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세계화된 세습자본주의를 통제하려면, 20세기의 재정국가와 사회적 국가 모델을 재고하여 오늘날의 실정에 맞게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지난 세기의 사회 민주주의적 제도와 재정적 자유주의적 프로그램을 적절히 보완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이미 앞선 두 장에서 살펴봤듯이, 우리가 주목한 것은 20세기에 창안되었지만 미래에도 틀림없이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만 할 사회적 국가와 누진적 소득세라는 두 가지 기본 제도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현 세기의 세계화된 금융자본주의를 다시 통제하려면,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여기서 이상적인 수단은 매우 높은 수준의 국제적 금융 투명성과 결부된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세금은 끝없는 불평등의 악순환을 피하고 세계적인 자본집중의 우려스러운 동학을 통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정책수단과 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든지 간에 이러한 이상에 견주어 평가해야 할 것이다. - P617
정부가 국가재정을 마련하는 주된 방식은 세금과 부채 두 가지다. 일반적으로 공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부채보다 과세가 훨씬 더 바람직하다. 부채는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은 정부에 빌려줄 자산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익이 된다는 문제가 있다. 공익적 관점에서는 부자들에게 자금을 빌리는 것보다 부자들에게 과세를 하는 것이 보통 더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고 나쁜 여러 이유로 인해 정부는 때때로 부채를 지고 (이전 정권 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면) 부채를 쌓는 수단에 의지한다. 물론 지금 세계의 부유한 국가들은 외견상 끝없는 부채위기에 휘말려 있다. 제2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분명히 공공부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을 때가 있었다. 특히 영국은 공공부채가 국민소득의 2배가 넘은 적이 두 번이나 있었는데, 첫 번째는 나폴레옹 전쟁의 종건 시점이었고 다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부유한 국가들은아직도 평균적으로 약 1년 치 국민소득(혹은 GDP의 90퍼센트)에 해당되는 공공부채를 떠안고 있는데, 선진국의 이러한 부채 수준은 1945년 이래전례가 없는 일이다. 신흥경제국들은 소득과 자본 측면에서 부유한 국가보다 더 빈곤하긴 하지만 공공부채는 훨씬 더 적다(평균 GDP의 30퍼센트 정도). 이는 공공부채 문제가 부의 분배, 특히 공공부분과 민간부문 사이의 문제이지 절대적인 부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부유한 국가는 부유하지만, 부유한 국가의 정부는 가난하다. 유럽이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유럽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부문의 부를 가진 동시에 공공부채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 P649