차이가 80퍼센트로 크게 늘어났다.4 대학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거나 교육받은 사람들은 무엇보다 더 추진력이 강하고, 인지력이 뛰어나거나, 가족 관계가 우수하거나, 또는 이것들을 포함한 복합적 이유를 지녔고, 그래서 교육은 시장에서 보상받는다. 대학 프리미엄이 두 배로 늘어난 이유에 대한 가장 확실한 설명은, 힘을 쓰는 농업보다는 인지력을 발휘하는 컴퓨터처럼 복잡한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노동시장에서 교육과 인지 능력이 더 중시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일컬어 ‘숙련 편향적 기술 변화(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라고 한다.

미국인들은 의료비로 막대한 돈을 쓰고, 그것은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장소 불문하고 의료비는 비싸므로 부유한 나라들이 시민의 생명을 연장하고 고통과 아픔을 줄여주기 위해 재정의 상당액을 투입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미국은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이런 일에 서투르다.

  우리의 주장은 의료 실수나 부실한 치료나 오피오이드 과다처방이나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실수 등 의료계가 간혹 저지를 수 있는 ‘직접적인’ 피해와는 무관하다. 그보다는 터무니없이 비싸고 부적절한 의료비가 사람들의 삶과 일에 미치는 ‘간접적인’ 피해에 관한 것이다. 2017년 국방비의 약 네 배와 교육비의 약 세 배에 이르는 미국 GDP의 18퍼센트(1인당 1만 739달러)1를 소진하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불필요하게 갉아먹고 있다. 의료비 때문에 집에 가져갈 실소득뿐만 아니라 구매 가능액도 모두 감소한다. 반면 의료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올라가고 이 산업 규모는 필요 이상으로 커진다. 종업원들의 눈에 잘 안 띄는 고용주가 지원해주는 건강보험은 임금 상승을 막고, 특히 숙련도가 떨어지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파괴하며, 좋은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대체한다. 사람들이 더 나쁜 직업을 가지면 그들의 임금은 하락한다. 의료비는 또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을 부족하게 든 개인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고용주 부담금(copayment), 공제, 그리고 직원 본인 부담금을 통해서도 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비용을 부담하는 주정부와 연방정부 모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하고, 인프라와 빈곤한 미국인들의 의존도가 특히 높은 공교육 등 다른 서비스의 제공을 줄여야 하고, 미래의 경제 성장을 위협할 적자재정을 운용하면서 그로 인한 부담을 우리 아이들과 미래의 납세자들에게 전가한다.

미국의 의료비는 세계 최고가지만, 미국인의 건강은 부유한 국가 중에서 가장 나쁜 축에 속한다. 최근 죽음이란 유행병이 일어나고 기대수명이 감소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의료 서비스 제공 비용은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장기적 임금 정체를 초래한다. 그것은 또 로빈 후드 이야기에 나오는 노팅엄의 보안관식 ‘역 재분배(reverse redistribution)’의 좋은 사례다. 의료 산업은 건강 개선에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병원을 흑자 경영하는 일부 성공한 개업의를 포함한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의 부를 늘려주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또 제약 회사, 의료 기기 제조 업체, ‘비영리’ 보험사를 포함한 보험사 및 더 큰 규모의 독점적 병원의 소유주와 임원들에게도 막대한 부를 안겨준다.

의과대학을 다니려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의사들의 임금이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지만, 의대들이 설립 장소 제한을 받지 않고 경쟁할 수 있도록 개방된다면 의대 등록금은 더 낮아질 것이다. 적격 외국 의사들이 지금처럼 조직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면 의사 급여와 의대 공납금은 모두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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