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성(性)과 음식이라는 오묘한 관계를 통해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작가는 음식이 지닌 풍부한 감각을 통해 독자의 은밀한 감성과 욕망을 건드려 에로틱한 상상력을 부추긴다.
오감을 열어 풍만한 감각의 세계인 음식을 즐길 때 우리 인간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에로틱한 정경을 만날 수 있는것이다. 막내딸은 독신으로 남아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돌봐야 한다는 가족 전통을 고집하는 마마 엘레나 때문에 티타와 페드로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서로 안타깝게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멕시코 전통 요리의 향긋한 냄새와 맛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죽음 너머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나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를 통해 끓어오르는 듯한 강렬한 사랑을 맛깔스럽게 표현한다. 이 소설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최음제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신비한 세계와 현실세계를 다양한 언어로 묘사한다. 이 소설에서 요리법은 페미니즘 담론의 또 다른 표현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라틴아메리카의 페미니즘 문학도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전제한 상태에서, 억압적인 가부장제하에서 수난을 겪는 여성의 상황을 증언하고 여성 자신의 위치를 재평가하여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목표를 설정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페미니즘 문학에서 부엌이라는 공간은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남성들의 외부 세계와 분리된 폐쇄적인 공간으로 묘사되었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가사 활동은 소모적인 것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되었다. 이렇듯 부엌은 오랜 세월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이라는 주체가 존재하는 상징적인 장소였고,
요리는 여성에게 주어진 의무에 불과했다. 그러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는 남성 중심 문학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단어들과 상세한 묘사로 이른바 ‘요리 문학(literatura culinaria)‘ 이라는, 페미니즘 문학이 애호하는 하나의 원형을 만들어냈고 지금까지 거의 사용되지 않던 부엌과 요리라는 테마를 문학적 담론에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와 아울러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금기시 되어오던 성적 담론, 특히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성적 표현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도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작품해설중에서 - 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